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경찰서는 비공식적 경로라고 할지라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언론을 통해 공표하는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합니다! '김학의 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불법적 출국 금지 조처'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공소장 내용은 검사의 공소 제기 후 외부로 알려졌는데, 왜 그런 난리를 피우셨습니까?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의 고소로 시작된 재판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국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된 모(某) 게시물과 관련해 해당 게시물의 작성자가 조 전 장관이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반응과 해당 게시물의 주요 내용, 그리고 네티즌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한 게 재작년 1월 말의 일이고, 조 전 장관이 나를 형사 고소한 게 그해 8월의 일이니, 기사 작성 시점으로부터 2년, 조 전 장관의 고소로부터 1년 반이 지나서야 사건이 종결된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진행 과정 중 특기(特記)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내 사건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했다는 사실이 민영 통신사 중 하나인 뉴스1 소속의 박기범 기자의 단독 기사 〈’조국 추정 ID, 여성 노출사진 게시’ 기사 檢송치…명예훼손 혐의〉를 통해 보도됐는데, 사건도 종결된 마당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좀 해 보고 싶다.

해당 기사에서 박 기자는 “현직 기자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 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해당 기자는 조 전 장관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ID)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성의 상반신 노출사진을 업로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보도를 했다”고 전했다.

일단, 나는 해당 기사를 통해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모종(某種)의 의혹을 제기한 사실이 없고, 내 사건을 심리한 1·2심 재판부 역시 내가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모종의 의혹을 제기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해 줬다.

그보다 더 문제인 점은 바로 그 다음 단락에 나온다. 박 기자는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보수 매체 소속 A(박순종) 기자에 대해 지난 2일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고 적었다. 그러니까, 내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경찰이 기자에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사건 당사자인 나는 그해 11월5일 휴대전화 SMS 문자메시지를 통해 송치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송치 의견은 서울 동대문경찰서 사이버팀 담당자에게 전화상으로 물어보고서야 인지할 수 있었는데, 사건 당사자도 아닌 박 기자에게 경찰이 내 사건 관련 정보를 술술 불어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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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소속 박기범 기자는 2020년 11월10일자 기사 〈’조국 추정 ID, 여성 노출사진 게시’ 기사 檢송치…명예훼손 혐의〉를 통해 펜앤드마이크 소속 박순종 기자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해당 사실을 밝힌 주체로 박기범 기자는 서울 동대문경찰서를 적시했다.(캡처=뉴스1)

이에 나는 내 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소연 변호사와 상의하고 해당 단독 보도의 기사 작성 경위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형법상 피의사실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 신분으로 나는 지난해 2월말경 서울 방배경찰서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그 뒤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로부터 아무런 통지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고소당한 사건도 종결됐으니, 내가 고소한 사건의 진행 경과는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내가 고소한 사건은 지난해 10월21일자로 ‘불송치’(혐의없음) 처분이 나 있던 게 아닌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6(고소인 등에 대한 송부통지)에 따르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한 때에는 사건을 검찰로 송부한 때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등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는 사실과 조 전 장관에게 고소당한 건으로 내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날이 2021년 10월20일이라는 사실은 일단 지적만 해 두고 넘어가기로 한다.

내가 고소한 사건의 불송치결정서 내용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던 도중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경찰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할 점이 결정서에 적혀 있는 걸 봤기에, 나는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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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왼쪽)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사진=연합뉴스)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의 불법적 출국 금지’ 조처와 관련해 사건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부장으로서 해당 사건에 직접 가담한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의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공소장 내용이 지난해 4월 중앙일보를 통해 알려지자 박범계 장관은 공소장이 유출된 경위를 밝혀내겠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공소가 제기되기 전에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표했을 때 구성되는 범죄로써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은 기소 후에 알려졌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었다는 사실은 지적만 해 두고 넘어가기로 한다.

이와 관련해 내가 내 피의사건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이들을 고소한 건에 대해 서울 방배경찰서가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조화석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범죄팀 팀장(경감)이 작성한 불송치결정서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사건의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과 ‘국민의 알 권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하여 공보 규칙을 제정·운영 중에 있고, 수사사건에 대한 공개가 필요할 시 해당 규칙에 따른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 방배경찰서는 “설령 피의자들 중 누군가가 참고인 뉴스1 기자 박기범에게 ‘기소의견 검찰 송치’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할지라도, 본건 관련 일련의 과정이 여러 언론사 등을 통해 보도된 사안으로, 공인에 대한 사안이거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언론보도가 반복·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안이라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오보 방지 및 추측성 보도로 인해 사건 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 필요 범위 내에서 혐의 사실 등 사실관계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기소의견 검찰 송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법령(法令)에 근거한 직무집행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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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앤드마이크 기자가 뉴스1의 단독 보도에 관계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피의사실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서울 방배경찰서는 2021년 10월21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결정서 중 해당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판단 부분.(캡처=박순종 기자)

경찰이 지적한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공보의 방식은 서면(書面)으로 이뤄져야 하고(제7조 1항), 수사사건 등을 공보하는 서면에 사건의 개요와 적용 법률, 피해 상황 등을 기재해야 한다(제7조 2항).

내 사건의 불송치결정서 내용을 보면 내 사건 관련 뉴스1의 단독 보도 경위에서 이같은 규정이 지켜졌다고 볼 근거가 전혀 제시돼 있지 않아, 뉴스1의 기사 내용만을 보면, 성명불상의 일개 경찰관이 ‘비공식적인 경로’로 내 사건 관련 수사 진행 상황을 박기범 기자에게 전달해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어쨌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내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 정도로는 ‘위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인 것이다.

정식 경로를 통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어떤 인물의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 정도로도 피의사실공표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런 기준에 비춰 볼 때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불법적 출국 금지 조처와 관련해 피의자로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검사의 공소 제기 후 외부에 알려졌다고 한들—그게 뭐라고—박 장관은 ‘유출자 색출’에 나섰던 것인지, 나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관련 제(諸) 입법에 동의하는 것 아닌가? 박 장관은 경찰의 공정성과 수사 능력을 신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경찰이 박 장관의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박 장관은 이제라도 경찰에 한 수 배워서 지난날 자신이 했던 행위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이상의 내용과는 별개로, 내 앞에서는 “사건 관련 내용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해 줄 수 없다”는 경찰관들이 어째서 다른 기자들에게는 사건 관련 내용을 술술 말해 주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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