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사분기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이 총 4조6399억원으로 집계됐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분기 실적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년 동기(3조9680억원) 대비 약 17%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KB·신한·우리금융의 순이익은 각 14.4%, 17.5%, 32.5% 늘어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런 호실적의 배경에는 금융지주사의 맏형에 해당하는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가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주식시장의 침체에 따라 증권사의 순이익은 하락한 반면,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순이자마진(NIM)은 상승했기 때문이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1분기 순이익 4조원 견인한 원동력은?...시중은행들 순이자마진 일제히 상승

금리가 인상되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던 ‘영끌족’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예대마진에서 비롯된 이자 장사로 배를 불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4대 금융지주사의 역대급 실적 이면에는 가계의 고통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에 따라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는 양상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 은행의 NIM은 전 분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IM은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NIM은 1.66%로, 지난해 2분기(1.56%)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전 분기 대비 0.06%포인트(P), 0.07%포인트 상승한 1.51%, 1.49%를 기록했다. 4대 은행 중에서는 NIM 실적이 낮은 편에 속한 하나은행 역시 전 분기 1.47%에서 올 1분기 1.50%로 0.03%포인트 증가했다.

가계의 시름 깊어져...시중은행 반대로 무산됐던 ‘대환대출 플랫폼’ 재추진 여론 커져

오르는 기준금리 속에 가계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는 은행업계의 예대마진 논란 속에, 저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 시대, 예대금리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면서 정부가 지난해 도입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대환대출(대출이동) 플랫폼'이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여러 금융기관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비대면 원스톱(One-stop) 플랫폼을 의미한다. 금융결제원이 구축하는 플랫폼에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가 운영 중인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플랫폼에서 가장 저렴한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범하고 연말까지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업권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빅테크 종속·수수료 지급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결국 '백지화'됐다.

시중은행들은 저렴한 금리를 앞세우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등과의 금리인하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핀테크에 금융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들 외에 저축은행, 카드사 등도 가격 경쟁 심화, 중개수수료 부담, 핀테크 종속 심화 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은행별 예대금리 공개 시 부작용은?...은행권이 중금리 대출 줄일 수도

그러나 4대 금융지주사들의 역대급 실적이 과도한 예대금리차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예대금리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의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보를 제공하고 경쟁을 불어넣어서 낮은 금리로 대출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제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필요시 은행 간 금리 담합 요소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별 예대금리 정보가 공개돼 비교될 경우,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축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중금리대출을 축소해 서민 등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제한될 가능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월 26일 개최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원활하게 구축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월 26일 개최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원활하게 구축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행연합회]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월 26일 개최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대환대출 사업 재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개인적으로 현재로선 대환대출 플랫폼이 원활하게 구축되기 쉽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 금리를 산출할 때 은행의 거래실적을 반영한 자체 신용평가 결과를 이용하는데, 대환대출을 이용하면 금리 산정의 기초 정보가 제한되거나 부정확할 수 있어 금리산출 정확도가 떨어져 플랫폼 실효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우려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지난해 대환대출 플랫폼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금융당국이 빅테크·핀테크 업계 위주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계획’한 것을 꼽고 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핀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과, 수수료 부담 등을 우려해 반발하며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개입 최소화한 민간 주도 대환대출 플랫폼이 대안으로 부상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대신, 당국의 지원 아래 민간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을 재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좋은 취지의 정책인데도 (지난해) 좌초된 것은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업권별로 이해관계가 다른데 정부의 주도 아래 추진됐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완해 민간 금융사 위주로 시행하고, 정부는 참여 금융사들에 인센티브를 정부가 주는 방향으로 한다면,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대에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정부는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중단한 상태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권에서 많은 우려가 나왔고, 그 이후로 아직 진전된 것은 없다"면서도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고, 내부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의 필요성이 부감됨에 따라, 논의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실제 도입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논의 이후로 나아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권과 빅테크 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금융소비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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