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하는 모든 행동들은 '쇼'...평양 외화약국은 오직 평양에만 존재, 안동우황환은 한 알에 40~50달러"
북한군 정찰총국 대좌 출신 김국성 "이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문제...남한이 북한 살렸다는 말 나오는 순간 북한정치 파괴돼"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김정은,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 물어 당정부 간부 숙청하고 물갈이할 것"
"북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을 김정은 리더십 강화하는 기회 삼을 것"

김정은이 지난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비상협의회를 연 뒤 평양 시내 약국들을 직접 시찰했다고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두 장 겹쳐쓰고 약국을 둘러보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2022.5.16
김정은이 지난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비상협의회를 연 뒤 평양 시내 약국들을 직접 시찰했다고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두 장 겹쳐쓰고 약국을 둘러보고 있다.[조선중앙TV 화면] 2022.5.16

‘김정은의 영도로 세계에서 유일한 코로나 청정국가’라고 자랑하던 북한에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 발생했다.

17일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지난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6만 9천 51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17만 460여명이 완쾌됐으며, 6명이 사망했다. 통신은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발열자 수는 148만 3060여명이며, 그 중 81만 9090여명이 완쾌됐고, 66만 391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까지 북한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총 56명으로 집계됐다. 김정은의 ‘특별명령’에 따라 인민군은 전날부터 평양시내 모든 약국에 긴급 투입돼 24시간 약품 수송·공급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첫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된 북한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첫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된 북한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된 북한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겠다’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의 대북 통지문을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보내겠다는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은 17일 오후 현재까지 이틀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
남북 간 통신연락선

이런 가운데 북한당국이 이달 초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수입해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접종을 시작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평안북도의 한 군 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부터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신의주에 자리한 국경경비대 31여단의 군인들에게 중국산 코로나 왁찐(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국경을 지키는 국경경비대와 전연(휴전선)지역 군인들 속에서 확산되는 코로나를 반드시 막으라는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하달되면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대표단이 중국에 긴급히 파견되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 파견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대표단은 중국에 상주하는 북한 무역 대표부의 협력으로 중국 제약회사 시노백과 접촉했다. 시노백측은 북한에 백신을 무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은 지난 16일 항공편을 통해 중국에서 의약품을 대거 반입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의약품의 구체적인 품목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북한이 항공기 편으로 급히 조달해간 정황 등을 감안할 때 북한당국이 중국에 요청해서 제공받은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자로 추정된다.

북한이 남한의 백신 제공은 거부하고 중국에 손을 내민 상황에 대해 북한군 정찰총국 고위 인사 김국성 씨(가명)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절대로 남한이 보낸 것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씨는 “이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문제”라며 “우리 북한국민들이 죽어 가는데 남한아이들이 가져온 것을 먹여서 살렸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북한정치는 파괴된다”고 했다. 

김 씨는 북한당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백신 등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미북관계가 교착상태일 뿐더러 미국이 주는 화이자, 모더나 등의 코로나19 백신을 받으면 북한 체제가 뚫리는데 그걸 받겠느냐”며 “북한의 혈맹인 중국도 북한이 미국 백신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 대성백화점 종업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소독사업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월 29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 대성백화점 종업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소독사업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월 29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 씨는 윤석열 정부가 오직 인도주의적 의도만 고려해 북한당국에 먼저 백신 제공을 제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또다시 북한에 넘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북한이 언제 남한에 백신 달라고 문 두드렸느냐”며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한에 백신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정상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백번지당한 말이지만 북한은 사람이 10만 혹은 30만이 죽어나가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 세습독재체제”라며 “고난의 행군 시절에 100만 명이 죽어도 소리없이 가만히 벽을 보고 죽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대량 아사 사태를 오히려 선군정치를 세우는 기회로 삼았다. 북한은 자본주의 사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가 공동 개최한 ‘북한 오미크론 사태와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북한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3만 4540명으로 추정되며, 현재 북한에서 입원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산소투여나 폐렴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3만여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오 위원장은 북한에서 이번 유행이 4월 중순에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향후 북한 인구의 50% 감염되는 경우 약 70만 명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씨는 “만약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이를 받지 않으면 북한 입장에서는 ‘윤석열의 코가 잘린 것’이 된다”며 “한 마디로 남한의 대통령이 김정은한테 추파를 던졌다가 김정은한테 차인 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북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좌파보다 더 끔찍하게 북한을 모른다”고 했다.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규정하고, 지난 12일 새벽부터 나흘간 7차례나 현지지도 ‘강행군’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약품 공급안돼' 검찰소장 질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지난 15일 또다시 비상협의회를 소집하고 방역대책토의사업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검찰소장 등을 강하게 질책하며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들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2.5.16
북한 김정은, '약품 공급안돼' 검찰소장 질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지난 15일 또다시 비상협의회를 소집하고 방역대책토의사업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검찰소장 등을 강하게 질책하며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들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2.5.16

