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고용시장 양극화 교육개혁 시급하다
[오정근 칼럼] 고용시장 양극화 교육개혁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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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올린 반도체인력 문제의 파장이 교육개혁의 단초를 열 것인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며 “미래산업의 핵심은 4차 산업이고, 반도체는 4차 산업의 쌀이다”라고 강조하며 전 부처에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특단의 노력을 주문했다. “우리 모두 반도체 공부를 해야 한다”며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얼마 전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백악관 반도체회의를 주재하던 바이든을 연상케 한다. 대통령의 질책에 교육부는 하루 만에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입학정원 증원 방안을 내놓았다.

지금 반도체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앞으로 10년간 약 3만 명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수도권 소재 대학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입학정원 증원이 불가능했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서도 이 내용은 빠졌다. 대학이 학부를 통폐합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학과 정원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 학과들의 저항으로 거의 실현이 불가능하다. 기업들은 수도권 주요 대학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지만 모두 합해 15개 대학 419명에 그친다. 평균 5년 단위의 계약학과라 지속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최대 경쟁국인 대만은 15년 전부터 매년 1만 명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만의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약진이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 반도체 동맹을 공고히 해 중국의 공세에 대비한 안보까지 챙기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대 칭화대 등에서 매년 20만 명의 반도체 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반도체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회의를 주재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안보의 전략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입학정원 증원에 지방대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대에서도 수도권 정원규제의 반사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에 앞장서서 진력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반도체기업을 비릇한 첨단기업들이 지방에 갈 수 있다. 3년 전 SK하이닉스 반도체와 50여 협력업체가 들어가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경북 구미에 유치하기 위해 구미시는 부지 10년간 무상사용까지 제시했지만 결국 경기 용인으로 결정되었다. 주된 이유가 첨단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는 분석이었다는 것이다. 대구에만도 20여개 대학들이 있지만 첨단기술을 배운 인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지방대의 현실이다. 반도체인력만이 아니다. 얼마 전 부산의 한 전기차회사는 연구인력 300명을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채용을 못하고 경기도 기흥에 새로 부지를 구입해 연구동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한다. 역시 부산지역에 대학들이 많지만 첨단 연구인력을 구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지난 2개월 여 20대 대통령직 인수위 일을 하면서 전국 10여개 대학을 방문하고 20여개 대학 총장 교수들과 면담을 해 본 결과 전국 대학들 특히 지방대들의 첨단산업 인력양성 체계가 약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첨단산업 인력양성이 되지 않으니 지방에 첨단기업들이 들어서지 않고 그 결과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아 청년들은 매년 10여 만명이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비싼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몰리면서 결혼도 늦어지고 출산율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40여년 넘게 지속되어 온 평준화와 좌파이념편향 교육결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크게 하락했다.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인력양성에 필수적인 미적분 수학을 아예 공부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보편화된 실정이다. 오죽하면 서울의 일부대학들에서는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미적분을 강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원충원율이 평균 75%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지방대들의 경우에는 이런 기초학력을 따질 겨를이 없다. 또한 14년 된 대학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 재정은 완전히 반사상태다. 이러니 오래전에 공부한 정년보장 교수들 외에 첨단 분야를 강의할 신규 교원을 충원하거나 연구실습실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의 학력은 하락해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 내지 못하니 기업들은 가지 않고 그 결과 취업도 되지 않아 청년들은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수도권대학들은 조금은 낫지만 정도의 차이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40년 넘은 평준화 좌파 이념교육결과 기초학력 하락과 14년 동안 지속되어 온 대학 반값 등록금의 교육 포퓰리즘 결과가 초래한 재앙이다.

이러한 연유로 첨단산업 인력부족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 바테리 미래자동차 블록체인 바이오 소프트웨에개발 등 전방위적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배터리 석·박사급 연구 설계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인력은 1810명 각각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 산업 전체 인력 부족률은 13.3%로 인력 부족 정도가 반도체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개발인력 확보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인터넷과 게임 같은 IT업계는 물론 금융과 유통, 제조,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업종을 초월한 전방위적 개발인력 쟁탈전이 벌어져서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의 올해 인력 부족 규모는 1만여명, 내년에는 1만5000여명에 달한다. 개발자 부족현상이 '대란'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 결과 개발자를 베트남 필리핀 등 외국에서 모셔오는 등 임금 불문 개발자 모셔가기 경쟁이 점입가경일 정도다.

첨단산업 분야의 이러한 인력부족과 구인난과는 대조적으로 청년들의 고용사정은 완전 붕괴수준이다. 2030 청년들이 약 1300여 만명이다. 이 중 실제 실업자인 확장실업자가 약 20% 정도되고 정규직도 20% 안팎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알바를 하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경직적인 주52시간근무 등이 초래한 참상이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서도 제조업이나 음식점 등 서비스업계는 구인난에 비명이다. 제조업은 아예 청년들은 쳐다도 보지 않는 실정이다. 얼마전 부산 조선소에서 300명을 구인하는데 10여 명만 응모했다는 보도다. 그 자리를 메워 왔던 코로나로 인한 인한 외국인공백이 심각하다. 농촌도 마찬가지다. 일손이 없어 농번기에 손을 놓아야 할 형편이다. 일손 없는 농촌에 법무부는 경범죄자 20만 명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보도되고 있다. 음식점 등에서는 시급 12000원에도 알바를 구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첨단산업에서는 인력양성이 안되서 문제이고 전통제조업이나 농산어촌에는 청년들의 기피로 구인난인 가운데 청년들은 고실업 단기알바로 신음하고 있는 현상이 오늘날 한국의 고용시장 실정이다. 모든 청년들이 첨단산업의 고임금 양질의 일자리에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이 청년들을 이처럼 제조업과 농산어촌을 기피하게 만들었나. 인센티브가 부족한지 근로환경 정주환경이 문제인지 청년복지 실업수당 등이 과도한지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율을 자랑하지만 학력수준은 높지 않은 교육제도가 문제인지 등 종합적인 분석과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 여러 문제의 중심에 교육이 있다. 윤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개혁과 혁신,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교육부가 경제부처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식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털(human capital)이고, 우리나라가 도약하려면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이 절박하다.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도 했다. 4차 산업시대에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인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부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심지어 교육부 폐지론 까지 나오고 있는 점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치부해 오며 14년 반값 등록금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대학에 재정 지원을 명분으로 대학을 통제하고 장악해 오며 오늘 같은 대학의 피폐를 초래했다.

첨단산업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의 혁신이 핵심이다. 14년째 동결한 대학 등록금을 계속 묶어선 안 된다. 심각한 재정난 속에서 실험·실습 시설과 교수진 확보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첨단산업학과 등 인재양성을 할 수 없다. 외국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스템(STEM: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해 오고 있는데 한국은 좌파이념교육에만 매몰된 나머지 오히려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어려운 과목을 외면하고 있다. 산업계 수요가 많은 첨단분야의 학과 정원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 정원을 제한하는 40년 된 낡은 수도권정비계획법도 개정해야 한다. 대학들도 학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팽배한 학과 이기주의로는 대학도 국가도 발전할 수 없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만 초래할 뿐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자유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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