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016년 2017년 2018년 2020년 선거에서 4연승
2022년 대선에선 패배, 왜?...국민은 이제 '포스트87체제' 건설 요구하는 것
反대한민국 세력이라는 좌파의 정체성 국민에게 뚜렷이 각인돼
이재명도 민주당도 몰락으로 가는 긴 도정의 출발점에 섰다
호남 현지인과 수도권 출향민 간 정치적 견해 차이...동조화 현상에도 '균열'
우파에게 주어진 기회, 이번이 마지막...대한민국에 주어진 시간 많지 않아

주동식 객원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정치 평론가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명제가 있다. 좌파나 우파를 막론하고 집권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런 규칙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대다수 정치 평론가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이런 전제를 깔고 얘기한다. 여나 야의 전국규모 선거 승리 이후 다음 선거 결과를 예상할 때 유권자의 견제심리를 언급하는 것도 그런 사례이다.

이것은 좌파나 우파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장기집권이나 독재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하면 좌우가 사이좋게 정권을 주거니받거니 나눠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6공화국 개헌 이후 정권은 10년 주기로 좌우가 분점해왔다. 이런 세월이 35년이나 흘렀으니 이를 마치 한국 정치의 기본 질서처럼 인식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이런 정치 관행(?)은 당연한 것도 아니고, 고정된 것도 아니다. 사실 이런 정치 질서는 극히 불안정한, 일시적인 균형 상태에 불과하다. 이런 정치 질서는 87체제 즉 6공화국의 고유한 특성에서 연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987년 체제는 좌우 동거체제라는 컨셉에서 출발했다. 누구도 장기집권을 할 수 없게 하고, 웬만한 대권주자에게는 다 한번씩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김대중과 김영삼 김종필 등 3김씨와 노태우의 공통 요구사항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 정치적 표현이 대통령 5년 단임제였다.

87체제 성립 이후 좌우 진영은 10년씩 정권을 나눠가졌다. 노태우-김영삼이 10년, 김대중-노무현 10년 그리고 다시 이명박-박근혜 10년 집권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87체제의 질서는 초기부터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87체제 자체가 좌파의 정치적 승리를 통해 성립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민주화투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도한 좌파가 정치적 정당성과 명분을 장악했고, 이는 87체제 내내 좌파의 입지 강화로 이어졌다. 특히 직선제 개헌이라는, 87체제 성립의 트리거에 편승한 NL주사파가 사실상 87체제의 오너였다.

좌우 동거라는 87체제의 기본 컨셉이 무너지고 체제 자체가 좌파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였다. 이 승리는 탄핵의 예고편이었고 민주당은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규모 선거에서 4연승을 기록했다. 이들 선거에서 유권자의 견제심리는 완벽하게 실종됐다.

그런데 연전연승하던 민주당이 정작 2022년 대선에서는 패배했다. 과거의 패턴을 보면 정권이 최소한 10년은 유지되는 것이 당연했고, 게다가 문재인의 지지율이 임기 막판까지 40%대를 넘나들었던 것에 비춰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민주당의 지존(?) 이해찬은 20년 집권론까지 거론하지 않았던가?

문재인 정권은 탄핵의 직접적인 결과물이었고, 탄핵은 대한민국 보수세력에 대한 총체적인 심판이라고 볼 수 있었기에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87체제의 최종 승리자이자 결론이었다. 그런 문재인 정권이 정권 연장에 실패했다. 그리고 87체제의 특징이던 10년 주기 정권 교체 질서가 무너졌다. 이게 뭘 말할까?

87체제에서 좌파가 최종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좌우 동거를 핵심으로 하던 87체제 자체가 종결을 맞았다는 얘기였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다시 무질서와 혼돈의 상태 즉 혁명을 요구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였다. 문재인 정권이 87체제의 최종 승리자라는 것은 그들이 낡은 체제의 대표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국민들은 이제 포스트87체제의 건설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87체제의 최종 승리자인 좌파에게 역사의 종언을 기대했다. 즉, 대한민국 근대화 과정의 최종 결론을 내주기를 요구한 것이다. 좌파에 대한 이런 기대감의 정치적 표현이 전국 규모 선거 4연승이었다.

하지만, 좌파가 증명한 것은 철저한 반(反)대한민국 세력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이었다. 문재인 정권 5년은 국민들이 민주당 좌파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 테스트베드였다. 그리고 민주당 좌파의 정체성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윤석열 정부가 성립하게 된 계기였다.

