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과 세 아들3. 한화그룹의 3세승계 구도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한화 김승연 회장과 세 아들3. 한화그룹의 3세승계 구도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5월1일자로 지정을 예고한 2022년 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재계순위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에 이어 7위. 자산규모 80조원에 계열사가 91개다.

지난해 보다 계열사가 8개나 늘어난 것은 현재 승게작업이 진행중인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의 에너지산업 분야 등에 대한 공격적인 M&A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그룹의 동일인, 즉 공식적인 대표는 여전히 김승연 회장이다. 김 회장은 1981년, 창업주인 선친 김종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경영을 물려받은지 42년째 한화그룹을 이끌고 있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 재계의 ‘데칼코마니아’로 꼽힌다.

김승연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과 1952년생 동갑내기로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김 회장은 29살 때 한화그룹을 경영을 시작했고, 정몽준 이사장은 서른 살인 1982년에 현대중공업 사장이 됐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대표는 1983년생으로 1982년생인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같은 또래다. 부친들의 인연으로 두 사람도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김승연-정몽준, 김동관-정기선 두 집안간 인연, 장남의 3세 경영승계 상황이 흡사해 ‘데칼코마니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은 김동관 대표에 대해 평소 “내 아내를 닮아서 공부를 잘한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김동관 대표의 어머니자 김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 여사는 서정화 전 내무부 장관의 장녀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 시 ‘퀸카’로 교내에 소문이 자자했을 정도로 미모와 실력을 갖춘 재원이었다.

김승연 회장의 선친 김종희 회장은 생전에 “남자는 술도 좀 마시고, 담배도 피워 보며 단맛 쓴맛 다 맛봐야 한다.”라며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려면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가풍(家風)’의 영향인지 김승연 회장은 호탕하고 의리를 중시했고, 모범생인 김동관 대표와 달리 차남과 삼남은 여러 차례 음주와 관련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너지를 지렛대로 삼아 3세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의 실적을 바탕으로 승계용 재원, 실탄을 마련하는 동시에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중간배당으로만 501억원을 지급했는데, 장남 김동관 대표(지분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25%),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25%)가 지분율에 따라 각각 250억원과 125억원씩 배당금을 받았다.

삼형제는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된 에이치솔루션(舊 한화S&C)을 통해 249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김동관 대표의 몫만 1495억원이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22.65%를 보유 중인데 최근 주가 기준으로 지분 가치는 5000억원 정도다. 김 회장 지분을 김동관 대표가 물려받기 위해서는 3000억원의 정도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이미 절반 가량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재계의 3,4세 대부분이 상속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가 하면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상황과 비교된다. 당장 정기선 HD현대 사장만 해도 주식을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적지않은 돈을 대출받은 바 있다.

한화그룹의 3세 승계와 관련, 주목되는 것은 장남 김동관으로의 단독승계, 또는 그룹 분할 여부다. 그동안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3세 승계 또한 김승연 회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장남으로의 몰아주기가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김동관 대표가 그룹의 주력 사업을 이끌며 입지를 다져 왔지만, 두 동생들도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거나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우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금융 부문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7조1721억원, 영업이익 1조3519억원, 당기순이익 1조2415억원을 기록,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93.4%, 496.2% 증가하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0년 업계 최초로 보험설계사 등록부터 보험 청약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한 온라인 채널을 개설해 호평을 얻은 바 있는데 이를 주도한 김동원 부사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3남 김동선 한화호텔&리조트 상무도 최근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에너지 상무보로 복귀한 김 상무는 한화호텔&리조트로 이동해 프리미엄사업부 프리미엄레저그룹장을 맡게 됐다.

이어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겸임하며 갤러리아백화점 신사업 발굴,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을 총괄하고 있다. 김 상무의 역할이 호텔·리조트에 이어 유통 사업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자신으로의 ‘몰아주기 승계’ 과정에서 동생 및 어머니 등 가족들과 고소고발전 등 극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자신의 아들에게는 그런 분란의 소지를 일찌감치 차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따라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향후 LG그룹과 유사한 ‘장자 승계 후 계열분리’ 형식으로 경영승계를 이어 나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장남 김동관 회장이 ㈜한화의 최대 주주로 그룹을 이어받고 차남, 3남 등은 맡고 있던 사업을 분리해 독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급진전된 김동관 대표로의 승계작업이 이후에도 탄탄대로의 길을 밟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화의 3세 승계과정의 문제점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제로 인해 가려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8월 과거 5년 동안 조사한 한화그룹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놓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일이다. 조성욱 현 공정거래위원장은 한화그룹 사외이사 출신이다.

공정위는 2020년 8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옛 한화S&C(현재 한화시스템)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와 관련해 전원회의를 진행한 결과 사실관계 확인과 정상가격 입증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한화S&C는 김동관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했던 회사로 2018년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기 전까지 계열사의 시스템통합 등 IT업무를 담당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아울러 김동관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미국 수소전기트럭업체 니콜라 인수를 둘러싼 사기 논란도 그의 리더십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와함께 김동관 대표가 직접 밀어붙인 한화의 태양광 업체 한화큐셀이 2019년 1월 미국 증권거래소(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된 일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한화큐셀은 한화솔라원 시절이던 2011년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김동관 대표는 당시 한화솔라원 이사회 일원으로 나스닥 상장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펜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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