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 유튜브 통해 단체활동 잠정 중단 알려
멤버들의 재충전 필요, 군복무 문제 등 달려 있어
비틀즈의 선례로 비춰볼 때, '늦었지만 잘 한 결정이다'란 평가도

방탄소년단[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방탄소년단[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유튜브를 통해 단체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방탄소년단이 팬클럽 아미(A.R.M.Y.)를 비롯해 전세계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케이팝에서 최정상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팬들 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발표가 팬들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금이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실적이 정점을 찍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2020년부터 방탄소년단은 매년 앨범을 발매하며 세계 대중문화계에 충격을 주었고, 그 결과 가히 세계적 아티스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2020년 8월 21일에 '다이너마이트'가 영어 가사로 발매되었고, 21년 5월 21일에는 디지털 싱글 '버터'가 발매되었다. 2021년 7월 9일에는 'Permission to Dance'가 나왔으며 지난 6월 10일에는 'Yet to come(아직 오지 않은)' 신곡이 수록된 'Proof' 앤솔로지 앨범이 출시되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스스로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말할 정도로 매년 새 앨범을 발매했던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도 진출했다. 2018년 9월 24일에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멤버 'RM'이 영어로 연설했으며, 지난 4일에는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 美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은 방탄소년단(BTS)을 향한 고마움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백악관 초청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가수로 성장했다. 2022.6.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은 방탄소년단(BTS)을 향한 고마움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백악관 초청을 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가수로 성장했다. 2022.6.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proof' 앤솔로지 앨범 발매에 팬들은 이미 궁금증 가져

차후 방탄소년단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한 추측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가장 최근에 나온 'Proof' 앤솔로지 앨범 때였다.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앨범의 타이틀곡 'Yet to come'은 어떤 속뜻을 담고 있을까. 그리고 ▲데뷔 9주년에 앤솔로지 앨범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현 시점이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는 순간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방탄소년단이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왔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통상 앤솔로지 앨범을 내는 이유는 다음 챕터로 넘어갈 목적으로 그동안 출시했던 음악을 정리하기 위함인데, 방탄소년단이 다음 챕터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부 팬들로부터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예상이 맞았던 것이다.

■ 방탄소년단, 유튜브 '찐 방탄회식'에서 솔직한 심경 밝혀..."재충전 필요해"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이 지난 9년간의 활동을 '챕터1'로 규정짓고 잠시간의 휴식기를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방탄소년단이 지난 14일 유튜브 '찐 방탄회식' 영상에서 1시간에 걸쳐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 요체는 '단체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어떤 식으로든 재충전의 시간이 (예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히 멤버 'RM(본명 김남준)'과 '슈가(본명 민윤기)'가 자세히 언급했다. 이 둘은 그룹 내에서 랩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작사를 직접 하기도 하는만큼 그동안의 소회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멤버 'RM'은 "(다이너마이트) 활동 뒤부터 방탄소년단이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다, 가사를 주로 쓰는 입장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가 중요한데 무슨 이야길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케이팝, 아이돌이 사람을 숙성하도록 놔두질 않는 것 같다"며 "물리적 스케줄 때문에 내 스스로가 숙성하질 않는다"고 했다. 멤버 '슈가' 역시 비슷한 이야길 했다.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며 "가사쓰기가 제일 어렵다, 내가 느낀걸 써야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억지로 쥐어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쥐어짜는 것과 7-8년 전 쥐어짜는 것은 정말 다르다"며 "예전에는 (할 말은 많았는데) 스킬이 부족해서 쥐어짰다면, 지금은 정말 할 이야기가 없어서 (쥐어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멤버들도 이들의 말에 공감하며 "잠시 쉬어가는 순간이 진작에 필요했다"고 밝혔다.

■ '군복무'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그들 발목을 잡기도

방탄소년단은 '지난 9년간 쉴새없이 달려왔으니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으나 그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멤버들의 '군복무 문제'가 '발등의 불'처럼 당장 닥친 현실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징집 대상인 남성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이지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방탄소년단에게는 더욱 치명적이고 중대한 문제일 수 있다. 세간에서도 방탄소년단의 군복무가 자칫 '세계적 가수'의 커리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군면제를 해서라도 그들의 활동 연속성을 깨지 말자는 의견과 국방의 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편이다. 그 결과 이미 2018년부터 하태경 의원을 필두로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올해 4월 9일에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병역제도 때문에 스케줄 잡기가 어렵다"며 빨리 결론을 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군면제에 관해 전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며 멤버들도 '국가의 부름이 있으면 응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군복무는 기정사실로 굳어 있는 상태다. 만약 이들이 순차적으로 입대를 한다면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 '진'부터 입대하게 된다. '진'은 1992년생으로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 비틀즈, 방탄소년단과 비슷한 상황에서 결국 해체...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란 평가도

일각에서는 20세기 세계 스타였던 비틀즈의 사례를 들어 방탄소년단이 데뷔 9년만에 휴식기를 갖게 된 것은 '사후약방문'격이지만 그래도 잘한 결정이란 분석을 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비틀즈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 영국의 미국 침공)'이라 불릴 정도로 영국 록 음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비틀즈는 1962년에 데뷔한지 8년만에 해체했다. 해체의 원인에는 비틀즈 화합에 큰 기여를 했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요절 등 여러 요인들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 인기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스케줄을 소화해야하는 과정에서 격화되는 멤버들 간의 갈등과 스트레스가 비틀즈 해체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비틀즈가 해체 전 처한 상황과 방탄소년단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유사하다면, '한 템포 쉬어가는' 지혜가 방탄소년단에게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인기에 부응하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멤버들 간 불화가 심해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는 힘들게 된다. 그 때 그룹을 이끄는 멤버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기면 그룹에 대위기가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비틀즈의 경우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 간의 불화가 잘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멤버들 간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이나, 멤버 '지민'이 "대화하고 싸우고 부딪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 것을 보면 방탄소년단 멤버들 사이에도 작은 정도의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은 '제2의 비틀즈'로 불리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음악적 성과가 감히 비틀즈에 비길 수 없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비틀즈는 세계적 인기를 얻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하면서 멤버들의 사이가 악화된 끝에 해체되고 말았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은 '제2의 비틀즈'로 불리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음악적 성과가 감히 비틀즈에 비길 수 없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비틀즈는 세계적 인기를 얻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하면서 멤버들의 사이가 악화된 끝에 해체되고 말았다. [연합뉴스]

 

'찐 방탄회식'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솔직한 심경을 밝힌 후 이 영상의 조회수는 15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천만회를 넘었고, 좋아요도 151만회에 달한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수치이다. 댓글도 8만여개가 넘게 달렸다. 영상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자막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세계 각국의 팬들이 자국어로 댓글을 달아놓은 상태다. 많은 팬들이 "방탄소년단을 믿고 기다리겠다"며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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