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하이노넨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다탄두 핵폭탄의 소형화를 위해 조만간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최근 핵 기폭장치 작동 실험을 진행했다면 이는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을 위한 전술핵무기 시험의 준비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할 때 핵 기폭장치를 실험하는 것은 일반적인 과정”이라며 “특히 실제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소형화되고 복잡한 핵무기를 실험할 경우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공언한대로 전술핵무기를 도입하고 여러 개의 탄두가 각각의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다탄두 핵탄도탄(MIRV)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통해 핵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소형화된 핵탄두 설계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소형화된 탄두를 개발하려면 탄두가 계획대로 작동하고 필요한 폭발 수율이 달성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체역학 실험 등 광범위한 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폭장치의 유체역학 실험은 실제 폭발을 기록하기 위해 고속 카메라와 플래시 엑스레이 등 진단장비를 갖춘 특수 제작된 대형 공간이 있는 고폭발성 실험장에서 수행된다”며 “이런 실험을 통해 천연 우라늄이나 텅스텐 등 무거운 대체 물질을 사용해 핵분열성 물질을 모의 실험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이 같은 기폭장치 실험은 새 핵실험 준비 과정에서 기술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할 수 있다”며 “북한이 기폭장치 실험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면 핵실험 재개 시기는 핵실험 자체의 준비 상태와 정치적 결정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위성사진에서 풍계리 핵 실험장의 기폭장치 관련 실험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보통 기폭장치 실험은 핵실험장 내 갱도가 아닌 재래식 무기 시험에 사용되는 고폭탄용 군사 실험장에서 수행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폭장치는 핵실험 과정에서 핵분열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기폭장치 실험은 실제 핵실험을 했을 때 고폭장약이 잘 작동되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기폭장치 실험이 7차 핵실험 징후인지 여부는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예년의 경우에도 이런 실험이 진행됐을 때 바로 핵실험으로 이어지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VOA에 북한이 과거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기폭장치에 대한 기술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새 기폭장치 작동을 실험했다는 것은 전과 다른 새 핵무기를 위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에 핵폭발 장치를 실제로 결합하기 전에 잘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싶어할 것”이라며 “북한이 소형화 시험이나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실험을 거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핵실험 준비단계로 볼 때 북한은 이미 갱도의 기존 입구와 새 입구를 연결하고 굴착과정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며 “핵실험을 위한 공간까지 전기 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만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울브라이트 소장은 “일반적으로 전기 케이블 선로 연결은 핵실험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며 다만 “보통 실험 전 본 케이블을 깔고 방사성 파편이 포함된 폭발파가 갱도 입구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핵실험과 갱도 일부를 밀봉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핵실험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울브라이트 소장은 “만일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최소 2회 이상의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며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한 번의 실험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북한이 2단계 수소폭탄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소형화된 전술핵무기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핵실험을 진행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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