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축적하는 기본적인 공식은 매우 단순하다. 내가 구매할 때는 실제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고 내가 판매할 때는 실제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받으면 된다.

건물 사이의 간격이 넓고 기반시설이 모두 갖추어진 쾌적한 주거지역 내 저층 아파트를 철거한 후 그 자리에 건물 사이의 간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가상의 재건축 사업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토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비율인 건폐율과 토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이 상향조정된 재건축이 이루어진다면 동일한 면적에 보다 많은 가구수의 아파트를 건설 및 분양함으로써 시행자, 시공사 및 분양대행사 모두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수요자 측면에서 보면 지역 내 주민들은 재건축의 결과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편의시설 이용자수가 예전보다 늘어나고 교통 체증이 발생하더라도 기존의 낡은 건물 대신 신축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되어서 또는 높은 가격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어서 큰 불만이 없다.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신규 입주민들은 예전에 살던 지역보다 주변 환경이 훨씬 좋다는 점에 만족하면서 그 동안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보람이 있다고 느낀다.

간혹 부실공사로 인한 분쟁이 있을 수 있으나 자신들의 집값이 하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주민들은 시행사 및 시공을 맡았던 건설회사에 연락하여 각종 문제들을 조용히 처리해 나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재건축 요건을 완화하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아파트 가격은 현재의 소유자가 받을 수 있는 판매가격이지 재건축 사업이 완료된 후 신규 입주자가 지불해야 할 구매가격이 아니다. 오히려 동일한 면적의 토지에 보다 많은 호수의 아파트가 공급되면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쾌적한 지역의 아파트 재건축은 부동산 가격의 장기적 안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징수를 통하여 상당한 규모의 조세수입을 가져다 준다.

이론적으로 재건축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모두 해당 사업을 통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의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재건축 요건 완화는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하여 신속히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인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주거지역의 빌라 및 연립주택 또는 저층 아파트를 철거하고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가상의 재개발 사업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동일한 면적의 토지에 예전보다 많은 호수의 아파트를 건설 및 분양해야 하지만 이미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기에 분양 세대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다행히 분양호수를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해도 비인기 주거지역의 특성상 미분양 가능성까지 있어서 시행자, 시공사 및 분양대행사 모두 만족할 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수요자 측면에서 보면 지역 내 주민들 중 상당수는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후 이번 기회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으로부터 상당한 수의 무주택자들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지역 내 신축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 할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전입 후 이들의 주거 만족도가 어느 정도일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재개발 지역 내 기반시설 개선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을 위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재개발 지역 내 세입자들은 장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거액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며 격렬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사업과 달리 재개발 사업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인 공급자, 수요자, 정부가 해당 사업을 통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경제적 이득이 아닌 해당 지역 내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의 정도를 기준으로 재건축 사업과 재개발 사업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지가 분명하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해당 지역에 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의 주민들이 이주해 온 결과 중산층 거주 지역의 인구가 증가하는 대신 서민층 거주 지역 인구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중산층 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대신 서민층 지역 세입자들의 주거 비용을 줄여주는 간접적 효과가 있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 기존 중산층 거주 지역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서민층 거주 지역의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통하여 해당 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재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경우 지역 내 자가 거주자들은 기존 중산층 거주 지역과 유사한 수준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되어 생활 만족도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재개발 사업 완료 이후 상당 기간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전입해 오지 않는다면 - 임대 사업자들에게는 경제적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 세입자들은 예전과 동일한 또는 더 낮은 임대료만 지불하면서 보다 나은 기반시설을 갖춘 신축건물에 거주하게 된다.

정부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저항이 우려된다거나 기반시설 정비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재개발 사업을 외면하면서 건폐율 및 용적률 완화를 통한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통하여 주택가격 상승을 저지하려 하는 것은 서민층 주거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간접적 효과 이외에 대다수 서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정부는 중산층 거주 지역의 재건축사업보다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재개발사업에 집중해서 전국민의 주거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부동산 정책 목표인 국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은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가격지표 관리가 아니라 재개발 사업을 통하여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책 결정자들이 이해관계자들에게 경제적 이득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가져다 주는 재건축 사업보다 주거생활 안정이라는 비계량적 목표를 추구하는 재개발 사업을 우선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 재개발 사업 예정 지역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해 볼 필요가 있다.

평소와 다르게 피곤해 보이는 거울 속의 내 얼굴과 주변 사람의 사소한 실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에서 재건축 사업에 따른 중산층의 경제적 이득은 장부상 숫자인데 반하여 재개발 사업이 가져다 주는 주거환경 개선 효과는 서민들의 삶과 직접 관련된 현실의 문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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