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20∼24일)을 앞두고 연일 거친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제츠 정치국원은 18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사리사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중국 공산당 내 최고위 외교 전문 간부이자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유명하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대만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길을 점점 더 멀리 가는 것으로, 정세를 위험한 곳으로 이끌 것"이라며 "중국은 반드시 확고한 행동으로 주권과 안전이익을 보호할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고도 했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중국 압박을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 간주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미일 양국이 오는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공동성명을 조율 중이며 '중국을 공동으로 억지해 대처한다'는 내용 등이 이번 성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워싱턴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도 52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 언급됐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이번 정상회담에선 대만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는 중국의 행동을 억지하고(deter) 미일이 협력해 대처한다(repond)"는 표현이 들어간다고 한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기간(22~24일)에 IPEF 공식 출범을 선언한다. 기시다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체로 대중 포위망의 일환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주일대사 출신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일본이 (바이든 방일 기간)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데,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기도 전에 미·일이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논조가 난장판을 이루는 것이 우려와 경계를 자아낸다"며 "일미 양자 협력은 진영 대항을 유발해서는 안 되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쳐서는 더욱 더 안 된다. 일본 측은 역사의 교훈을 얻으라"고 일갈했다.

왕 부장은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영상회담에서도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며 중국의 핵심이익 존중 및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반대 등의 견제성 메시지를 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18일 중국의 대외무역투자 지원 기관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기념행사 영상 축사에서 미국 주도의 IPEF 출범을 우회적으로 견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9일자 사설에서 "한 대국의 지도자가 다른 대국의 주변 국가에 가서 공개적으로 도발하고, '진영화' 체제를 설계해 협력·발전을 위한 지역의 기존 양자·다자 체제를 파괴하려 시도하는 냉전 색채 농후한 지정학적 외교가 언제 미국과 서방 여론에 의해 당연시된 것인가"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또 IPEF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중국을 디커플링시키고 안보 영역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국을 배격하는 '소그룹'을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절대다수의 아태 국가들이 미국 옆에서 호가호위하며 중국을 겁주는 것은 통하지 않으며 미국을 위해 무모한 일을 하는 것은 더욱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고 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 순방에서 경제 안보와 관련한 주요 현안 외로도 한일 양국에 핵 억지력과 관련해 주목되는 발언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 우산 약속을 한층 명료한 문구로 강조하는 방향이다. 한일 양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까지 다방면으로 심화시키는 목적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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