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명명되지 않은 새로운 SLBM 등장...지금까지 북한이 선보인 가장 큰 고체 연료 미사일”
"北 고체연료 미사일 조만간 시험 발사 가능성"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처음 공개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22.4.26 (연합뉴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처음 공개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22.4.26 (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난 25일 북한이 항일 빨치산 9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SLBM에 대해 ‘신형 고체 추진 미사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미사일은 지금까지 북한이 선보인 가장 큰 고체 연료 미사일로 보이며 이는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려는 김정은의 지속적인 목표에 부합한다”며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이런 미사일들을 선보인 것은 추가적인 미사일 시험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전날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 중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새로운 유형의 고체 추진 미사일’이라고 지적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신형 ICBM인 화성-17형,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 등은 이미 실험했거나 선보인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SLBM처럼 보이도록 칠해진 또 다른 새로운 유형의 고체 추진 미사일은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 미사일은 북한의 기존 SLBM인 북극성-4형, 5형에 이은 북극성-6형일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이 2021년 신년사에서 ‘ICBM급 사거리의 고체 연료 SLBM’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SLBM’이 김정은이 언급한 종류인지, 무기의 실제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공언한 방향으로 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런 미사일들을 선보일 때마다 협상을 위한 지렛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지만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유지하며 ‘이런 역량에 대해선 거래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이른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한국을 겨냥한 전술유도미사일부터 미국 본토 타격용 ICBM까지 각종 ‘핵 투발 수단’을 과시했다. 지난달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신형 ICBM 화성-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지난 16일에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발사 차량 대열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미사일 중 일부는 ‘모형’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가짜 미사일’을 선보인 전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최소 4기의 화성-17형이 ‘실제 미사일’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최근 화성-15형을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열병식에서도 ‘가짜 미사일’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총 4기의 신형 ICBM 선보인 후 올해 최소 3차례 성능시험발사를 했다. 처음 공개된 4기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화성-17형은 1발만 남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열병식에서 최소 3기의 화성-17형이 등장해, 추가된 미사일들은 실제가 아닌 ‘모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우리들이 보길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실제인지는 큰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사일 전문가인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화성-17형을 포함해 대형 미사일 기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미사일을 위한 대형 발사대를 생산하는 능력이 그동안 ‘걸림돌’이었지만 이 또한 극복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판다 연구원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런 미사일들이 등장한 것을 북한이 추가 시험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이번 열병식에서 아직 명명되지 않은 새로운 SLBM이 등장했다”며 “특히 이 미사일은 지금까지 북한이 선보인 가장 큰 고체 연료 미사일로 보이며 이는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려는 김정은의 지속적인 목표에 부합한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열병식에서 핵무기를 ‘전쟁 방지용’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국가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에 주목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는 “김정은이 ‘무기는 억지용으로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는 선대의 핵 노선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우리는 실행 가능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있으며, 더 많은 핵무기와 함께 더욱 정교한 운반수단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재래식 무기든 핵무기든 김씨 정권과 북한 지도부에 대한 위협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모든 것들을 ‘국가 근본 이익 침탈’이라고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도 VOA에 “북한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췄다”며 “특히 북한이 적들이 침략이 아니더라도 북한을 위협하는 어떤 행동에 나선다고 인식할 경우 선제타격 시사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국가 근본 이익’에 대해서는 “북한정권이나 김씨 일가의 생존 능력을 침해하거나 저해하는 모든 것, 특히 군사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김정은의 이번 발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수작전, 선제타격’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한 대응적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스 국장은 또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처음으로 군 열병식 행사에 등장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은 항상 ‘유화적 효과’를 원할 때 리설주를 등장시킨다”며 “이는 북한이 관여와 대화에도 열려있다는 뜻을 발신한 것”이라고 했다.

미 육군대학의 라미 김 국가안보전략과 조교수는 김정은의 이번 발언이 핵무기를 ‘압박용’으로 사용하며 한국과 미국에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우리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한국과 미국은 제재완화 등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는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2017년부터 좋지 않은 북한경제가 최근에는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김정은의 ‘위상 약화’를 의미할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지도자로서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국내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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