김정은은 지난 12일 새벽 2시에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전격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언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동선을 당일 오전 10시 이전에 신속히 공개했다. 김정은은 이날 집권 이후 처음으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시찰하고 방역실태와 전파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또한 이틀 뒤인 14일 정치국 협의회를 재차 소집하고 처음으로 전시 비상용인 ‘국가 예비의약품’을 풀도록 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이른바 ‘1호 물자’로 불리는 본인과 가족용 상비약을 전격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김정은은 15일에는 당 정치국 비상협의회를 소집해 의약품 공급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오히려 사재기 등 불법 행위가 만연하자 중앙검찰소장을 신랄히 질타하고 특별명령으로 인민군 군의부문을 투입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이날 심야에는 평양 대동강 구역의 약국들을 둘러보며 의료실태를 파악하고 낙후한 의약품 보관실태를 지적했다.

유동렬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코로나19 대규모 발병 사실을 보도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첫째 북한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코로나19가 발생했지만 더 이상 보안유지가 필요 없거나 보안유지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둘째 북한주민들에게 김정은이 코로나19와 같은 방역문제와 민생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고 지도자의 애민정신을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김정은이 코로나19 방역 실패는 당정부 간부들을 숙청하고 물갈이하는 명분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평양의 대성구에서 16일 의약품관리소(약국)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날 신규 발열자는 26만9천여 명, 사망자는 6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5.17
북한 평양의 대성구에서 16일 의약품관리소(약국)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약을 처방해주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날 신규 발열자는 26만9천여 명, 사망자는 6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5.17

김국성 씨는 “김정은이 하는 모든 행동들은 ‘쇼’”라며 “김정은이 방문한 평양의 약국은 ‘외화약국’으로 오직 평양시에서만 외화 획득을 위해 존재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5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집에서 자체로 몸을 돌보는 방법’ 기사에서 “기침이 나면 꿀을 먹어라...안동우황환을 한 번에 1~2알씩 더운물에 타서 3~5일간 먹거나 삼향우황청심환을 한 번에 한 알씩 하루 2~3번 더운물에 타서 먹는다”고 소개한 것에 대해서도 김 씨는 북한주민들이 쉽게 구할 수 없는 약들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북한에서 꿀은 구하기 쉽지 않다”며 “더욱이 안동우황환은 한통에 40~50달러나 나간다. 2500만 일반 북한주민들은 결코 입에 댈 수 없는 약들”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새벽 2시에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개최하는 것도 북한주민들에게 보이기 위한 ‘쇼’”라며 “국내용 선전 목적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향해 대외용으로 편집해서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은 체제 위협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김정은의 리더십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은이 지난 13일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당과 인민의 일심단결에 기초한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국성 씨는 “북한에서 ‘일심단결’이란 정치의 최고 이정표”라며 “북한주민들한테 김정일 시대의 고난의 행군 시절처럼 ‘죽으나 사나 죽어도 당을 믿고 김정은을 따라가자’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열 원장도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체제가 흔들린다고 언론들이 보도하는데 나는 그런 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아파서 죽는 것보다 굶어죽는 것이 더 끔찍한 일인데 1990년대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 때문에 100만 명 이상이 아사하는 상황에서도 체제를 유지했다”고 했다. 윤 원장은 “북한 김씨 일가의 기본 입장은 북한의 체제 유지 세력인 당정군 고위 간부들 약 300만 명만 잘 관리하고 정상적으로 배급을 줄 수 있으면 체제유지에는 사실상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만약 북한주민들의 정권을 향한 불만 수위가 높아지면 당정군 고위 간부들 즉 세도가들이 잘못했다고 책임을 전가해 공개총살이나 숙청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시각으로 보면 북한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응이나 약품 부족, 부실한 의료체계 때문에 북한체제가 곧 붕괴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수령절대주의체제는 모든 잘못을 고위 간부들에게 돌리지 김정은에게 책임이 돌아오도록 하는 시스템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