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작된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의 봉쇄가 벌써 1달을 지나고 있다. 식량 부족으로, 아파서 죽기 전에 ‘굶어서 죽겠다’는 비명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마저 일부 지역이 봉쇄 되면서, 도시 전체 봉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누적 감염자수 103명인 베이징, 시민 2000만명 PCR 검사 실시 중

28일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에서 신규 감염자가 50명(무증상 감염자 2명 포함) 발생했다. 이로써 지난 22일 집단 감염이 본격화한 이후, 베이징의 누적 감염자 수는 164명으로 늘어났다.

26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하이뎬구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전체 시민(2천188만 명)의 90%에 대해 PCR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하이뎬구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베이징시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전체 시민(2천188만 명)의 90%에 대해 PCR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감염자 숫자가 아직까지는 적지만 수도 베이징은 방역전선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만큼, 베이징시 방역당국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26~30일 전체 시민의 약 90%에 해당하는 2000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핵산(PCR) 검사를 실시한다. 뒤늦게 전수조사에 나선 상하이와 달리, 확산 초기에 대규모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감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방역당국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시 봉쇄의 범위와 강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상하이의 경우 전수조사 실시 이후 감염자가 급증한 탓에, 이번 전수조사가 베이징 봉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수조사 이후 숨어 있던 감염자가 집계되기 때문에, 전수조사 이후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상하이 봉쇄로 세계 공급망 흔들려, 뉴욕 증시 3대 지수 급락

중국 정부는 경제 수도이자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에 이어 곧바로 베이징마저 봉쇄될 경우, 민심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 봉쇄를 하더라도, 상하이와는 다른 방식이 취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식량 부족, 의료 공백 등으로 상하이의 민심이 폭발 직전까지 악화된 것을 지켜본 중국 당국이 베이징에서는 민심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방역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 봉쇄는 중국 내부의 경제 충격으로 끝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공장이 생산을 멈추면 세계 공급망이 흔들려, 세계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6일(현지시간) 중국발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로,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시가 통제 강도를 약간 낮춘 가운데, 창닝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부터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시가 통제 강도를 약간 낮춘 가운데, 창닝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취약한 백신 방역 체계 보완 위해 무리한 봉쇄정책 강행?

첫 번째 이유로는 시진핑 주석이 올가을 열리는 공산당 당대회에서 3연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코로나 방역에 실패해서 당대회 분위기가 흐트러지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현실적인 이유로는 ‘중국의 백신’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취약한 ‘백신 방역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무리한 봉쇄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중국인 스스로 ‘물백신’이라고 부르는 자국산 ‘시노백’ 백신을 맞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노백은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켜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전통 방식으로 제조됐다. 값이 저렴하고 보관과 유통이 유리하지만, mRNA 백신인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훨씬 효과가 낮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95%에 달하지만, 시노백은 51%에 그쳤다. 따라서 중국인 스스로 시노백을 믿지 못해 접종을 기피했고, 이로 인해 낮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성인 중 2차 백신까지 접종한 비율은 89%다. 한국은 성인의 96%가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지난 22일 기준, 3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도 전체 인구 대비 64.4%(누적 3천3백4만 3,900명)이다. 대부분 효과가 검증된 화이자나 모너나 백신을 맞았다.

현재 한국의 누적 치명률은 0.13%로, 미국(1.22%)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0.79%)과 일본(0.44%)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방역 완화할 경우 중국 의료 시스템 붕괴 예상돼

중국 내부에서도 더 이상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중국 내부에서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그러나 중국인들은 물백신인 시노백을 맞았고, 그마저도 접종률이 한국보다 낮다. 게다가 고령층의 접종률도 한국에 비해 훨씬 낮다. 상하이만 해도 60세 이상 상하이 거주자의 62%만 접종을 했고, 80세 이상은 15%만 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해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게 되면,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사망자가 폭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지 못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시 봉쇄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현재 무증상 감염이 많은 오미크론 앞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평가된다. 격리시설에서의 감염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에 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하이에서만 70만∼80만명의 사람들이 컨벤션센터, 체육관, 학교 등을 급조해 만든 임시 격리시설로 보내진 것으로 추산된다. 감염자와 1,2차 밀접접촉자까지 집중 격리시설로 보내진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수십만명의 밀접접촉자가 감염자와 한 데 뒤섞이면서, 오히려 이들이 시차를 두고 서서히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의 일일 신규 감염자의 대부분이 이런 집중 격리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도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시 주석의 치적으로 홍보해온 '제로 코로나를 통한 방역 성과'가 '실패'로 전락하고 있지만, 3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 입장에서는 제로 코로나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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