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된 고강도 대출 규제에 '청약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에서도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삼양사거리특별계획3구역 재개발)는 전용면적 39㎡A 3가구, 53㎡A 21가구, 53㎡B 1가구, 59㎡A 11가구, 80㎡A 46가구, 84㎡A 36가구, 84㎡B 21가구 등 총 139가구에 대해 내달 2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에서 328가구를 모집했는데 청약 당첨자의 42%가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에 나선 것이다.

무순위 청약이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일 이후에 나온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아 '줍줍'이라고도 불린다.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당첨일로부터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되는데도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상당수가 고민 끝에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북구에 있는 이 단지는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미계약이 집중된 전용 84㎡형의 경우 분양 가격이 10억8천921만∼11억5천3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난달 진행된 1순위 청약의 경쟁률이 한 자릿수인 7.3대 1에 그친 바 있다.

올해 강북구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강북종합시장 재정비)도 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가 속출했다.

이 밖에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에스테이트개봉역',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더하이브센트럴'과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 등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서울에서도 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에 따라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지는 단지가 많아졌다.

이들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는 지역이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주택 분양보증 심사 업무의 연장선으로, HUG는 정부 규제지역(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제외)에서 분양가가 일정 기준보다 높으면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고분양가를 통제한다.

HUG는 분양가가 과도하게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9월 30일부터 주변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심사 기준을 개선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5억5천545만원으로, 작년 1∼9월 민간분양 아파트 평균 분양가(4억8천378만원) 대비 약 8개월새 14.8% 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고분양가 심사 제도 개편에 이어 내달 중 분양가상한제를 손질할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정부는 분양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2016년 7월부터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9억원을 초과하면 중도금 대출을 사실상 모두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통상 계약금과 중도금이 각각 20%, 60%인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10억원일 경우 8억원은 수중에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사업 주체의 알선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중도금 대출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아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다 결정적으로 올해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는 잔금대출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됨에 따라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청약 인기가 급격히 식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부터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개인별 DSR 규제가 1금융권은 40%, 제2금융권은 50%로 적용되고 있는데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조만간 분양가상한제 개편과 대출 규제 완화를 예고했지만, 상한제는 대폭 수정이 아닌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미세 조정, 대출은 실수요자 중심의 규제 완화에 각각 무게를 두는 상황"이라며 "서울에서도 입지적으로 열세이거나 상대적으로 주변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는 고분양가 단지는 외면받는 '옥석 가리기' 현상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