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된 최고위원 2명’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15일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 안 의원이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과 관련해 '화합의 제스처'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화합을 뭐 이렇게 하냐?”라며 반문했다.

이준석, 안철수가 추천한 최고위원 정점식과 김윤을 모두 반대...“정점식은 국민의힘 인사, 김윤은 선거 때 강한 발언”

전날 6.1 보궐선거 당선자와 비례대표 승계 등으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 7명이 처음으로 자리한 의원총회에서 안 의원은 이 대표와 악수를 하는 등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 갈등이 봉합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의 날선 발언으로, 갈등 양상이 재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의원은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며 사이 좋은 모습을 보여,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의원은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며 사이 좋은 모습을 보여,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안 의원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이후, 국민의당 몫으로 편성된 최고위원 2명에 국민의힘 소속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몫에 맞지 않는 인사 2명이 추천됐다며 안 의원에게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밝혀 갈등을 드러냈다.

이준석 대표는 정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측 인사가 참여할 기회를 열자는 취지였는데, 국민의힘 인사가 들어가는 것은 취지가 조금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고,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강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1일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다" 등의 비난 메시지를 내놔,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화합이 중요해” VS. 이준석, “국민의당 아닌 국민의힘 인사 추천은 이상해”

지도부의 재고 요청과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안 의원은 ‘사실상 거부’ 의견을 밝혔다.

안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감싸며, “선거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꼭 김윤 (전) 위원장만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나올 수 있는 말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 의원에 대해서는 “이제 한 당이 됐는데 국민의당 출신들만 고집하는 것 자체가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당 현역 의원분들 중 좋은 분이지만 기회를 못 가진 분을 추천했다”며 “그게 화합에 더 좋은 시그널이지 굳이 국민의당 출신만 고집하는 게 어떻게 보면 분열일 수 있다. 화합의 제스처”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14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열심히 협력해 노력하면 좋겠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대표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와 지도부 구성 문제에 관련해 논의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의원은 "(그러자고) 했는데 중간에 (이 대표가) 나가버리셨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원총회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나누지 못한 의견에 대해 이 대표는 14일 연합뉴스TV '뉴스 1번지'와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안 의원과 고락을 함께 한 인사 중에서 더 상황에 맞는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것"이라며 "안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지만 정치적 부담은 안 의원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연합뉴스TV에  출연,  안 의원이 추천한 2명의 최고위원을 재고하지 않으면, "정치적 부담이 안 의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연합뉴스TV에 출연, 안 의원이 추천한 2명의 최고위원을 재고하지 않으면, "정치적 부담이 안 의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대표는 "통상 관례에 따라 국민의당 몫으로 한 자리를 배분하는 게 맞다. 그런데 안 의원도 소외받지 않겠다는 취지로 관례보다 더 큰 제안을 했다"면서도 "정 의원은 원래 국민의힘 출신 의원이다. 국민의당 측 인사가 활동할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는 건데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한 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전날 밤 연합뉴스TV에 이어 15일 오전 KBS라디오에서는 “화합을 뭐 이렇게 하냐?”라고 지적하며, 갈등의 골을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걸레 발언’ 했던 김윤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분위기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의원이 추천한 2명 모두에게 ‘재고’를 요청했지만, 김 전 위원장 문제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당초 김 전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문제삼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지도부의 재고 요청이 나온 이후 바로 사과를 했다.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말’로 발목을 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국민의힘 내에서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안 의원이 굳이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에 정점식 의원을 추천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안 의원이) 정 의원을 추천한 것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최고위원들이 의아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의 ‘친윤’ 정점식 추천은 내년 ‘당대표 출마’ 포석 관측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 의원의 이런 입장에 대해 ‘내년 당대표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안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세력 확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윤석열계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 자리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을 추천하기까지 상당한 고심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당 인사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국민의당 인사들의 불만을 모를 리 없는 안 의원으로서는 용단을 내린 셈이다. 그만큼 윤석열계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점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면서,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로 첫발을 함께 내디뎠다는 점에서 아주 가까운 사이로 통한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대위에서 정 의원이 ‘네거티브 검증단 단장’을 맡을 정도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후보와 직접 소통하며 방어를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장제원이 정점식을 추천했다면 ‘윤석열-안철수 연대’ 가능성 커져

안철수 의원은 지난 12일 MBN에 출연,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들레'에 대해 엄호했다. [사진=MBN 유튜브 캡처]
안철수 의원은 지난 12일 MBN에 출연,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들레'에 대해 엄호했다. [사진=MBN 유튜브 캡처]

일각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안 의원에게 정 의원을 추천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했던 최측근 장 의원이 추천해서 안 의원이 정 의원을 최고위원에 임명하려는 게 사실이라면, 확실한 ‘연대의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 의원은 장 의원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들레 모임’에 대해 엄호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지난 12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민들레' 질문을 받은 안 의원은 "공부모임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임들도 가능하면 벽을 낮춰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고, 심지어 여야 구분 없이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좋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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