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아파트 매매 시장의 양극화가 두 배 넘게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10.1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12월 관련 월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로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사이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가격 상위 20%의 아파트가 하위 20% 아파트보다 매매가격이 10배 넘게 높은 셈이다.

전국 하위 20%의 아파트값은 평균 1억2천313만원, 상위 20%의 아파트값은 평균 12억4천707만원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만 하더라도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4.7 수준이었지만, 5년간 배율이 2배 이상으로 상승하며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지난달 전남 고흥군 뉴코아아파트(전용면적 22.68㎡ 단일) 5채가 각각 1천350만원에 직거래 방식으로 팔렸다.

반면 서울에서는 지난달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93㎡가 78억5천만원,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청담 전용 226.62㎡가 74억7천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같은 달 강남구 청담동 청담어퍼하우스(전용 200.38㎡·67억5천만원)와 삼성동 아이파크(전용 195.388㎡·64억5천만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29.92㎡·64억원),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165.182㎡·62억원)는 60억원대에 매매 계약서를 체결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값 양극화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대형 '똘똘한 한 채'의 선호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매매보다는 상승 폭이 작지만,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의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4.9에서 8.0으로 올랐다.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 시장은 하위 20%의 아파트가 8천809만원이었으나 상위 20%의 아파트는 7억116만원으로 7억원을 돌파하며 가격 격차가 벌어졌다.

아울러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PIR: Price Income Ratio)은 소득과 주택가격이 전체에서 중간 수준인 3분위를 기준으로 했을 때 7.6으로 나타났다.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중산층이 7년 넘게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중간 가격 수준의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 수치가 2017년 말 11.5에서 작년 말 19.0으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박 교수는 "아파트값 양극화를 해결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시기를 앞당기려면 도심에 중소형 아파트 공급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또 공급 확충을 위해서는 용적률 상한을 올리는 것 외에도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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