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승리 광장.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고립 영토로 발트해와 인접해 있으며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껴 있다. [뉴욕타임즈]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승리 광장.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고립 영토로 발트해와 인접해 있으며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껴 있다. [뉴욕타임즈]

<뉴욕타임즈>는 지난 월요일 러시아 당국이 나토 가입국인 리투아니아를 위협했다고 전했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발트해 인접 국가들이 러시아의 고립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의 철도 수송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제재를 풀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한 것이다.

EU의 지침을 언급하면서, 지난 금요일 리투아니아 철도는 유럽 블록이 제제한 러시아로부터의 상품 수송을 막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는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며 "새로운 제재가 '봉쇄라고 할 만한 부류'이고 '모든 것에 대한 침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라우리나스 카시우나스 리투아니아 의회 국방안보위원회 의장은 "우리는 러시아 위협에 대해 특별히 걱정하고 있지 않다"며 "크렘린은 보복할 옵션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 라우리나스 의장은 "리투아니아가 나토 회원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만약 리투아니아가 회원국이 아니었다면, 러시아는 (군사적 대응을) 고려했을 것이다"고 했다.

러시아의 리투아니아에 대한 격노 반응은 20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려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더 큰 규모의 적대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라고 경고한 후에 나왔다.

러시아 본토와 칼리닌그라드 사이에 적재된 철도 화물의 50% 이상이 지난 주에 발표된 제재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관계자에 따르면 철도 화물은 콘트리트와 다른 금속 재료들을 비롯한 건설 자재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 영토이지만 직접 연결되지 않은 칼리닌그라드 지역의 취약성이 노출되었다고 <뉴욕타임즈>는 밝혔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와 접하고 있지만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껴있다.

칼리닌그라드는 1945년 독일로부터 소련 군대가 빼앗은 지역으로, 한때 러시아가 유럽과의 연결고리 상징이라 크게 선전했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불안한 단층선이 되어버렸다.

1990년대에 러시아 당국은 칼리닌그라드의 독일과의 연결고리를 관광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18세기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삶과 저작에 있어 칼리닌그라드의 역할을 크게 홍보했다. 칸트는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살았는데,  그 지역의 중심 도시가 이제 칼리닌그라드란 이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스크바는 칼리닌그라드 지역의 독일과의 깊은 역사적 연결고리를 끊어내왔다. 비록 독일이 칼리닌그라드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전혀 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이러한 독일의 태도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해서 소련의 영토였던 지역들에 대한 러시아의 관점과 극도로 대비된다.

점증하는 공격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힌 러시아는 유럽의 일부가 되려는 과거의 정책을 버리고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했다. <뉴욕타임즈>는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이 4월에 러시아 핵미사일이 칼리닌그라드에 배치됐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는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러시아의 외무상은 월요일 리투아니아 특사를 소환하여 "공공연하게 적대적인" 제재에 대해 이야길 나누었다. 외무부는 성명에서 "만약 칼리닌그라드 지역과 러시아연방 나머지 지역들 사이의 화물 수송이 원활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상은 칼리닌그라스 수송 제재를 변호했다. 리투아니아는 단지 EU 제재 조건을 준수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와 접해 있으며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껴 있어, 러시아 입장에서는 '섬'과 같은 곳이다. [구글지도 캡처] [연합뉴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와 접해 있으며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껴 있어, 러시아 입장에서는 '섬'과 같은 곳이다. [구글지도 캡처] [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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