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제2연평해전 등 北 도발 맞선 호국영웅들 용산 집무실 초청
"연평도 포격도발 北사과 요구"에…尹 "사과 필요없다, 원점타격"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2.6.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2.6.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당한 장병 유가족과 생존 장병,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유가족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선 호국영웅들과 그의 가족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이란 제목으로 진행된 것으로 천안함 폭침 희생자 유가족, 생존 장병 10명, 제2연평해전 참전자, 유가족 4명, 연평도 포격 도발 관련자, 유가족 4명, 목함 지뢰 도발 부상자 2명 등 20명이 참석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예비역 해군 대령)과 전준영 예비역 병장,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인 윤청자 여사,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경비정과 전투를 벌이다 중상을 입은 이희완 해군 중령, 2015년 DMZ 수색 작전 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약 2시간 동안 한식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하며 호국 영웅 및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에 앞서 대접견실에서 “천안함 마흔여섯 분 용사와 (천안함 실종자 구조 과정서 순직한) 한주호 준위, 연평해전 여섯 분 용사, 연평도 포격전 두 용사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에게도 감사와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과 보훈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확실한 보훈체계 없이 강력한 국방이 있을 수 없고 보훈체계는 강력한 국방력의 기초”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방을 책임지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제가 여러분을 지켜드리겠다”며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밝혔던 보훈정책 강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13년 전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는 “말련 휴가를 나오던 도중 부대로 복귀하다 전사한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지난 정부가 평화라는 이름으로 비난 한마디 못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당당하게 북한의 사과를 요구해달라”고 했다. 김 씨가 “휴가로 들떠 있던 아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말했을 때 좌중이 숙연해졌고,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20년 서해 수호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했던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씨는 “세월이 흘렀지만 나도 초등학교 때 배운 것들은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며 “천안함과 연평해전 같은 북한의 도발을 교과서에 소상히 적어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를 지킨 영웅을 제대로 예우하고 유가족의 억울함이 없도록 따뜻하게 모시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마음은 지금도 똑같다”고 했다.

이어 “국민과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나라를 지키는 영웅들을 기억하고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국가가, 국민이 누구를 기억하느냐가 그 나라의 국격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호국영웅들과 유가족들에게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이제까지 국가가 제대로 예우하지 않았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최원일(예비역 해군 대령) 전 천안함장은 “바쁜 국정에도 저희 유가족과 장병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호국과 보훈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통령과 현충원에서 양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묘비를 닦아주던 보훈처장 모습에 저희는 많이 감명받았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한반도 평화를 이유로 북한 도발이 북한 소행임을 외면, 부정하는 세력들에 의해 저희들은 계속 상처받고 있다”며 “제발 이 나라에서 저희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족이고 생존 장병이었다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게 해달라”고 했다.

최 예비역 대령은 천안함 현역 장병들 일부가 트라우마로 인해 배를 타지 못해 진급에 어려움을 겪고, 전역 후 병원 기록 부족으로 국가유공자 지정도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호소했다.

연평도 포격전 유가족이 “이제 연평도 포격도발에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북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만에 하나 천안함, 연평해전 같은 북한의 도발이 일어날 경우 윤석열 정부는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며 “사과 필요 없다. 비슷한 일이 생길 경우 선조치 후보고, ‘원점타격’하라고 우리 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한미가 공조해 상응하는 대응을 함으로써 생존 장병과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성우 회장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아니라 거침없고 확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서해 수호 가족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느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미니버스를 타는 곳까지 나가 배웅했다.

청사 입구에선 참석자들의 입장과 귀가 시 국방부 의장대 도열이 이뤄졌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대통령실을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1층에 레드카펫도 깔렸다.

식사 전 환담이 진행된 소전겹실에는 흰색 테이블보를 두른 테이블 위에 순직 장병과 유가족의 사진 액자 10개가 놓였다. 제2연평해전의 참수리 357호 장병 모습과 천안함의 서해상 마지막 훈련 모습을 각각 담은 액자 2개도 별도로 놓였다.

윤 대통령은 오찬 후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 액자를 유가족에게 건넸다. 참석자들에겐 대통령 손목 시계도 전달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정부처럼 정치적 환경에 따라 호국영웅들이 국가에 냉대받고 소외당하거나 평가절하되는 일이 없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합당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천안함 장병과 유족을 만났고 지난 1일에는 천안함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청와대를 '깜짝' 관람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훈·안보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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