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내 경찰국(가칭) 설치 추진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경찰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 통제 방안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자문위는 오는 21일 경찰 통제 방안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막강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것처럼, 경찰 권력도 너무 비대해지면 안 된다는 점에서 경찰에 대한 견제도 당연히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때문에, 경찰 권력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실정이다. 행안부는 산하에 경찰 전담 조직(가칭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의 정책 기능을 관리·조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반해 경찰청 측과 야당에서는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행안부 장관이 지난 13일 경찰청장 후보자들을 면담한 것과도 맞물려, 경찰 내부에서는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이나 경찰 내부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제도개선 자문위위회’를 서둘러서 구성하고, 사실상 경찰국 설치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시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법원의 판단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행안부와의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실무진에서는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알려진다.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2가지 쟁점을 짚어본다.
①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하고 행안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 행사 VS.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없는 ‘국가경찰위원회’ 권한 강화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강행됨에 따라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면서, 많은 권한에 경찰에게로 넘어갔다. 지난해 1월부터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됐고, 검찰 수사권 대부분이 경찰에 이양됐다. 경찰은 1차 사건에 대해 불송치 종결권도 갖게 됐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활동이 금지되면서 정보경찰의 영향력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정보가 집중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폐지되자 경찰이 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7월부터 성범죄나 군인 사망 사건 등은 군사경찰(옛 헌병)에서 경찰로 수사권이 이관된다. 2024년에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도 경찰로 넘어간다. 한마디로 ‘공룡 경찰’이 탄생하는 것이다.
행안부 산하 자문위는 4차례 회의를 통해 경찰 인사와 예산 업무 등을 다루는 공식 조직인 ‘경찰국’ 신설을 논의했다. 경무관급 등 경찰관 3명이 파견돼 행안부의 업무를 보조하는 치안정책관실을 정식 직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에게 수사 지휘권를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YTN에 출연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 부부관 관련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에게 (수사에 대한) 지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울산경찰청장 출신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지난 14일 YTN 라디에오 출연, ‘경찰국’ 신설 대신 다른 방안 의 하나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주장했다. 1991년 경찰청 출범과 함께 설립된 경찰위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 운영의 민주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법에 근거해 행안부에 설치된 합의제 심의·의결 기구다. 7명으로 구성된 경찰위는 치안정책 심의·의결,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권, 시·도자치경찰위원 추천권 등을 행사한다.
하지만 '행안부 소속 경찰청 자문기관'이라는 미약한 위상에서 보듯 중앙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과 달리 경찰위는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 따라서 경찰개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국가경찰위를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옮기고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권한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박정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10기 국가경찰위원장이던 2021년 7월 퇴임을 앞두고 "경찰청에 대한 경찰위의 균형·견제 역할은 법조문에만 있을 뿐 사실상 통제·감독 기관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작심 발언하기도 했다.
19일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 측에서는 경찰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문 정부에서 민변 출신으로 위원회가 구성되다 보니,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라고 밝혔다.
② 경찰 내부의 반발 VS. 경찰을 향한 비판
경찰 내부에서는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움직임에 반발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행안부가 자문위에서 마련한 경찰 통제 권고안을 21일 발표한다고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 반발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내무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한 것은 지난 1991년 8월이었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거치면서 경찰을 앞세운 공안정치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30여년 전 국민적 요구와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독립한 경찰을 다시 행안부의 통제 아래 두려는 것은 ‘독재시대 유물로서 폐지된 치안본부로의 회귀이자, 반민주주의로의 역행’이라는 비판이 경찰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국이 설치되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크게 훼손되고 정권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에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을 성토하는 글로 넘쳐나고 있다. “경찰국 신설은 5공·6공 때의 치안본부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 “정부는 경찰국 신설을 철회하고 경찰이 범죄 수사와 치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인사·예산에 대한 독립성 유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다. “정부안대로 진행될 경우 경찰청장은 허수아비가 되고 행안부 내 2급 공무원인 경찰국장의 지시에 따라 모든 업무가 시행될 것”이라는 주장도 눈에 띄었다.
특히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듯, 경찰청장 역시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경찰청장에 대한 장관급 격상을 부정하지 말고 이행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행안부의 외청인 경찰청은 정부의 외청 중에서도 가장 독립성이 강한 데다,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까지 보장되어 있는 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경 이상의 인사에 대해서는 경찰청장과 협의해서 행안의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지만, 행안부 장관이 형식으로 제청할 뿐 실제로는 경찰청장이 다 했다고 알려진다. 그만큼 인사에서 독립성이 보장돼온 것이다.
그 만큼 현재 경찰청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과연 경찰이 중립적이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대표적으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음주 폭행 사건 때만 해도 경찰은 권력의 눈치를 너무 많이 받는다는 지적이 거셌다.
게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업무가 늘어나면서,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경찰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따라 일선 수사관의 업무 부담을 고려해 고소고발 사건 수당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개인별 한 달 한도 40만원 내에서 사건 수사 1건당 2만원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수사가 미뤄지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되면, 나머지 4대 범죄는 경찰로 이관된다. 권력이 비대해지는 만큼 업무량이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기구 신설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