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강수연씨가 7일 오후 5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일 오후 5시 40분쯤 심정지로 쓰러져 신고가 접수된 지 사흘 만이다. 강씨의 사망 원인은 뇌출혈로, 수술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배우 강수연씨가 지난 7일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영화배우 강수연씨가 지난 7일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로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고인은 지난 5일 오전 자택에서 두통을 호소했는데, 119 응급대원이 출동한 오후에는 이미 심정지 상태여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5일 오전 극심한 두통 호소, 응급대원 출동한 오후에는 이미 심정지 상태

강씨의 별세 원인인 ‘뇌출혈’은 특별한 전조 증상 없이 발생하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뇌출혈은 발생하는 순간부터 뇌에 가해지는 압력과 출혈 자체로 뇌 손상과 뇌부종 등이 나타나므로,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가야 한다. 뇌출혈은 갑자기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극심한 두통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이 심하지 않더라도 한쪽 팔다리 마비와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뇌출혈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씨의 경우도 두통이 발생한 오전에 응급실을 갔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관측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멍한 두통’, ‘말이 새는 느낌’, ‘어지러움’ 등 의심 증상 느낄 때 즉시 병원 가야...3시간 안에 치료 가능

강씨의 사망원인인 뇌출혈은 뇌졸중의 일부이다. 뇌혈관이 터짐으로써 뇌 안에 피가 고여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는 것이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이다. 반면 뇌혈관이 막히면서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것이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며, 뇌출혈은 20% 정도 된다.

뇌졸중은 대부분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발생한다. 하지만 갑자기 발생하더라도 뇌졸중으로 의심할 만한 증상은 있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위험 신호는 머리가 맑지 않은 ‘멍한 두통’이다.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머리에 일시적으로 피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개를 위로 쳐들 때 어지러운 것도 의심해 봐야 한다. 뒷골로 가는 혈관이 찌그러지면서 피가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한쪽 팔·다리가 약하게 저리면서 감각이 둔해지거나, 말을 할 때 새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간혹 이러한 의심 증상이 몇 분 정도 생긴 뒤 곧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일과성 뇌허혈(transient ischemic attack)'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조만간 뇌세포가 상하게 될 것이라는 강력히 경고이다. 이처럼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발병 직후 3시간 안에는 치료가 가능하다.

지금껏 뇌졸중은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30~40대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뇌졸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6년 57만3,379명에서 2017년 57만7,689명, 2018년 59만5,168명, 2019년 61만3,824명, 2020년 60만7,862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영화배우 강수연씨의 빈소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영화배우 강수연씨의 빈소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뇌졸중의 원인 = 흡연, 알코올, 운동부족, 노화 등으로 인한 뇌혈관 약화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흡연ㆍ알코올ㆍ운동 부족 같은 나쁜 생활 습관이 성인병을 초래한다.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져지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가 노화하면서 약해지는 뇌혈관도 뇌졸중 발병을 높이는 원인이다. 그 외 비만ㆍ'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많은 이상지질혈증도 뇌졸중 발병과 관련이 있다.

심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해도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수면중 산소포화도가 감소해 혈압과 맥박의 상승을 초래한다. 치료를 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 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계 질환 및 대사증후군 원인이 된다.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도 뇌졸중을 유발한다. 미세먼지가 혈액에 들어가서 뇌혈관벽에 쌓이면 염증과 굳은 핏덩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먼지가 폐로 들어가면 온몸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뇌졸중 상태가 악화된다.

뇌졸중 예방법 = 금연, 혈압조절,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분 보충 등

뇌출혈이나 뇌경색 등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혈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음식은 싱겁게 먹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뇌졸중에 위험 인자로 작용하는 고혈압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는 칼륨이 많은 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고혈압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4배 정도 높다. 따라서 고혈압을 개선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수영·속보·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2016)에서 유산소 운동 기구인 헬스바이크 운동이 시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2016)에서 유산소운동 기구인 헬스바이크 운동이 시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뇌졸중으로 인한 심정지 대처법 = 응급실 후송전 심폐 소생술 시행시 생존율 46배 높아져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빠르게 후송해야 한다. 뇌졸중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편안한 곳에 눕히고 호흡과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압박되는 곳을 풀어준다. 또 함부로 약이나 음식물을 먹이면 삼키는 데 문제가 생기거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혹시 입안에 이물질이 있다면 제거하고 구토를 하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물질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초기 대응이 지체되면 치명적이다. 뇌세포는 몇 분간만 혈액 공급이 안돼도 손상되고,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번 발생하면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팔, 다리의 마비, 감각 이상 ▶한쪽 얼굴의 마비로 인한 얼굴의 비대칭 ▶발음 장애 및 언어장애 ▶두통 ▶어지럼증 ▶구역 및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심하면 의식이 저하돼 회복이 안 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뇌졸중 대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심정지 상태에서는 심폐소생술을 신속히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급성 심정지 환자가 병원 밖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46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도 전문가가 했을 때와 생존율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빠르게 후송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전화해 응급실로 빠르게 후송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심장마비와는 다른 심정지, 의식 회복률 5%에 불과

강수연씨는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에 빠진 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심정지(cardiac arrest)는 말 그대로 심장이 멈춘 것을 뜻한다. 심장의 전기 신호에 문제가 생겨, 갑자기 박동을 멈춘 것이다.

심정지는 심장마비(heart attack)와는 다르다. 심정지의 주 원인은 심장마비이지만, 심장마비가 반드시 심정지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심장마비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것으로, 평소 가슴통증, 호흡곤란, 어지럼증, 메스꺼움 같은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한 해 3만 명 이상이 급성 심정지를 경험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구급대가 이송한 급성 심정지 환자는 3만 1652명이다.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 당 61.6명이었다. 이러한 심정지는 주로 남성이 더 자주 겪고, 연령층이 올라 갈수록 심정지를 더 많이 겪는 경향을 보인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급성 심정지 환자 3만 명 가운데 10% 정도만 병원에 생존한 상태로 도착한다. 특히 뇌 기능이 손상되지 않고 의식을 회복하는 환자는 전체 5% 수준이다. 이마저도 의료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 기준이며, 병·의원이 적은 지역은 이보다 회복률이 낮다.

결과적으로 급성 심정지 환자 100명 중 5명만 온전히 의식을 회복하는 셈이다. 강수연씨의 경우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기 때문에, 의식 회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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