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에 향후 한·미 관계 발전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나타냈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면 국익에 큰 훼손이 있을 것이란 발언까지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0일 사설('대중 관계는 윤석열이 잘 처리할 희망이 있는 일')을 통해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했고, 미국의 통제 아래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앞으로 한반도에 손을 뻗을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 포석에서 하나의 바둑돌로 바꾸려 하는데, 이것이 한국의 대중국 관계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중 관계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뜻을 함께 밝힌 환구시보는 "미국은 한국을 중국 봉쇄 진영에 합류시켜 한-중 관계가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되도록 하려 한다"며 "이는 필연적으로 한국의 이익을 해치고 한국의 경제발전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책 과제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추가 배치가 포함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며 "지정학적 정세 변화와 국내외 정치적 압력에도 한·중 관계는 윤석열 정부가 안정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긍정적 정치적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환구시보는 "많은 한국 언론이 대통령 취임식에 왕치산 부주석이 간다고 했을 때 보도한 대로, 이번 고위급 파견은 중국이 한국을 중시하고 있고, 양국 관계에 대해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일부 패권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다른 나라와 항상 평화 교류를 유지해 왔고, 한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한국에 대한 존중과 중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안에서도 중국은 어떤 변화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쑤하오 외교학원 전략평화연구소 주임은 이날 중국신문망에 "보수정치가로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과의 군사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정치·안전 문제에서 미국에 더 의존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동맹국에 대한 관계 강화와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 협력체) 플러스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 플러스의 우선순위가 한국"이라고 했다. 

홍콩 명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관련해 "(보수주의 정치인으로) 이데올로기적인 경향 이외에도 국제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같은 미·일 주도의 경제기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실제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용산 집무실에서 이른바 '4강 외교'에 본격 데뷔한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 등 각국의 축하 사절을 잇따라 접견할 예정이다.

특히 왕 부주석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중국 공산당이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보낸 역대 정부 인사 중 최고위급 인사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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