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운명⑤]윤석열 정부에서 ‘김동관 한화시대’를 좌우할 주요 과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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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5.03 11:15:09
  • 최종수정 2022.05.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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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장남 김동관 한화솔류션 대표/사진=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장남 김동관 한화솔류션 대표/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은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프로야구 구단 한화이글스의 성적만 빼면 아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기업이다.

한화그룹 3세 경영자 김동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9703억원, 영업이익 157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대비 매출액 석유 화학 부문의 호조로 23.5% 늘어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케미칼 부문은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24% 늘어난 1조5481억원, 영업이익은 1.1% 증가한 2576억원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23.6% 늘어난 9206억원, 영업손실은 1142억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태양광 제품 판매량 증가로 매출은 늘었지만, 물류비 상승과 폴리실리콘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직접 키운 태양광 사업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태양광 사업은 2020년 4분기 24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매 분기 적자 규모가 커지더니 지난해 4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1533억원까지 확대됐다. 올 1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태양광사업의 이같은 부진이 이 부문에 대한 한화와 김동관 대표의 투자가 비즈니스 외적(外的) 요인, 문재인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리스크’를 의식한 듯, 김동관 대표는 지난해부터는 우주 항공사업 부문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 내 우주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을 맡은 것.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화, 쎄트렉아이, 한화시스템 등 각 계열사의 우주산업 관련 인력과 기술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산하 미래발사체연구단과 공동으로 추후 개발될 소형 발사체의 개념 설계를 완료하기도 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에 ㈜한화와 에비오닉스 개발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에비오닉스는 항공, 우주비행체에서 운용되는 전자장비 및 시스템으로 발사체의 전체적인 움직임과 각 부품들의 작동을 제어하고 통신, 항법시스템까지 관장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이와함께 친환경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해 한화솔루션에선 미국 에너지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 ‘젤리’, 미국 수소 고압탱크 업체 ‘시마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기술 업체 ‘더블유오에스’,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 업체 RES프랑스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분양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해 다수의 블록체인 펀드와 회동을 가졌는데, 한화는 지난해 블록체인솔루션 개발 기업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을 설립한 바 있다.

한화솔루션을 통해 지주회사격인 ㈜한화를 지배하는, 김동관 대표의 3세 승계작업이 비교적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김 대표가 당면한 또 다른 과제는 ‘기업문화’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기업이다.

김 회장은 선친인 창업주 김종희 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는 바람에 29살인 1981년부터 42년간 그룹을 이끌어 왔다.

김승연 회장의 별명은 ‘의리왕’이다. 2003년 6월 한화 이글스의 투수였던 진정필 선수가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치료비와 장례비까지 지원했다. 2011년 9월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으로 있던 한국 야구 ‘레전드’ 최동원이 별세했을 때도 치료비 지원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천안함 피격사건 때는 유가족을 한화그룹 계열사에 우선 채용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한화건설의 이라크 공사현장을 방문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비행기로 공수하는 등 ‘통큰 선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경향신문을 인수했을 때는 무려 5000억 원을 지원하고, 어느 날 기자들이 자주 가는 회사 앞 맥주집에 들러 밀린 외상값 전부를 갚아준 일화도 유명하다.

한화그룹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동료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남다르다. 이는 김승연 회장 특유의 스타일이 기업문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화 소속이던 류현진 선수가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문화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화가 당장의 성적과 돈만 생각했다면 류현진을 보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세 번 검찰 수사를 받아 두 번은 구속됐는데, 모두 ‘의리’ 때문이었다.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을 직접 ‘응징’한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은 김 회장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후인 1998년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은 “20~30억 덜 받아도 좋으니 근로자들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했고, 100% 고용 승계가 이루어졌다.

2008년 4월에는 김 회장의 누나가 경영하는 제일화재가 당시 메리츠화재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받자 손해를 보면서 한화그룹 9개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해 제일화재를 지원해 주었다.

당시 메리츠화재의 주인은 한진가의 막내 조정호 회장이었는데, 한화의 개입으로 M&A가 뜻대로 되지 않자, 조 회장은 큰형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SOS를 치지만 조양호 회장은 도와주지 않았다.

한화는 오랫동안 그룹 전체가 김승연 회장 한 사람에 좌우되는 것이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지난 40년간 한화그룹에는 삼성, 현대차, LG그룹처럼 오너 외에 이렇다 할 전문경영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경영진단 전문가는 “한화는 비전도 없고, 조직도 없으며, 시스템도 없다. 2007년 회장이 보복 사건으로 구속되자 그룹 전체가 정지되고, 직원들이 허둥댔던 것도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김동관 대표의 한화시대를 뿌리 내리기 위한 핵심 과제 또한 김승연 회장의 그림자를 발전적으로 지워나가는 것으로 꼽힌다.

김동관 대표가 한화에 입사한지 5년 뒤인 2016년, 한화는 64주년 창립기념일에 맞춰 ‘젊은 한화’를 선언, 조직문화 개선을 선언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10대그룹 중 처음으로 상위직급 승진 시점에 1개월의 휴가를 사용하는 안식월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재충전 제도를 과감히 도입하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이 만든 전통 위에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하려는 이런 노력에 대해 김 회장 본인도 “마음가짐을 바꾸면 삶을 바꿀 수 있고 그렇게 바뀐 삶은 종종 기적이라 표현된다”며 “이번 한화인들의 ‘젊은 생각’도 기적 같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모기업이자 지주회사격인 ㈜한화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왔지만, 계열사에 미치는 ㈜한화의 지배력이 약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덩치가 큰 기업들을 많이 ‘사냥’한 것이 주된 이유다.

한화그룹의 CI(Corporate Identity)인 ‘한화 트라이서클(Hanwha TRIcircle)’은 태양광 등 제조업, 금융, 건설·유통 세 가지 주요 부문을 상징한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장남 김동관 전무로의 ‘단독승계’가 될지, 세 아들에게 그룹을 쪼개서 나눠주는 ‘분할승계’가 될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한국 재벌의 ‘장점’인 선단식 경영을 위해 대부분 계열사를 후계자에게 몰아주는 단독승계 방식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이런 단독승계는 예외 없이 형제간의 분쟁을 낳았다.

삼성그룹은 2012년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 상속 재산을 두고 장남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간에 소송이 벌어졌고, 현대차그룹도 지난 2000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형제의 난’을 겪었다.

201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두산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형제 간 갈등과 법정공방이 붙었고,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회장과 형제들 간에 오랜 소송이 있었다.

당장 한화그룹 또한 1992년 형제 간인 김승연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 간에 상속 분쟁이 일어나면서 가족 간에 심한 갈등을 빚었다.

일단은 의리와 단합을 중시하는 김승연 회장의 성격상 세 아들에게 공평하게 그룹의 미래를 맡길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금융과 건설 유통부문 없이 제조업 부문 만으로 김동관 체제의 한화가 순항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화 출신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특히 한화에서 약 10년간 몸담아온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윤석열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됨으로써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는 2013년 한화생명에 부회장급으로 영입돼 몸을 담아왔다.  <펜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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