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한 최용구 ISU(국제빙상경기 연맹) 국제심판이 최근 ISU로부터 심판 자격 박탈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대헌과 이준서가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히 항의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중 잣대 ISU, 황대헌과 이준서 실격 항의가 오히려 ‘공정성 위반’이라고 판단...편파 판정한 영국 심판은 징계 없어

2월 8일 베이징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대한 선수단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 심판은 “이번 심판은 오심을 넘어 고의적일 수 있다. 황대헌과 이준서는 모두 실격성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경기 상황과 ISU의 규정, 심판 판정을 꼼꼼하게 짚으면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최용구 국제심판이 지난 2월 8일 우리 선수단에 대한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BS 캡처]
최용구 국제심판이 지난 2월 8일 우리 선수들에 대한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BS 캡처]

하지만 이 긴급 기자회견은 최 심판에게 징계로 돌아왔다. 지난 4월 8일 ISU 기술위원회로부터 ‘ISU 심판리스트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말하자면 국제심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 셈이다.

ISU는 지난 8일 우리 빙상연맹에 "두 나라에서 항의가 있었다"면서 최 심판의 ISU 심판 자격 박탈을 통보했다. ISU는 국제심판이 특정 국가를 대변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성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를 들이댄 셈이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당시 황대헌과 이준서에게 편파 판정을 한 영국의 ‘피터 워스’ 심판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아,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용구 심판, “황대헌 실격 준 것은 특정 국가 밀어주려는 고의”

최 심판이 ISU 심판 자격을 상실하면서, 한국인 ISU 심판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 심판은 담담히 심경을 밝혔다. “사람이기 때문에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올림픽 때 충분히 각오를 하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우리 선수들이 많은 시합을 남겨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한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당시 최 심판은 황대헌의 실격을 관중석에서 목격했다고 밝혔다. 최 심판은 제3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관중석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황 선수가 실격이 되는 순간 “저거를 실격을 줘?”라며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최 심판뿐만 아니라, 관중석에 앉아 있던 각국 선수단이나 팀 리더들도 전부 “왜 어떻게 저걸 실격을 주지?”라고 웅성거렸다고 한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왼쪽)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4조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왼쪽)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4조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최 심판은 지금도 당시의 그 판정에 대해서는 ‘고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오심은 한 번으로 족하지, 한번 이상이 되면 그건 오심이 아니다. 고의적이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올림픽이 어떤 특정 국가를 밀어주기 위해서 그런 판정을 내리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편파판정에 대한 우리 선수단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선수들은 안정을 찾았고, 황대헌, 최민정의 연속 금메달과 남녀계주 동반 은메달로 반전 드라마를 써냈다. 일부 선수들은 '치킨 연금'까지 거머쥐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CBS라디오 진행자가 “국제심판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항의 기자회견 똑같이 할 거냐?”라고 질문하자, 최 심판은 “당연히 해야죠”라며 “우리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최용구 심판은 "‘ISU 기술위원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CBS 캡처]
28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최용구 심판은 "‘ISU 기술위원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최용구, “선수들의 불이익 막기 위해 ISU 기술위원 선거에 도전할 것”

국제심판 리스트에서 제외된 최 심판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다음 목표는 전 세계에서 5명에 불과한 ‘ISU 기술위원 선거’에 도전하는 것이다. 심판 양성 및 국제심판 교육 등을 포함해, 앞으로 선수들이 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쓸 작정이라고 한다.

국제심판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이 자칫 ‘기술위원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 최 심판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빙상연맹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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