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국민들에게 요구되는 오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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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5.20 09:31:40
  • 최종수정 2022.05.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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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업은 망한다. 그러면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오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헌법학)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

1. 국민이 주권자라는 자각, 그 의미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국민주권이다. 국민주권을 배제하는 민주주의는 있을 수 없으며,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이비 민주주의조차도 국민주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주권이 실제 어떻게 실현되고, 구체화 되는지에 대해서 적지 않은 혼란이 있다. 국민이 주권자이고, ‘나라의 주인’이라고 말하지만, 명목상으로만 주권자일 뿐, 실제 나라의 주인으로 대접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250여년 전에 룻소가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민주국가의 국민들은 선거 때에만 나라의 주인으로 대접받을 뿐, 선거가 끝나면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자들의 압제 하에서 살게 된다고 말했다.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얼마나 다를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스스로가 주권자임을 알고 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이 이를 명시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언론에서도 국민이 주권자라고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자각’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자각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민이 주권자임을 아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의 의미를, 즉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만 주권자이고, 주권자가 국민의 대표자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또 국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주권자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이 주권자라고 명시한 헌법 하에서 대통령이 제왕처럼 군림하고, 국민이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경우에는 주권자로서 자각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이러한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이해하면서도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주권자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록 주권은 양도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라의 주인이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경우에는 주인으로 대접받는 것도 함께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권자인 국민도 권리 위에 누워 잠자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2. 국민이 국가라는 초거대기업의 오너라면,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은 전문경영인이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것,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달리 표현하자면, 국민은 국가라는 초거대기업의 오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오너의 형태 및 역할도 다양할 수 있다. 1인기업의 형태가 있는가 하면,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면서 대주주로서 실질적인 오너가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오너가 직접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경영인을 고용하여 경영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이라는 초거대기업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경영되고 있는가?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의 오너라는 점에서 이는 1인기업이 아니라 주식회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동일한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대주주가 존재할 수 없는 형태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동일한 것도 아니다. 주권(=오너십)은 오로지 국민에게만 있고, 모든 국민은 동등한 주권자라는 점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오너 경영은 가능하지 않다. 국민 모두가 경영자가 되어 대한민국을 직접 경영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 요구되는 전문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대한민국이라는 초거대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외교, 국방, 통일, 경제, 노동,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이에 관한 모든 사무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올바른 경영이 되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경영을 위해 대의제라는 형태로 전문경영인들을 뽑아 이들이 국가사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 등의 공직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초거대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뽑힌 전문경영인들인 셈이다.

대한민국의 경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들도 있다. 예컨대 정당의 경우 선거의 실질적 주체가 되어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을 통해 전문경영인들의 선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조직화하여 대한민국의 경영에 관한 기본정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면 국민들은 소액주주이고, 정당이 대한민국의 대주주인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오너)는 오로지 국민뿐이다. 대한민국에는 어떤 대주주도 존재할 수 없고, 모든 국민이 동등한 지위의 주주인 셈이다. 그리고 정당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수렴하고, 조율⋅조정하는 임의단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정당은 그 힘이 커지지만, 국민이 외면하는 정당은 약해지고, 소멸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경영인들과 마찬가지로 정당의 힘도 국민에 의존하는 것이다.

3. 국민들은 전문경영인을 어떻게 선출하고, 통제해야 하는가?

국민이, 국민만이 대한민국의 오너라고 할 때, 대한민국이 어떻게 발전하느냐는 –현실적으로 오너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어떻게 선출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경영인의 선출을 위한 첫째 기준이 능력이라는 점은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21세기의 무한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해야 하며, 이들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능력에 못지 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은 도덕성이다. 비록 능력은 뛰어나지만 오너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뒷돈 챙길 생각에 엉뚱한 짓을 하는 전문경영인이라면 백해무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경영인은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엘리트 중에서 그런 인재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이 선출한 전문경영인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들이 많았던 것은 왜일까?

능력은 충분하지만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도덕성에는 결함이 없지만 능력이 부족한 경우, 혹은 능력과 도덕성보다는 코드 인사에 치중했던 경우 등 다양한 원인이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들이 전문경영인의 선출에서 오너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에 있다.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선출하면서 그가 잘 생겼는지, 옷맵시가 좋은지, 부인이 예쁜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한가? 전문경영인의 출신 지역이나 종교, 학교 등을 따져야 하는가? 물론 그런 것들이 능력과 결부될 경우도 간혹 있겠지만, 능력과 무관하게 이런 것을 따지는 오너들이 있다면, 이는 오너로서의 자각이 부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들의 임기 동안의 역할에 대해 평가하고, 통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적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내려져야 하며, 주관적인 호불호에 의해 평가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문경영인에 대한 팬덤이 있고, 그로 인하여 오너의 전문경영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은 오너로서 갖춰야 할 태도가 아니다.

4. 국민이 오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너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업은 망한다. 그러면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오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국민이 오너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전문경영인이 실제 오너가 되고, 국민은 오너로서 이들을 선출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일해야 하는 위치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특정 전문경영인의 열성 팬이니까 하인이라도 괜찮다고 할 것인가?

인류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수백 년 이상의 노력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피와 땀이 요구되었다. 그 바탕 위에서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었고,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해방 직후 민주공화국을 건설하였으나, 3.15부정선거와 4.19혁명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자각하게 됨에 따라 비로소 민주주의가 국민의식 속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이후 1987년 6월혁명은 대규모 유혈 충돌을 각오한 시민들의 결기를 보여주었으며, 결국 대한민국 민주화의 기초가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속에 조금씩 성장해온 민주주의를 내 손으로 포기한다는 것이 간단한 것일까? 내 손으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히틀러에게 한 표를 주었던 독일인들이 어떤 결과를 감수해야 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가?

민주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이러한 축복을 받고 태어난 국민들은 후대에게 이를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주국가의 주권자로서, 즉 오너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하며, 의무로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오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는 민주주의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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