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한화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으로 자산규모 73조원, 계열사가 83개에 달하는 재계순위 7위의 대기업이다.

공정위가 지정한 한화그룹의 ‘동일인’ 즉, 공식적인 그룹 대표는 김승연 회장이다. 김 회장은 1981년, 창업주인 선친 김종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경영을 물려받은지 42년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롱런한 오너경영인이다.

1952년생인 김승연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6남,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과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아직 경영에서 은퇴하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2012년 8월 차명회사 불법지원과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건강상의 이유로 석방된 이후에는 공식활동을 하지않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가장 최근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고 빈소가 쳐려지자 ‘의리와 뚝심의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재계에서 가장 먼저 달려가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라며 “(고인을) 친형님 같이 모셨다”고 말하며 슬퍼했다.

한화그룹은 현재 김승연 회장의 장남,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38)으로의 3세 승계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한화그룹은 전자분야를 빼고 하지 않는 사업이 없다. 1980년대 초반, 대학가 운동권 서클의 의식화교육에서 한국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비판하면서 “화약에서 아이스크림까지”라고 꼬집었던 재벌이 바로 한화였다.

최근 10년간 집중하고 있는 사업인 태양광, 그리고 화학 금융 건설 유통 서비스·레저에 가업(家業)인 방위산업까지, 거의 모든 산업을 망라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에 이어 수소와 항공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중, 김동관 대표에 대해서는 유독 ‘훈훈한’ 이야기가 많다.

그는 키, 외모, 학벌 등 여러 가지 스펙에서 ‘엄친아’의 요소를 갖고 있다. 180cm가 넘는 키에 세련된 매너, 독서가 취미인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직원들에게 책을 나눠주고 독서모임을 한다거나, 연말 직원회식 대신에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제안했다는 등 좋은 소문이 많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아주 잘 해서 구정중학교(현 압구정중학교)를 다닐 적에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미국 명문 사립고교인 세인트폴고등학교를 거쳐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세인트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001년에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The Cum Laude Society)’ 회원으로 선정됐다. 성적이 우수한 미국 중·고등학생 중에서 회원을 뽑는 우등생 모임이다. 하버드 대학 재학 중에는 한인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보통 재벌 3세들이 거치는 석사나 MBA 과정을 밟지 않고 곧바로 귀국해서 군에 입대했다.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통역장교로 2006년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3년 4개월을 복무하고 중위로 제대했다.

결혼 또한 재벌가에서 흔한 ‘정략결혼’이 아닌, 평범한 사내연애를 통해 2019년 10월, 사진 한장 공개하지 않는 평범한 결혼식을 치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동관 대표는 2010년 1월 (주)한화 차장으로 입사해 비서실에 근무하며 그룹 전반의 현황을 파악한 뒤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15년 한화큐셀 영업실장(상무)을 맡은 후 회사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2015년 넥스트에라에너지사와의 1.5GW 모듈 공급 계약에 힘입어 그해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한 뒤에는 한화큐셀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화큐셀의 2016년 매출액은 24억 2660만 달러로 2015년 매출 18억80만 달러보다 35%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억750만 달러로 2015년 7790만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모듈 출하량은 2015년 2,956MW에서 55% 이상 증가한 4,583MW를 기록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몇 년간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김동관 대표로의 3세승계 작업이 문재인 정권의 주요 에너지 정책인 탄소중립, 탈원전, 태양광, 수소경제 등과 궤를 같이해 왔다는 점이다. 김동관 대표는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전략부문은 미래 성장동력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로 친환경사업과 미래사업 전반을 총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1월, 신재생 에너지사업에서 확보한 '기후변화 대응기술(Climate Tech)'를 활용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를 달성한다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화그룹 승계의 핵심은 김동관 대표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 김동관 대표는 한화에너지라는 회사를 통해 한화에 대한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을 비롯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다. 3형제는 애초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2021년 10월1일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에 거꾸로 흡수합병되면서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갖게됐다.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한화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화에너지는 606억 원을 들여 한화 보통주 177만6665주를 장내 매수, 지분율을 9.70%로 높였다.

2021년 말 기준, 김동관 대표의 한화 지분율은 4.44%(333만주), 두 동생은 각각 1.67%(125만 주)씩 소유하고 있다. 세 형제와 한화에너지 지분을 합치면 한화에 대한 지배력은 보통주 기준 17.48%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대기업 승계작업의 감시자인 공정거래위원장이 한화그룹 사외이사 출신으로 수억원의 보수를 받은 조성욱 전 서울대 교수라는 점도 한화그룹으로 하여금 3세승계에 속도를 내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조성욱위원장은 한화와의 인연으로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대해 무혐의를 내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20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0~2013년 조 위원장의 한화 사외이사 경력을 갖고 있어 한화 S&C 그룹 일감 몰아주기 무혐의 처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조 위원장은 “제가 2010~2013년 한화에서 사외이사를 했고, 당시 한화의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거래 통제 강화에 일조했다고 자부한다”면서 “한화 심의와 관련해서는 심의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질문은) 모욕적이다”고 반발했다.

공정위는 그해 8월, 5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던 한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논란이 일었다. <계속> <펜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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