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운명⑥]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롯데와 신동빈의 재도약이 가능할까(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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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5.11 10:40:12
  • 최종수정 2022.05.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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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지주

한국 재계에서 롯데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롯데그룹은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재계 순위 5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규모 121조 5800억원, 계열사 85개로 6위 포스코와7위 한화그룹과 각각 30조원과 40조원 가량 차이가 있다. 바로 위, 4위 LG그룹과 자산규모 차이도 40조원 정도다. 올해 SK가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등 재계 판도가 급변하는 와중에서도 롯데는 지난 2010년 이래 10여년간 5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만큼 외풍(外風)에 시달려온 기업도 없다.

롯데그룹을 둘러싼 외풍은 우선 창업주 고 신격호 회장(1921.11.3.~2020.1.19.)이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돈을 벌어 한국에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백화점을 만들었고, 2세 경영자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주로 생활한 가족사 및 기업사에 연유하고 있다. 그래서 롯데에는 늘 ‘친일(親日)기업’이라는 달갑지 않은 딱지가 따라 붙었다.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미성숙, 이해부족으로 제과, 유통, 호텔 등 소비산업에 대한 경시(輕視), 폄하(貶下) 풍조도 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겼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정원이나 검찰 같은 주요 사정기관 주변에는 롯데와 오너 일가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보고와 내사(內査)설이 끊이지 않았다.

좌파집단이 민족주의와 반일감정을 부추기면서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도 롯데그룹의 성장에 적지않은 타격이 됐다. 위안부 문제 및 일본의 원자재 수출금지로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었던 2019년 벌어졌던 롯데가 투자한 일본계 의류매장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대표적이다.

그런가하면, 북한의 핵위협이 본격화되던 지난 2017년, 경북 성주군에 보유하고 있던 골프장을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내놓자 중국의 보복으로 현지 롯데마트가 전부 철수하는 등 롯데는 한중일 관계, 동북아 정세의 직접 영향을 받는 처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부터 의지를 보여온 한일관계 개선에 롯데가 내심 큰 기대를 걸고있는 이유다.

롯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기는 또 한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의 저조한 성적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뒤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것은 물론, 국내 프로야구가 8개 구단체제로 운영되던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8885777’라는 순위로 연고지인 부산 경남은 물론 이 지역 출신을 중심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조시켜왔다.

롯데의 기업문화는 우리나라 상위 재벌 중 가장 보수적으로 꼽힌다. 오랫도안 롯데그룹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직원 임금이 짜고, 빚 내는 걸 싫어하며,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보수적인 회사”라는 것이었다.

실제, 롯데그룹 임직원의 연봉은 다른 회사에 비해 박한 편이다. 재계 서열은 5위지만, 임직원 연봉 순위는 20위권 이하다. 롯데그룹에서 임직원 연봉이 가장 높은 롯데케미칼도 고임금 기업 순위에서 20위가 안된다.

2015년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사이에 벌어졌던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롯데의 이미지를 최악으로 실추시켰다. 이후 5년간 롯데는 한일관계 악화와 중국의 보복이라는 삼각파도에 맞서 신동빈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그룹의 재도약 발판을 찾는 ‘고난의 행군’을 벌여왔다.

신격호 명예회장 흉상에 헌화하는 신동빈 롯데회장

롯데그룹의 신동빈 체제는 거의 확립된 상황이다. 이와관련, 최근 신동주씨가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인 롯데서비스의 손해배상 청구의 현지소송에서 패소함으로써 그동안 꾸준히 시도해온 경영 복귀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신동주씨가 롯데서비스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추진한 ‘풀리카(POOLIKA)’ 사업과 관련해 “사업 실행 판단 과정에서 현저하게 불합리한 점이 있어 실행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4억8000만여 엔(한화 약 47억원)을 사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풀리카 사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서 경영권을 잃는 계기가 됐다.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상품진열 상황을 마케팅용 정보로 가공해 제3의 회사에 판매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사업은 점포의 동의 없이 기획되면서 무단 촬영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본 롯데 경영진의 내부 반발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신동주 회장은 2015년 1월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위반 등으로 일본 롯데와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부동산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신동주 회장은 이후 2016년부터 7차례에 걸쳐 롯데홀딩스에 자신의 경영 복귀 안건을 주주제안 형식으로 제기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서마저 패소하며 신동주 회장의 경영 복귀는 요원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1분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유통 공룡'의 위상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그룹 체질개선, 기업문화 혁신 의지와 코로나19 완화가 직접적인 요인이다.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칠성, 롯데쇼핑 등 계열사 등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부터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

 

롯데지주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1070억원, 1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9%, 149.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칠성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9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4.9% 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예상치인 44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12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창사이래 처음으로 홈플러스 부회장 출신인 김상현 부회장을 대표에 선임하면서 롯데 특유의 ‘순혈주의(純血主義)’를 벗어나는 등 기업문화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도 올해 1분기 매출액 6523억원, 영업이익 1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8%, 29.9% 증가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롯데와 신동빈 회장은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편의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미니스톱 인수에 3134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쇼핑과 하이마트는 가구업체 한샘을 3095억원에 인수하면서 본업과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음극박(동박) 사업을 하는 솔루스첨단소재에 2900억원을 썼다. 최근엔 미국의 바이오 위탁생산(CMO) 공장을 인수하는 등 바이오 사업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공격적 투자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각자의 업에서 1위를 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VCM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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