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지난 10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관계는 지난 문재인 정권 때가 최악이었다.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배상문제에 대한 법원판결을 뒤집자 2019년, 일본은 이에맞서 100개 소재부품 품목의 수출규제로 맞섰다.

한일관계가 악화될 때 마다 롯데그룹은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세븐일레븐이나 유니클로처럼, 롯데가 투자한 일본계 기업 뿐 아니라 롯데백화점이나 호텔까지 기피대상이 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지난 1월 일본계 편의점 기업인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자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적지않은 화제가 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21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시 미니스톱 입찰에는 유통 라이벌, 신세계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인수가격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증권가에서는 반일감정으로 인한 불매운동 등으로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 한국미니스톱의 기업 가치를 2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롯데는 편의점 2603개를 손에 넣으면서 세븐일레븐 점포를 1만3000여개로 늘려 각각 1만50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 1·2위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됐다.

롯데의 미니스톱 인수는 20대 대통령선거를 한달여 남긴 시점이었다. 당시 대선 판세는 운석열 이재명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재계와 정치권에는 “롯데가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는 모양”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후보 당선시 한일관계는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동빈 회장은 문재인 정권의 여러 가지 행사 등에서 소외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계행사는 철저히 4대그룹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청와대의 신년인사회는 물론 2019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만찬에도 4대 총수만 초청했다.

지난해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설명하고 재계의 미국투자에 감사를 표시하는 청와대 행사에도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대표만 초청했다. 당시 화학 바이오 등 분야를 중심으로 대미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하던 기업은 롯데였다.

지난해 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초청한 오찬 간담회도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구광모 등 4대그룹 총수만 불렀다.

문재인 정권은 롯데와 신동빈 회장에 대해서는 ’거리두기‘를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18년 경영에 복귀할 당시 50조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고용해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내놓았지만, 다른 기업의 케이스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별로 관심을 두지않는 태도를 보였다.

롯데가 중국에서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을 때도 문재인 정권은 도움의 손길은커녕, 방관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롯데는 마트, 백화점, 제과, 음료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중국에서 줄줄이 철수했다.

문 대통령은 재계의 신 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에도 임기 말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25일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이 포함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과 더불어 롯데는 재계 5위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9년 만이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자주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다. 취임식 후에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된 만찬에도 참석했다.

취임식 만찬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초청된 것은 처음인데, 취임식과 마찬가지로 4대그룹이 아닌, 롯데 신동빈 회장까지 5대그룹 총수로 범위를 넓힌 것이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정책은 물론 향후 롯데그룹의 행보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이루어질 재계 인사와의 회동에도 4대그룹 총수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장소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방한 때 숙소인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오너경영인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등 20여 명을 만나 일일이 기업을 호명하면서 대미투자에 감사를 표시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존 유통업에서 탈피해 미래 먹거리로 화학,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9년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세우자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대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천만 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대미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을 통해서 현지 스타트업 소일렉트와 합작사를 세워 미래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는 리튬메탈 음극재 생산도 추진 중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은 국정농단사건 연루로 인한 사법처리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고있는 신동빈 회장의 사면문제다.

이와관련, 재계애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신 회장의 사면을 주요 경제단체 명의로 문재인 대통령 퇴임 직전부터 지속적으로 건의한데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대선후보 때 부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조만간 ’결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한일관계가 정상화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 또한 롯데를 둘러싼 기업환경에 더없이 긍정적인 요소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일본 정부 특사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대신이 참석했는데, 일본 외무대신의 방한은 2018년 6월 이후 4년만에 이루어졌다.

한동안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이른바 ’롯데가 형제의 난‘도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마무리되는 국면이다. 신동빈 회장은 2020년 4월 일본 롯데 회장에 이어 같은 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으로 2018년 2월 법정구속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물러나는 등 잠시 위기가 있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2019년 2월 다시 대표이사에 오르고 회장에 취임했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주주들에게 신격호 창업주의 후계자로 입지를 굳힌 계기였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장남 신유열씨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장남 신유열씨

1955년생, 67세인 신동빈 회장의 3세승계에도 서서히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최근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35)가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 상무로 이름을 올렸다.2020년 일본 롯데그룹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한 지 2년 만이다.

롯데케미칼의 일본 내 사업 규모 등을 봤을 때 일본에서 실질적 업무를 담당하기보다는 한국 롯데그룹에 입성하기 전 징검다리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관심은 신씨가 언제, 어느 회사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에 입성하는지 여부다.

신유열씨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노무라증권, 일본 롯데 근무를 거쳐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아버지 신 회장의 '경영수업 코스'를 그대로 밟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며 사실상 한국 롯데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수소나 바이오 등과 연관성이 높다.

다만 신유열씨의 경우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해외에서 거주한 신 상무는 병역이나 지분·언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한국 롯데에서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펜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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