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권의 막바지 검수완박 시도에 반발해 지난 5월6일 자진 사퇴한지 두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새 검찰총장 후보의 윤곽은 20일 현재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문재인 정권에서의 검찰총장을 둘러싼 갈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에 누가 운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이 될 것인지는 전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총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10일 청주교도소를 방문한 뒤 “(검찰총장은) 상당히 중요한 자리다. 그 자리를 위해서 절차에 맞춰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전례를 봐도 전 총장 공백기에서부터 (검찰총장) 추천위가 꾸려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있었던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의 설명과 달리 검찰 안팎에서는 이처럼 총장 후보자 인선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현직 검찰 간부가 아닌 외부에서 후보자를 찾고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이원석 대검 차장을 비롯한 현 검찰의 고위 간부 중 한명을 발탁할 경우 지금처럼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달 18일 이루어진 검찰 수뇌부 인사가 애당초 총장의 외부 영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 대선 과정 내내 민주당의 ‘검찰독재’ 공세에 시달린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여줄만한 재야 법조인을 발탁할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주목되는 사람이 바로 검사 ‘윤석열의 멘토’로 불리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다. 이명재 전 총장은 뛰어난 수사실력은 물론 온화한 인품으로 상하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던 특수통 검사의 전설이다. 역대 검찰총장 중 검사들로부터 가장 존경받은 인물로 꼽힌다.

그는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지만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이용호 게이트에 휘말려 낙마한 신승남 총장의 후임으로 발탁하면서 검찰사상 처음으로 총장의 외부영입이라는 선례를 남겼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용호 게이트로 자신의 친인척과 정권 핵심, 검찰 조직까지 위기에 처하자 이미지가 좋은 이명재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검찰을 떠나 로펌에 몸담고 있던 시절, 이 전 총장은 늣깎이 검사 윤석열을 자신의 로펌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된 후에는 반대로 윤석열 변호사를 검사로 재임용했다. 이 전 총장이 ‘윤석열의 멘토’로 불리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이 한창 자신을 옥죄며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할 때 수시로 이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거취를 상의했고, 정치입문과 대선출마를 놓고도 여러차례 이 전 총장의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잘 아는 검찰출신 및 이명재 전 총장 주변에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시키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단연 이명재 전 총장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전 총장은 80세(1943년생)라는 나이가 걸림돌이다.

사시 11회 출신인 이 전 총장은 37회인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사법시험으로 26 기수, 나이는 무려 30살 차이다.

물론 그동안 한국 검찰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로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적 인사로 간부들의 나이가 너무 낮아지는 점이 지적돼 왔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고령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전 총장의 성격상 윤 대통령이 아무리 간청을 한다고 해도 수락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낙점이 지나치게 늦어지자 새삼 이 전 총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이 본인이 검찰총장을 수락할 가능성은 제로지만 그의 의중이 반영된 검찰출신 재야 법조인 총장이 탄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