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와 마찬가지로 2020년 7월 국회에서 임대차3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 룰)는 같은해 7월, 전월세 신고제 등은 지난해 6월 초 도입됐다. 아파트값을 잡긴 커녕 안정적이었던 전세 시장까지 망가뜨려 수요자들이 치솟은 전세금을 마련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외곽으로 밀려나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게 됐다.

9일 부동산R114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신고(5월 3일 기준)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8만3천103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 재계약 거래의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 사용 비중이 월세 거래 대비 20%포인트(p)가량 높았다. 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들은 갱신 계약을 맺은 이들 보다 평균 1억5천여만원의 높은 보증금을 부담해야 했다.

우선 전체 전월세 거래 건수 중 갱신계약으로 신고된 건수는 4만9천528건. 여기서 갱신권 사용으로 임대료 상승이 5% 이내로 제한된 경우는 3만3천731건. 이렇게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은 월세보다 전세가 월등히 높았다. 전세 재계약 3만7천824건에서 갱신권을 쓴 경우는 2만7천468건(72.6%), 월세 재계약 1만1천704건에서 갱신권을 쓴 경우는 6천263건(53.5%)이었다. 

한편 동일 주택형 간의 전세 계약(이번 조사 기간 내 전세 거래로 월세 제외) 1만6천664건 가운데 갱신·신규 계약이 모두 확인된 경우는 6천781건이었다. 신규 계약의 평균 보증금은 6억7천321만원, 갱신계약의 보증금 평균은 5억1천861만원이었다. 신규 계약자가 갱신 계약자보다 평균 1억5천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더 부담한 것이다. 

민주당의 임대차법 개정 이후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와 신규로 계약한 세입자의 전세금이 수억 원씩 차이가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이 보편화됐다.

부동산R114는 보증금 격차가 강남권의 중대형 고가 아파트일수록 더 크게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임대차법 개정을 밀어붙였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왜곡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7월 말이면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2년이 된다. 갱신권이 소진된 신규 계약 물건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갱신권 적용 시에만 5%로 인상률이 제한될 뿐 신규 계약은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릴 수 있다.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 개정 이후 2년 간 전셋값이 급등한 터라 과거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임대료 부담은 상당할 전망이다. 2년 전 전세 계약을 연장한 세입자 중 상당수가 이제는 시세대로 오른 가격에 전셋집을 구해야 할 판이다. 이제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전셋집을 구하려면 전보다 수억 원의 돈을 더 마련해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거 수요가 많은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는 급등한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반(半)전세를 선택하거나 외곽으로 밀려나는 세입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했다.

올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다시 요동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전세 시장의 불안 조짐은 없지만 앞으로 갱신권이 소진된 전세가 신규로 나오고, 집주인들이 4년 계약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올린다면 예상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약 갱신으로 한숨 돌린 세입자들이 4년 치 전셋값 상승분을 한꺼번에 떠안을 수 있게 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차3법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국회 국토위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심도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 따라 큰 폭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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