전국선거 4연승의 주인공이었던 좌파는 20대 대통령 선거와 8회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0.7%포인트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졌지만,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2대5의 완패였다. 앞으로 이런 격차는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포스트87체제에서는 과거와 같은 권력 분점의 질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정체성이 분명해지는 그때까지는, 즉 좌파의 반대한민국 속성을 완전히 척결하는 그날까지는 우파가 일방적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 출신들이 윤석열 정권의 전면에 나서면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법질서 수호의 최전선에 선 검찰이 낡은 정치질서 척결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인 것이다. 비교하자면, 5.16 이후 육사 출신들이 새로운 헌정질서 수립과 산업화의 주역이 되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좌파 친화적인 책상물림 지식인들이 검찰공화국을 비판해봐야 현실을 바꿀 털끝만큼의 위력도 없다. 역사의 전개 과정에 대한 거시적 통찰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87체제의 좁은 시각에서만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5년 뒤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게 될까? 그리고 그렇게 나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재명이 다시 한번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설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그건 이재명이 다시 대선후보로 나서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5년 뒤가 아니라 앞으로 백 년을 더 살면서 대선에 출마해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지난 대선의 유력주자 3인 즉 윤석열, 이재명, 홍준표는 모두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이었다. 심하게 표현하면 양아치스럽다고 할까? 비정상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존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정치질서 수립의 초석을 닦으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정치 캐릭터였다는 얘기다.

이런 정치 캐릭터에게는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평상시라면 양아치, 범죄자 수준의 인격파탄 캐릭터라도 낡은 질서의 청산을 위한 헌정질서의 예외적 상황에서는 사용하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들의 권리이다. 하지만, 한번 기회가 지나간 뒤에는 그 캐릭터를 다시 쓸 이유가 없다.

이 한번의 기회를 잡은 것이 윤석열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다.

민주당은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우파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몰락으로 가는 긴 도정의 출발점에 서 있다. 당의 정비를 위한 진통을 겪고 있지만, 그 진통이 민주당의 혁신과 집권세력으로의 변화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지난 대선 0.7%포인트 차이 패배는 민주당에게 저주이자 재앙이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출발하려 해도 0.7%포인트라는 숫자가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다. 민주당이 새출발하려면 이재명과 문재인을 청산해야 하는데, 문재인은 임기 말40%대 지지율이, 이재명의 경우 0.7%포인트 차이 아슬아슬한 패배가 청산을 거부한다. 당원과 지지자들도 저기에 미련을 버릴 수가 없다. 승자의 저주, 딜레마라고 할만한 현상이다.

민주당의 딜레마는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인 호남의 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호남은 여전히 민주당의 아성으로 남았지만 몇 가지 뚜렷한 변화의 조짐을 보여줬다.

이번 지방선거의 호남 표심에서 최대 관심사는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광주에서 12.7%, 전남에서 11.4% 그리고 전북에서 14.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전남 이정현이 18.81%, 전북 조배숙 17.88%, 광주 주기환 15.90%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모두가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보다 3~6%포인트 가량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호남 득표율도 우파 대통령 후보가 그동안 단 한번도 넘지 못했던 마의 10% 벽을 돌파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득표율이 윤석열 후보 개인에 대한 기대치만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우파 진영 전체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지방선거 전 광주나 전남의 표면적인 표심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이 지배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몰표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광주의 경우 주기환 후보가 5~7%대에 머물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기환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대선 득표율을 넘어 우파 후보로서 역대 지방선거 최고의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보수정당의 광주광역시장 후보가 얻은 가장 높은 득표율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정용화 광주시장 후보가 기록한 14.22%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는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낮은 37.7%의 투표율을 보였다. 바로 옆 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58.5%의 투표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게 뭘 말할까?

호남의 표심은 호남 현지와 출향민들의 동기화 현상으로 유명하다. 즉 광주, 전남, 전북 현지의 유권자들과 고향을 떠나 수도권이나 영남 등지에 자리잡은 출향민들이 단일한 유권자 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호남이 전국 최대 단일 유권자 집단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동기화가 어떤 방향으로 작동하느냐 하는 것이다. 즉, 호남 현지와 출향민 가운데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 하는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이 방향이 호남 현지에서 출향민 쪽으로 흐르곤 했다. 즉, 호남 출향민들이 호남 현지의 정치적 지향에 동조하는 현상이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무너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최초로 표면화된 것이 2021년 4.7 재보궐선거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통적으로 좌파 지지 성향이 강한 즉 호남 출신이 많은 관악, 금천구 등의 투표율이 다른 자치구보다 낮았던 것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관악, 금천, 강북구의 투표율이 서울 전체 투표율보다 미미하게나마 낮게 형성됐다. 나아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전체 동에서 오세훈 후보가 승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호남 현지인들과 수도권 출향민들 사이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이 생기는 사례도 다양한 경로로 접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의 낮은 투표율은 광주시민들이 투표할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는 수도권 등 출향민들의 정치 인식이 광주 현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리고 광주의 이런 변화는 인근 전남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와 전남의 투표율 차이는 그런 인식 변화의 시간차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앞으로 호남 유권자 집단 내부의 강고한 좌파 정서, 반기업 반시장 반미반일 친북종중 반대한민국 정서가 심각한 균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객지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에 노출되는 출향민들이 좌파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파에게 주어진 기회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우파가 대한민국 역사의 종언이라는 궁극의 드라마를 쓰는 주역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파도 좌파와 마찬가지로 몰락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대한민국 자체가 존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옥석을 구분(區分)하지 못하면, 옥석이 구분(俱焚)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와 우파 그리고 대한민국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주동식 객원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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