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 14년 만의 최고치인 5.4%까지 뛰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려 있던 소비 수요가 회복하면서 기름값과 각종 먹거리, 외식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공과금도 크게 뛰었다.

3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월 0.9%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작년 10월(3.2%) 3%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로 치솟았다.

지난달에는 전월(4.8%)보다 상승 폭이 0.6%포인트 확대됐다.

5%대 물가 상승률은 기름 등 공업제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견인했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5월 물가 상승률 중 절반인 2.86%포인트를 공업제품이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가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34.8% 상승했다. 이 중 경유는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7.6%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했다.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5월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1.57%포인트였다.

외식 중에는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이 많이 올랐다. 외식 외에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외에 다른 품목도 줄줄이 올랐다.

특히 전기·가스·수도가 9.6% 올랐는데 이는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기요금은 지난 4월 인상이 반영돼 11.0% 올랐고, 도시가스 요금 역시 4월과 5월 연달아 인상돼 11.0% 상승했다. 상수도료도 3.5%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4.2% 오르며 전월(1.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으로 축산물 중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 가격이 뛰었다. 농산물 중에는 감자(32.1%), 배추(24.0%) 상승률이 높았다.

집세는 2.0%, 공공서비스는 0.7% 각각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1%로 2009년 4월(4.2%) 이후 최고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 등 오름폭도 확대됐다"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 심의관은 "6월 물가는 전월비 상승률이 -0.4% 이상이 되지 않는 한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3%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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