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의 소형모듈원전(SMR) 투자가 갖는 3가지 정치경제적 의미
최태원 SK회장의 소형모듈원전(SMR) 투자가 갖는 3가지 정치경제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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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진출한다. 여러 SMR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물색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가 가장 유력한 검토 대상이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3500만달러를 출자해 2006년 설립한 SMR 벤처기업이다. 게이츠는 친환경에너지 후보 군 중에서 수소, 풍력, 태양광 등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SMR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SMR의 최대 장점은 고비용 문제이다. SMR이 발전 용량이 적지만, 대형원전 1기를 건설하는 것보다 획기적으로 건설비용이 절감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와 40억달러를 투자해 와이오밍주에 345MW급 SMR인 ‘나트륨’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테라파워가 고비용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 투자는 SK가 또 하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의 다각적인 경영구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 구상에는 탄소중립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흐름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만간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는 계산도 담겨 있다.

① 탄소배출 기업이 주축인 SK그룹을 지속가능개발 기업으로 업그레이드 하려는 신호탄

우선 SK그룹을 지속가능개발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비전을 담고 있다. SMR 투자는 그 신호탄이라는 이야기이다.

SK그룹의 주력계열사는 탄소발생 산업에 포진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기업이다. 온실가스배출의 주범인 석유와 디젤연료를 생산하고 판매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2위이다. 하지만 반도체 역시 대표적인 탄소배출산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에 해당하는 2억톤의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이대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이다.

강력한 탈탄소산업을 비즈니스모델(BM)에 포진시키고 육성시켜나가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따로 떼 내 SK온이라는 계열사를 만든 것도 탈탄소 혹은 탄소중립을 위한 BM 혁신의 성격을 갖는다.

SK가 SMR의 강자가 된다면 그 파급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용량을 줄인 모델이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신축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② ‘안전성’과 출력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SMR, 화력발전 비중 줄이기에 최적의 대안

기존 대형원전은 전기생산성 면에서 최상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석탄 및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이나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서 발전 비용이 저렴하다. 탄소배출도 없다. 문제는 원전 사고 위험성과 원전폐기물 처리문제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유출 사고에서 나타났듯이 대형원전이 잘못되면 그 환경적 피해규모는 엄청나다. 또 출력조절이 어렵다. LNG발전소는 전기수요가 늘어날 때 전면 가동하다가도 수요가 줄어들면 서너시간 만에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 반면에 대형원전은 껐다가 다시 켜는데만 1주일 가깝게 걸린다. 급변하는 전기 수요에 맞춰 가동여부를 조절하기가 불가능하다.

SMR도 원전 폐기물의 발생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안전성과 출력조절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기존의 대형원전은 통상적으로 1000~15000MW급 출력을 보유한 발전소를 지칭한다. 세계원자력에너지협회(IAEA)에 따르면 SMR은 500MW급 이하를 지칭한다. SMR은 300MW급 이하인 소형원전과 달리 ‘모듈’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대형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원자로 모듈(module) 형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대형 원전은 핵연료 붕괴로 인해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연료봉의 붕괴열을 식히기가 어렵다. 출력의 6~7%에 해당되는 붕괴열이 나오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붕괴열을 식히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에 SMR은 출력이 작아서 식히기가 쉽다. 모듈 전체를 물과 같은 냉각재에 담가서 식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대체발전소들의 출력조절 능력이 요구된다. 예컨대 태양광발전소는 해가 뜨는 낮 동안에는 전기를 생산하지만 밤에는 작동 중단된다. 그런데 이 때 오히려 전기 수요는 늘어난다. 따라서 대체발전소들은 낮에는 쉬고 밤에는 풀가동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LNG발전소나 석유발전소는 이 같은 출력조절이 가능하지만 대형원전은 불가능하다. SMR은 크기가 작아서 껐다가 다시 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형원전에 비해 훨씬 짧다. 화력발전소 비중을 줄이고 대형원전 대신에 SMR 비중을 늘릴 경우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출력조절 기능도 해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게 된다.


③ 최태원 구상,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으로 탄력받을 듯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의 SMR 진출 선언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병행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안전한 원전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8일 ‘대선 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에서도 윤 당선인은 “탈원전은 정치적 판단으로 졸속으로 추진된 정책이고 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과학기술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위한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9년 수립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조기에 폐기하고 오는 3분기에 제 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은 그 주기가 5년이므로 4차계획수립을 2년이나 앞당기는 셈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신규 원전 건설 및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통한 원전 발전 감축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명시됐던 원전 발전 비중 목표치(각각 41%, 29%)도 삭제됐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수립하는 제 4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원전 발전 비중 목표치를 새롭게 명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이 SMR 사업에 뛰어들 경우, 윤석열 정부의 원전 비중 확대 정책에 적극적인 협력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SK그룹에 앞서 SMR 사업에 진출한 기업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중공업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400만달러(약 1290억원)를 투자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시장에 진출한다. 최근 용융염원자로(MSR)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와 소형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협약을 맺었다.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은 이들 3개 대기업의 SMR 사업이 빠른 물살을 탈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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