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경찰청에 대한 직접 통제에 나선다.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듯 행안부에도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신설해 외청인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방침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을 일방적으로 개정한 사건)에 따라 경찰을 지휘통제하는 일이 한층 중요해진 상황에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21일 오후 관련 권고안을 최종 발표한 결과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지시로 구성된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권고안'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안은 형식상 자문위의 '권고' 정도이지만 윤석열 정권이 '검수완박'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자문위의 최종 결과물라는 점에서 그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측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관련법 개정으로 경찰 권한이 전례없이 비대해졌고 검찰의 지휘통제도 상당 부분 받지 않게 됐다면서 '민주적' 방법으로 경찰을 통제하고 지휘할 수단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검수완박'에 따라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불송치 종결권까지 부여됐으며, 2024년에는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도 경찰로 이양되는 상황이다. 자문위는 "이와 같이 확대·강화된 경찰권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에 따라 행안부와 그 소속청인 경찰청과의 관계, 국가수사본부, 국가경찰위원회, 시도자치경찰위원회 등 각종 경찰제도와 경찰의 임무수행 역량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행 법률상 행안부 장관의 (경찰지휘) 역할은 사실상 매우 형해화돼 있어서 경찰의 민주적 관리, 운영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그에 따른 문제는 국민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문위는 우선 행안부 장관이 헌법, 정부조직법, 경찰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에 따라 경찰청에 대한 법령 발의·제안, 소속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현재 행안부 내에는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조직법상 소속청이 설치된 10개 부처 중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는 현재 소속청 지휘 규칙이 제정돼 있으나 행안부와 해양수산부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행안부가 경찰 인사는 물론 감찰과 징계까지 직접 한다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번 권고안에 포함된 '경찰청장·국가수사본부장 그 밖의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 설치'를 이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 자체 감찰을 우선으로 하되, 감사원 등의 외부 감사 및 감찰을 실질화한다는 입장이다.

자문위는 수사권 확대로 경찰의 업무량이 늘고 업무 전문성 역시 더욱 요구된다는 데 대해서도 방안을 내놨다. 경찰의 임무수행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확충, 수사 전문성 강화, 계급정년제 및 복수직급제 개선, 순경 등 일반출신의 고위직 승진 확대, 교육훈련 강화, 공안 분야와 대비한 처우개선 등이다.

수사심사관의 소속을 수사관이 속한 관서보다 상급기관으로 변경하고 수사심의위원회 역할을 강화해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자문위는 경찰제도의 근본적인 발전방안 마련을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할 것도 건의했다. 경찰제도발전위는 ▲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 명확화 ▲ 사법·행정경찰 구분 ▲ 정보경찰 기능 범위 제한 ▲ 국가경찰위 사무수행부서 행안부로 이관 ▲ 자치경찰제도 발전 ▲ 경찰대 개혁 ▲ 경찰 역량 강화(수사인력 정원 조정 등) ▲ 계급정년제 및 복수직급제 개선, 처우개선 등이 논의될 것이라 밝혔다.

자문위는 행안부 공무원 2명, 경찰 1명, 민간위원 6명으로 이뤄졌다. 행안부에서는 차관 및 기획조정실장, 경찰에서는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이 참여했다. 민간위원으로는 대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 한국비교공법학회 회장인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인 정웅석 서경대 교수, 경찰대 강욱 교수,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대 전 한남대 객원교수 등 6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를 국회 입법을 우회해 시행령 개정만으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국회 패싱'이라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회 통과가 여소야대 상황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경찰 지휘 방안을 마련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자문위는 '경찰국'인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만들고 장관의 경찰청 지휘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현행법 내에서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이날 "정부조직법 등 경찰 관련 개별법에 행안부 소관 사무로 굉장히 많은 권한이 있다. (행안부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외청(경찰청) (업무를) 포괄적으로 한다든지, 법령안 입안·제정 권한,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 임용제청권도 장관에게 있다"며 "그런 행안부 장관의 소관 사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내에 하부 조직을 두고 운영하자는 권고안이 나왔다. 이는 현행 법령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와 제청자문위원회는 아마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후보추천위원회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조직법과 개별 경찰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안부 장관의 소관 사무를 행안부 내에 하부 조직으로 설치해서 운영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행안부에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은 행안부 장관에게 부여돼 있는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가 맞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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