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통과하는 옥외집회 금지 통고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 인근 옥외집회 금지 장소이지만, '관저'를 '집무실'로 볼 수 없어"

서울 용산구 소재 대통령 집무실.(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소재 대통령 집무실.(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허용했다.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를 구분하고 용산으로 옮긴 새 대통령 집무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정한 옥외집회 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2아11236).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11일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 대해 옥외집회 일부 금지를 통고한 서울 용산경찰서의 처분을 본안사건의 선고 때까지 정지하는 결정을 했다.

시민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참가 예정 500명 규모의 옥외집회 신고를 했다. 이들은 이달 14일 오후 3시 용산역광장에서 사전 집회를 개최하고 LS용산타워와 삼각지역, 녹사평역을 지나 녹사평역사거리광장(이태원광장)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집시법 제11조 3호를 근거로 용산역광장에서 녹사평사거리광장에 이르는 구간에 대한 행진을 금지하는 취지의 통고를 했다. 행진 구간 사이에 집시법상 옥외집회 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 경계 100미터(m) 이내에 해당하는 장소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법원은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고, 집회 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고 한 헌법재판소 결정례(헌법재판소 2000헌바67)를 근거로 경찰이 해당 시민단체의 옥외집회에 대해 일부 금지 통고 처분을 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봤다.

법원은 “관저(官邸)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으로서(표준국어대사전 참조), 집시법 제11조 제3호의 입법 취지와 목적,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文言)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용산으로 이전한 새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상 옥외집회 금지 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서울 용산경찰서의 옥외집회 일부 금지 통고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시민단체 측 신청을 인용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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