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운명④](上)문재인 정권의 ‘상대적 피해자’ 구광모의 LG, 윤석열 정권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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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4.19 11:19:52
  • 최종수정 2022.04.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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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
구광모 LG 회장

LG 구광모 회장(44)은 재계순위 20위내 기업의 오너 경영인 중 가장 젊다. 주요 그룹 오너 경영인의 나이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46), 현대차 정의선 회장(51),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53),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60), CJ 이재현 회장(62) 순이다.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부친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그룹을 승계받은 구 회장은 다음해인 2019년 조부 구자경 명예회장까지 타계하면서 1년 사이에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여의었다.

LG그룹 구인회 창업주(1907~1969)의 아들인 2세 경영자 구자경 전 명예회장과 3세 구본무 전 회장은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은 뒤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구광모 회장에게는 그럴 시간이 부족했다.

구자경 전 명예회장과 구본무 전 회장은 든든한 바람막이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재계에서 구광모 회장에게 두 사람의 공백은 클 수 밖에 없다. 이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구광모 회장은 창업 3, 4세 재계 뉴리더 중 가장 확고한 지배구조와 안정적 지분 등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LG그룹의 재도약을 위해 뛰고 있다. 구 회장이 안고있는 LG그룹의 과제는 옛 영광, ‘LG 황금시대’의 재현이다.

선대 총수들은 중후한 인품과 인화(人和)를 앞세운 경영으로 그룹을 이끌었지만 지금 LG와 구광모 회장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오히려 ‘독해져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LG의 기업문화를 잘 보여주는, 한동안 재계에서 회자되던 이야기가 있다. “주말에 골프장을 가보면 삼성 임원들은 주로 정·관계 인사들과 운동을 하고, 현대는 거래처 사람들, LG는 자기들끼리 골프를 치고 있더라”

LG의 이런 전통속에서 신세대인 구광모 회장은 선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룹내 부회장 수를 줄이는 등 ‘세대교체’와 더불어 돈 안되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성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것. 실제 그의 취임이후 LG가 매각, 정리한 사업 부문은 10여개에 달한다.

아울러 8K TV를 둘러싼 삼성전자와의 갈등, SK이노베이션과의 자동차배터리 소송 과정에서 과거의 LG그룹 총수와는 다른 면모,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을 바라보는 재계 안팎의 시선에는 아쉬움이 공존한다. 일단은 그의 선한 인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도 LG의 화두는 여전히 인화(人和)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LG그룹은 희성그룹(1996년), LIG그룹(1999년), LS그룹(2003년), GS그룹(2005년),LX그룹(2021년) 등으로 계열분리를 해왔다. 동업자였던 허씨 가문의 GS그룹 분리를 제외하고는 장자가 새 총수로 선임되면 형제들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독립하는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LG그룹은 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구자였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설립된 것은 1958년으로, 1965년에 창립된 삼성전자보다 7년이나 빨랐다. 금성사는 대한민국 최초로 선풍기와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을 생산했고, 1979년 11월에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생산 회사인 금성반도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구상의 산업지도를 바꾼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유명한 ‘동경선언’. “삼성이 반도체, DRAM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것이 4년 뒤인 1983년 2월의 일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재계 순위는 삼성과 현대, LG가 큰 차이 없이 1~3위를 다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LG그룹의 자산기준 재계 순위는 삼성과 현대차, SK에 이어 4위다. 3위 SK와는 약 90조 원 차이로 상당한 간격이 벌어져 있다. LG그룹이 SK에 3위 자리를 내 준 것은 재계 순위 8위인 GS그룹(자산규모 63조)의 분리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뼈아픈 사연이 있다.

자산규모가 63조 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원 소유주는 LG그룹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은 대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사업교환, ‘빅딜’을 압박했고 그 결과,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했다. 하지만 고(故) 정몽헌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했고, 결국 2011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구광모 회장과 LG가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초강경 대응을 하는 배경에는 이런 역사,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현재의 성장세를 이어가면 2025년 무렵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LG그룹의 ‘명운’이 달린, 결코 SK에게 추월당할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2019년 7월 청와대 행사에서 구광모 LG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2019년 7월 청와대 행사에서 구광모 LG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 문제와 관련, LG그룹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편치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지난해 1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한창 배터리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을 두고 "정말 부끄럽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배터리분쟁’의 본질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선의 인력 및 기술탈취라고 규정하고 있는 LG로서는 정부의 노골적인 편들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의 자동차배터리 생산금지에 수조원대의 배상금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LG가 오히려 정부의 압박을 받는 처지, 피해자가 되고 만 것이다.<계속><펜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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