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퇴임한 대통령은 철옹성 같은 요새에 둘러싸였고, 현직 대통령은 특별경호도 없이 국민의 일상과 함께하니 말이다. ‘사람이 먼저’라며 그리도 서민임을 외치던 문재인은 퇴임 후 결국 국민과는 유리된 성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자연인으로 살겠다는 그의 말은 언제나처럼 거짓말임이 금세 드러났다. 연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다. 급기야 따님이 직접 나서 그의 낮잠 자는 모습까지 공개하더니 자칭 문파1호로 자처하며 또 갈라치기를 한다. 달콤한 권력욕에 취해 아직도 몽환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등꼴 빠지도록 일한다’는 우리네 서민들이 꼬박꼬박 나라에 바친 세금으로 매월 천 사백여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니 참으로 허탈한 일이다. 나라를 이 지경까지 파탄에 이르게 하고도 국민 앞에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대체 무엇이 그리도 당당할까?

그의 재임 시절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건 차치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목숨 걸고 넘어온 탈북 청년 2명을 강제 북송하는 천인공노할 일을 일삼고도 그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

2019년 11월로 거슬러 가보자. 그날 대한민국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판문점을 통해 탈북주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일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한다. 이 사건은 정부 수립 이후 북한 주민을 강제 추방한 첫 사례로 기록되며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심각히 훼손했다. 그들은 판문점에 도착할 때까지 자신들이 북한에 송환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경찰특공대 호위속에 눈을 가리고 포승줄로 묶인 채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판문점이었다. 그제서야 자신들이 북송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땅바닥에 그만 털썩 주저앉았다는 그들은 북송되면 자신들의 운명이 어찌 될지 당연히 짐작하고 남았으리라.

당시 정부는 이들이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며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내용을 보면 이들은 분명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강제북송에 관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그들은 법치국가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 심판의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통일부와 국정원의 임의적 판단에 따른 당시 조치는 헌법은 물론 유엔 고문방지협약법에도 위배 되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수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탈북민들은 정부가 정치적 이득에 따라 자신들도 언제든 강제북송 시키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북한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종전선언과 평화라는 허울 아래 귀한 목숨을 사지로 내몬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결코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문재인은 물론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분단부역자로 일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재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정진석 국회의원은 당시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 자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이 정권에서는 문제 안삼겠지요.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이번 문제에 가담한 사람들이 상당한 곤욕을 치를지 모른다”라고 언급했다. 정치인은 자신이 한 말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정진석 의원의 발언은 분명 정치보복 차원의 의미가 아니었을 거다.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었을거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국회의원으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했던 책임감에서 비롯된 발언이라 믿고 싶다.

평양으로 송환된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판문점을 넘어서면 분명 모진 고문과 처벌, 종국에는 죽음뿐이라는 것을 당시 정책결정자들은 정녕 몰랐을까? 통일부 장관이기 이전에 명망 높은 학자로 살았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양심선언이라도 기대하는 건 과분한 일인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 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먼저라며 낮은 자의 삶을 대변해 줄 것 같았던 그들의 위선은 정치권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목숨까지 흥정의 대상으로 여긴 걸까?

이제 남은 건 자유대한민국의 가치와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다. 강제 북송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건 정권이 바뀌어 정치보복을 하는 게 아니라 불의와 부당함에 대한 살아있는 양심의 문제이다.

취임사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강조한 윤석렬 대통령이 직접 북한 주민과 ‘먼저 온 통일’인 탈북민들을 향한 메시지를 보내주면 어떨까? 대한민국은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법치국가로서 자유대한의 품으로 오는 모든 북한주민을 따뜻하게 맞아 줄 것이며 송환하는 일은 이제 결코 없을 거라고.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여러분을 북한에 돌려보내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가치를 저 북녘의 사람들도 똑같이 누릴 그 날이 속히 오길 바라본다. 아울러 정진석 의원님께 다시 한번 정중히 부탁드리고 싶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 국민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속히 진상규명에 앞장서 주시기를...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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