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사진=펜앤드마이크 방송화면 캡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사진=펜앤드마이크 방송화면 캡처)

부동산 임대소득이 발생하고 있다고 국세청에서 사업용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신고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미신고 시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 불이익이 있다는 경고도 엄하게 붙여서 통보한다.

그래서 은행을 방문하니 사업자 등록증을 가져와야 하고 주소지나 사업장 주소지 지점에서 개설하는 게 원칙이란다.

디지털 금융의 세상에 구좌를 주소지 지점에서 개설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 무슨 고조선 시대의 이야기인지 납득이 안 간다. 에스토니아는 그 나라 방문 없이 온라인 시민권과 사업자 등록, 사업용 은행구좌 개설 등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

국세청 통보에는 이런 구좌를 개설하려면 어떤 서류를 갖고 가야 한다는 안내는 어디에도 없다. 사업자 등록증 없이 갔더니, 온라인상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보여주는 것도 안되고 프린트해서 지참해야 한단다. 전자정부 1위라는 나라에서 왜 종이쪽지를 가져오라는지 이해도 안 된다. 종이쪽지의 서류가 변조와 위조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왜 은행이 고객 동의하에 국세청 정보의 확인이 안되는지, 창구에서 꼭 서류를 받아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헛걸음을 하고 왔다.

오늘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다시 주소지 은행을 갔다. 그랬더니 공동대표가 함께 왔어야 한다고 돌려보낸다. 오피스텔 구매할 때 와이프와 공동명의로 한 것이 탈인 것이다. 두 번째 헛걸음이다. 은행 창구가 열려 있는 평일 4시까지 맞벌이하는 월급쟁이가 일정을 맞추어 둘이 같이 다시 방문해야 한다. 모바일 은행들이 비대면 개인 구좌를 개설하는 세상인데 왜 사업자용 구좌 개설은 서류를 들고 꼭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야 하나?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사업자용 구좌의 개설은 오로지 세무서의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인데 이 구좌로 사업용 은행거래를 하라고 의무화하면서 입금은 자유인데 출금은 하루에 100만 원씩만 된다는 것이다. 사업용 구좌라며 1일 100만 원 이하로 출금하라고? 개인 구좌도 몇억씩 온라인 이체가 되는 세상인데 사업을 어찌하라고?

이걸 풀려면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3건 이상의 증빙을 갖고 다시 은행에 와야 한다는 것이다. 월 임대 소득인 경우 결국 3개월이 지나서 이 계산서들을 프린트해서 은행에 가야 출금 한도액의 규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은행의 방침이 아니라 정부의 지침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규제가 사업자, 국민을 위한 이유가 하나라도 있는가? 모두 공무원의 행정 편의, 임대사업자들을 골탕먹이기 위한 의도된 불편, 그리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전 규제의 성격이다.

정부가 무슨 권리로 자신의 돈의 입출금을 이렇게 쉽게 제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관치 경제, 관치금융의 이런 이해되기 어려운 횡포 때문에 낭비되는 국민의 시간은 안중에도 없는 짓들이다. 사업자들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이 깔려있지 않다면 있을 수 없는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의 침해다.

규제 개혁 외치는 정부는 이런 관치금융의 현실 알고 있을까? 대한민국에 살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사업자 아닌 사업자 내가 이럴진대 진짜 사업하는 분들은 어떨까 싶다.

이병태 객원 칼럼니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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