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권 5년간 민주당의 지긋지긋한 내로남불과 오만, 독선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귀결됐다.

가장 아쉬운 점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은혜 국민의당 경기지사 후보가 불과 0.1%, 8천여표 차이로 민주당 김동연 후보에게 패배함으로써 민주당이 전면적인 쇄신이 아니라, 기존 행태를 유지할 수 있는 소지를 준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경기도의 표심이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4년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경기도의 시장 군수, 기초단체장 31개 중 단 두 곳을 제외한 29개를 가져갔지만 이번에는 불과 9곳에서 이기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후보에게 진 것은 김 후보 자체의 득표력에 한계를 보인데다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보수성향이 강한 5만4000표(득표율 0.95%)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김은혜 강용석 후보간 단일화만 이루어졌다면 무조건 이겼을 것이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난 2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경기도지사 선거결과를 놓고 강용석 후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펜앤마이크 취재를 종합하면 강용석 후보만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운 정황을 안고 있다.오히려 김은혜 강용석 후보간 단일화를 가로막은 것은 김은혜 캠프 내부의 ‘단일화 불필요론’, 더 나아가 ‘단일화 감표론’이 결정적이었다.

강용석 후보측은 후보등록 시점은 물론 그 이후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은혜 후보측에 지속적으로 단일화를 사실상 ‘구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은혜 후보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는 김은혜 캠프의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공유된 ‘단일화 불필요론’ 내지 ‘단일화 감표(減票)론’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우선 단일화 불필요론은 어차피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최종 투표단계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막고 자신의 표를 사표(死票)로 만들지 않기 위해 김은혜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기 때문에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강용석 후보의 득표는 소수점 단위로 떨어진다는 논리였다.

실제 언론사 여론조사 기준 최고 5%까지 기록했던 강용석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0.95%로 소숫점 이하에 머물렀다. 하지만 승부는 0.1%, 8000여표 차이로 갈렸고, 강용석 후보는 무려 5만4000표를 가져갔다.최악의 악몽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경기도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5%포인트 가량을 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화 불필요론이 오만함 그 자체였던 것이다.

김은혜 캠프에서는 강용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두고 ‘단일화 감표론’도 팽배했다. 극우 성향에 돌발행동으로 국민적 이미지가 좋지않은 강 후보와 단일화 할 경우 중도층의 표가 이탈해 전체적으로 감표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단일화 감표론’은 김은혜 캠프의 일부 인사들이 경기도에서 보수성향이 강한 동북부 지역 유권자들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김문수 전 지사, 정병국 전 의원등을 이 지역에 투입해 유세를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김은혜 후보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신 김은혜 후보와 캠프의 핵심 관계자들은 김 후보의 ‘성공한 젊은 커리어 우먼’ 이미지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경기 서부지역과 젊은층 공략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보수성향이 강한 경기도 동북부 10여개 시군 중 김은혜 후보는 여주시와 가평군을 제외하고는 60% 득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도 최북단 연천군에서도 김은혜 후보의 득표율은 58.0%에 그치고 말았다.

“보수. 집토끼는 알아서 집으로 돌아온다”는 김은혜 후보측의 오판, 오만이 패배를 부른 것이다.

정치평론가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전통적으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보수 후보는 동북부 지역의 표를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관건인데 김은혜 후보가 중도확장 전략에만 치중하느라 이 점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용석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차명진 전 의원은 2일 자신의 SNS에 단일화 불발에 따른 선거패배 책임문제와 관련, “강용석에게 김은혜 패배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국힘당내 자강론자들의 뇌피셜이다.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을 대한민국탓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 후보는 일찍부터 김은혜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고 조건을 제시했지만 철저하게 무시당했고, "극우랑 단일화하면 중도가 빠져 나간다며 지지선언도 하지말고 아예 소리소문없이 죽으라 했다.”면서 “오히려 단일화 얘기를 오래 끌어서 자유우파 지지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고 있던 표도 빠져나가게 만든 게 후회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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