"尹이 민정수석실 없앤 큰 그림이 무엇인지 어제 인선 보고 알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한 데 따른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 정치인 배제를 공언했던 행정안전부 장관에도 최측근 인사인 이상민 변호사(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를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 중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강행 처리에 주력한 더불어민주당은 하마평에 오르지도 않았던 두 인물의 깜짝 등장으로 제대로 허를 찔렸다.

14일 법조계에선 윤 당선인의 전날 내각 인선 발표에 대해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려는 민주당의 비상사태에 맞서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나름의 정치적 감각 발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당선자는 전날 "한 후보자는 20여년간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 정립에 적임자"라며 거듭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의 현대화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사법 제도를 정비해 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검수완박 대응 차원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상관없다"고 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위시로 한 윤 당선인 측도 대선 직후부터 당선인이 이미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점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동훈이란 '변칙복서'의 등판은 민주당이 밀어붙일 '검수완박'에 따른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을 대통령 권한을 최대한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법조계에선 당장 몇 개월만 내다볼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A씨는 이날 펜앤드마이크에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애 법무부와 경찰에 관련 기능을 넘기겠다고 한 큰 그림이 무엇인지 어제 인선을 보고나서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최측근인 신임 법무부 장관이 역대 정권에서 사정 기능을 총괄한 민정수석 역할까지 겸하게 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요 사건 수사와 검찰 요직 인사 등이 한 후보자의 손에 달린 형국으로 대대적 쇄신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뿐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도 한 후보자의 물갈이 인사 폭이 얼마나 될지 가늠키 어려워 숨죽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한 후보자와 함께 봐야 할 인선이다. 수사권 일부가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더라도 윤 당선인이 경찰의 상급 부처인 행안부 장관에 한 후보자 못지 않게 신뢰하는 법조계 출신의 최측근 후배를 앉혔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이 후보자는 당선인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다. 2019년부터 사단법인 경제사회연구원을 싱크탱크로 출범시켜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모아왔고 이들 상당수가 윤석열 캠프와 선대위, 그리고 인수위로 줄줄이 진출해 일찍부터 '숨겨진 실세'로 주목받았다. 이런 그가 검경 수사체계 개편 시기에 경찰 조직을 상위 부처 장관으로서 관장함은 물론 정부조직 개편과 선거관리 등의 실무를 도맡게 된다. 

윤 당선인은 앞서 공언한 대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 인선에 정치인을 배제했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의도를 무력화하고 향후 새 정부의 사법행정체계를 재정립할 관계부처 장관에 누구보다 신뢰하는 판검사 출신의 복심들을 앉힌 격이 됐다. 그것도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검찰총장이었던 대통령이 내각의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을 직속에 두고 법무치안행정과 검경 사정라인을 총괄하게 된 셈이다.

당황한 민주당은 지명 철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복수심에 불타는 한동훈을 지명했다는 것은 정치 보복을 실현할 대리자를 내세운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도 "한 후보자가 민정수석 겸 법무부 장관이 되면 윤 당선인의 우병우가 된다.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자 협박"이라고 했다. 법사위 간사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 발표를 보고 "앞으로 5년이 정말 캄캄하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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