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때 노서은양(가운데) 모습 [연합뉴스]
2019년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때 노서은양(가운데) 모습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의 손녀 노서은 양이 2022년 서울대 글로벌인재전형을 통해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양이 9월 서울대 입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학벌주의 타파의 선두주자였으며 정치인의 권위주의 청산에도 앞장섰던 대통령으로 평가받으며 지금도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로 남아있다. 이러한 정치적 거물의 손녀가 학교 동문이 되면 좋아할 법도 한데,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은 왜 분개하고 있는 것일까.

 

서울대 폐지를 주장했던 노 전 대통령의 손녀가 서울대를 온다?

 

서울대 커뮤니티가 노 대통령 손녀의 서울대 입학에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서울대 폐지를 추진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았던 20037월 출범한 교육혁신위원회는 대학서열구조의 해체라는 목표를 지상과제로 삼았다. 그에 대한 기록이 대한민국 국정브리핑(www.korea.kr)실록정책사칼럼 제 1①에 남아있다. ‘실록정책사에 따르면 교육혁신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서열구조의 해체였으며, 시험 성적으로 전국 학생을 서열화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전국 단위의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지역단위별 학력고사를 도입하려고 했다...이와 함께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통해 사실상 대학 서열의 정점인 서울대를 없앰으로서 서열 구조를 해체하려 했다.”

하지만 교육혁신위원회의 시도는 실패했고 그 결과 서울대학교는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 경험은 교육혁신위에 큰 트마우마로 남아 있던 것으로 보인다. 2년 후인 20057월 발간한 ‘2년 활동 백서에 실패 원인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이 '뒤끝'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소위 일류 대학들의 엘리트 교육을 고집하는 기득권 고수 입장, 교육부의 현실 타협론이 입시제도의 혁신을 아주 어정쩡한 형태로 귀결짓게 했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서울대에 적대적이었고 평준화 정책을 실시했던 대통령의 손녀가 서울대에 입학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명문대 애증은 좌파의 유구한 전통인가

 

서울대로 대표되는 국내 명문 대학에 대한 좌파의 전통어린 애증을 이번 노 전 대통령 손녀의 입학에서도 볼 수 있어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도 많다. 여기서 말하는 애증이란 명문대를 해체·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식들은 명문대에 입학시키고자하는 모순된 태도를 말한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좌파 정부가 집권할 때마다 교육 정책에 있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던 서울대 폐지나 그보다 좀 더 순화된 표현인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같은 이야길 들을 때마다 항상 모교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가장 없애고 싶었던 학교를 그 손녀가 들어온다니 말이 되냐는 것이다.

명문대에 대한 좌파의 모순된 태도는 이번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17대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은 대선 당시 교육 공약으로 수능 폐지·대입자격시험 대체, 생활기록부만으로 대학 선발 가능과 같은 정책을 내 비현실적, 포퓰리즘적이란 비판을 받았었다. 그런데 그의 두 아들은 외고, 스탠포드 공대, 연세대 경영학부 등 국·내외 명문대학을 진학한 바 있다. 유시민 씨는 서울대 학부 폐지 공약을 낸 적이 있으나 본인은 물론 딸까지 서울대를 졸업했다. 조국은 또 어떤가. ‘폴리페서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정치적 발언 일삼기를 서슴지 않았던 조국은 허위 봉사활동 기록과 표창장 위조 의혹 등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내면서도 자신의 자식들을 어떻게든 명문대에 진학시키고 의사로 만드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예로 볼 수 있는 좌파의 모순된 태도 즉 자가당착적 모습에 대해 서울대생들은 비판하며 묻고 있는 것이다. “늘 평등을 입에 담는 좌파가 불평등을 세습하는 것인가?”라고 말이다.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부산대를 상대로 입학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첫 재판이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에서 열렸다. 2022.6.9 [연합뉴스]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부산대를 상대로 입학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첫 재판이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에서 열렸다. 2022.6.9 [연합뉴스]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노서은 양, 로스쿨 진학이 안봐도 비디오’?

 

또한 노서은 양은 글로벌인재전형을 통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전공학부는 입학할 때 과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학점에 따라 지망하는 과로 갈 수 있게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자유전공학부의 설립 취지는 전공 탐색을 통해 다양한 진로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지만 많은 경우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로 가기 때문에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비판이 거센 편이다.

서울대 커뮤니티에서는 노서은 양의 자유전공학부 입학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과에서 가장 성공적인 진로로 평가받는 로스쿨 진학이 입학 전부터 확정되었다느니 하는 자조 섞인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글로벌인재전형 살펴보니...‘글로벌인재전형2’로 입학

 

서울대학교 입학처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2022년 후기 글로벌인재전형모집 공고가 있어 노서은씨가 어떻게 서울대에 지원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글로벌인재전형은 1형과 2형이 있는데 1형은 양친이 모두 외국인인 경우에 해당되므로 노서은 씨는 2형에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2형은 전교육과정해외이수자대한민국 초··고교 교육에 상응하는 교육과정 전부를 외국에서 이수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가장 먼저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4가지로 입학지원서 자기소개서 및 수학계획서 출신학교 교사 추천서 출신학교 진학담당교사 추천서 이다.

그 외 제출서류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언어능력 증빙 서류 고등학교 전 학년 성적증명서 이다. 언어능력 증빙 서류는 한국어 또는 영어로 둘 중 하나만 제출하면 된다는 뜻이 된다. 한국어의 최소 기준은 ‘TOPIK 3인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다양한 공공시설의 이용과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기초적 언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학문 이해에 필요한 수준으로 과연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글로벌인재전형은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아..."뒷문으로 통과할 만큼 쉽다"는 평가도

 

글로벌인재전형은 수능과 같은 표준학력시험결과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대학교 글로벌인재전형 모집안내에서 발췌]
글로벌인재전형은 수능과 같은 표준학력시험결과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대학교 글로벌인재전형 모집안내에서 발췌]

 

여기까지 보았을 때 서울대 글로벌인재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구비해야 하는 서류가 꽤 많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생들은 글로벌인재전형의 난이도를 결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뒷문으로 통과할 만큼 쉽다고까지 평가하기도 한다. 왜 그런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수학능력시험과 같이 학생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인된 시험 성적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대 글로벌인재전형에 필요한 서류 항목에 표준학력시험결과가 있으나 이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다시 말해 표준학력시험 결과를 제출해도 그만, 제출하지 않아도 그만이란 뜻이다. 선택으로 해 놓으면 누가 제출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데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되는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지적 또한 나온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