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전 조달청장

DSR규제 등 개선을 제안한다

청년들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려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부동산 대출의 대표적인 규제가 LTV(주택담보인정비율)인데, 돈을 빌려줄 때 부동산의 담보가치의 수준을 정한 것이다. 공시지가 등 공정가격이 있으나 은행권의 안전을 위해 100%인정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공정가액의 40%까지 인하했다. 10억짜리 아파트를 빌리는데 4억까지만 대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장에서는 불만이 쌓이게 된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청년들에게 LTV80%까지 올려주겠다는 공약을 했다.그런데 청년들을 위해 LTV를 올려 줬으나 그것만으로 대출이 확대되지 않는다. 소득에 기초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DSR(총부채원리금 상환제도)규제가 대출을 옥죄기 때문이다.

즉 LTV 한도를 40%에서 80%로 올린다 해도 당사자의 소득이 낮으면 대출규모는 늘릴 수 없다. 그래서 DSR을 유지하면서도 대출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즉 2030세대가 집을 살 때 ‘미래소득’을 높게 반영해 대출한도를 늘려주거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현행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DSR규제 지속할 필요 있는지 의문

그럴 거면 굳이 DSR규제를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실 2007년 이전만 해도 소득수준을 가지고 대출규제를 하는 제도가 없었다.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도에 부동산 투기룰 억제할 목적으로 DTI(총부채상환제도)가 도입되었다. 당해 대출금 상환을 할 수 있는지 현재소득 수준을 따지는 제도였는데 최근에는 가계대출이 문제가 되면서 이보다 강화된 DSR제도가 도입되었다. 

DSR은 당해 대출의 원리금 상환뿐아니라 다른 금융대출의 원리금 상환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그마큼 대출받기가 힘들어진다. 

DTI나 DSR은 어쩌면 주택시장에 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제도라고 보여 진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돈을 풀면서도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위해 주택을 사는 데는 대출해주지 않으려는 관료들의 마음이 만들어낸 제도다.

실제로 소득이 없더라도 집을 사서 그것을 담보로 대출받아 다시 새집을 사는 부동산투기자를 제어하는 데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2014년 최경환부총리가 부동산 활성화대책으로 DTI 완화를 주장한 것만 봐도 투기억제효과는 있었다. 

빈익빈 부익부 심화시키는 DSR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신용이 좋은 사람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로 되어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이자율이 낮고 정부가 돈을 풀고 있어 실물자산이 오르는 시점에는 돈을 빌리면 큰돈을 벌 기회가 많아진다. 그런데 대출을 소득기준으로 하게 되니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불리하게 된다. 특히 소득이 없는 청년들이 주택융자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DTI·DSR 규제가 가계부채의 팽창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나 실거주자에 대한 주택금융을 어렵게 한다. 특히 어려운 사람의 은행대출을 힘들게 해서 단기 대출과 고금리시장을 찾게 한다. 즉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가계부채 관리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재인 전대통령이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는 금융에 무지한 발언을 했지만 은행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는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이루고 부동산 투기가 극심했던 것도 이자율이 낮은 때문이 아니었을까? 정부는 경기가 나빠지면 경기부양을 위해 이자율 인하정책을 실시해왔다. 산업에 피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지만 돈이 풀리면 돈값이 떨어지고 실물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즉 이자율이 떨어지면 증권가격이 올라가고 부동산 시장도 활황이 된다. 다만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 서민생활을 위협하면 안된다. 그래서 LTV, DTI, DSR 같은 규제가 저이자율 환경에서 부동산안정화 대책으로 이용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오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은 이자율인상 랠리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여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고 시중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돈 빌리는 비용을 올리게 되니 전반적인 대출 수요도 줄지만 주택 등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터이다. 

이자율 정상화되면 DSR 제도 역할 더욱 떨어져

이자율이 정상화된다면 저이자율인 상황에서 유용했던 DSR DTI제도의 역할도 떨어진다. 굳이 소득기준으로 대출을 제약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 이미 부동산 시장은 활황을 지난 것 같다. 파인튜닝으로 청년들에게만 특별한 지원대책을 세우지 말고 규제완화차원에서 DSR과 DTI는 폐지・완화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리고 LTV는 담보가치를 유지해서 융자회수를 돕는 기제이므로 LTV도 일정 비율로 통일하든지 은행 자율에 맡기되 최고한도만 정하면 좋지 않을까? 현행 은행권의 LTV는 지역과 주택가격 등에 따라 20∼70%로 다르다. 청년에게만 LTV를 올려주고 미래소득을 부풀려 계산하는 것도 이상하고 사람의 나이에 따라 대출을 위한 담보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국가가 강요하는 규칙이 이처럼 명확한 근거도 없이 엿가락처럼 달라지는 것은 곤란하다.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제도는 보편적 규칙이어야 한다. 그래야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장의 왜곡이 줄어든다.<김상규 전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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