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서울의 주택거래 시장은 '빌라 전성시대'다. 

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의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 5천98건 가운데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3천303건이었다.

빌라 매매 비중이 64.8%으로 2006년 월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0년까지만 해도 월간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량이 빌라보다 2∼3배까지 많았다. 주택 수요자들은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 빌라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내내 아파트값이 폭등해 집권 중후반부에 이르러선 접근조차 어려워졌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 등까지 겹쳐 아파트 매매는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3월 전체 주택 매매 건수 가운데 아파트 비중은 24.2%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간 최저치였다.

반면 서울의 빌라 매매 비중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연속 60%를 웃돌았다. 지난해 51.1%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올해 들어 비중이 더 커지는 추세다. 지역별로 보면 강북구(84.5%)와 강서구(83.3%)의 빌라 매매 비중이 최고치였다. 지난달 두 지역의 전체 주택 매매 거래 10채 중 8채 이상이 빌라였던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를 봐도 전체적 추세는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이날 현재까지 신고된 지난달 빌라 매매 건수는 2천178건, 아파트 매매는 이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823건이다.

비싼 아파트 대신 저렴한 빌라라도 사자는 수요다.

부동산원 시세 기준으로 올해 3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5천15만원. 그런데 빌라 평균 매매가는 3억5천267만원으로 아파트값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빌라는 시가 9억원을 넘지도 않으니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고가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의 영향을 훨씬 덜 받을 수 있다. 올해 들어 한층 까다로워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받기가 힘들어졌는데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대출받아 집을 사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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