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 대표, 징계 심의 하루 앞두고 ‘스키피오’ 언급한 이유는?
이준석 당 대표, 징계 심의 하루 앞두고 ‘스키피오’ 언급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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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부르는 권성동 원내대표/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이준석 대표가 배현진 최고위원과 논쟁을 벌인 뒤 회의장을 나가자 이 대표를 부르고 있다. 2022.6.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 부르는 권성동 원내대표/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이준석 대표가 배현진 최고위원과 논쟁을 벌인 뒤 회의장을 나가자 이 대표를 부르고 있다. 2022.6.20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자신의 SNS 계정에 로마 공화정 시대의 명장 스키피오를 언급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하루 앞둔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준석 당대표는 21일 밤 10시쯤 자신의 페이스북계정에 2문장의 짧은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 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냐망치와 모루도 전장에서나 쓰이는 것이지 안에 들어오면 뒤에서 찌르고 머리채 잡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21일 밤 이준석 당대표가 올린 게시물. 여기서 말하는 '그'는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로 해석된다. [이준석 페이스북 캡쳐]
21일 밤 이준석 당대표가 올린 게시물. 여기서 말하는 '그'는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로 해석된다. [이준석 페이스북 캡쳐]

 

여기서 말하는 () 스키피오라 불리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Scipio Africanus)’로 풀이된다. 본명은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 스키피오라 불리는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스키피오라 하면 대 스키피오를 말할 정도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공적은 로마사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스키피오는 공화정 로마에 가장 위협적이었던 호적수 카르타고한니발을 패퇴시킨 장수로 유명하다. 2차 포에니 전쟁 당시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의 피레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반도로 직접 쳐들어갔던 한니발은 근 10년간 이탈리아를 휘저으며 로마와 동맹시()의 결속을 끊으려 노력했다. 로마보다 열세였던 카르타고가 이길 방법은 이 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니발의 노력은 스키피오의 반격으로 좌절되었다. 한니발이 이탈리아 반도로 직접 쳐들어갔듯이, 스키피오는 카르타고가 있는 북아프리카로 직접 돌격해 한니발이 되돌아오도록 했던 것이다. 그 후 그 유명한 자마(Zama) 전투에서 스키피오는 한니발을 격파했고, 그 후 지중해의 패권은 로마 차지가 되었다.

 

하지만 스키피오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공화정 로마는 지금의 의회에 해당하는 원로원이 정치의 핵심 주체였는데, 원로원 의원 간에 견제가 비일비재했다. 군사적 업적으로 위업을 세운 장군에 대한 견제가 특히 심했다. 그를 기반으로 민중으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해 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스키피오에 대한 원로원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스키피오는 현재의 대통령 혹은 총리에 해당하는 집정관을 두 번 역임하고 명예로운 칭호인 프린켑스(1인자)’라 불리는 등 정치적 영예를 누렸으나, 곧 원로원의 치열한 견제를 받게 되었다. 그로 인해 스키피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실의에 빠져 시골로 내려가 사망했다.

 

이준석 당대표는 스키피오의 전반적인 삶과 자신을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단위 2번의 선거를 이끌며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상대 당을 이긴 자신과 카르타고라는 외세를 무찌른 스키피오, 그리고 그의 주장에 의하면 아무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인멸교사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란 명목으로 징계 심의가 열리는 상황과 스키피오가 원로원에 의해 정치적 탄핵을 당한 상황이 유사하다는 암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말한 망치와 모루는 서양의 유명한 전술로 중장보병이 가운데서 적의 공격을 모루처럼 버텨내는 와중에 기병이 측면을 돌아 뒤에서 망치처럼 때리는 방식이다. 이는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처음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니발이 특히 잘 사용했으나 스키피오가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보다 더 잘 운용해 승리했다. 이러한 언급은 이 대표 자신이 대선과 지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으로 들어오면 뒤에서 찌르고 머리채 잡는 것은 서로를 배신하고 뒤에서 험담하는 정치판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외에도 신인규, 박민영, 임승호 등 <나는 국대다> 출신 당 대변인들이 국민의힘의 내부 상황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준석 당대표가 짧지만 자신을 스키피오에 빗대어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비판한 글을 게시한만큼 그 여파가 주목된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청동 흉상.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격파함으로써 조국 로마를 지켜냈던 명장 스키피오는 정치적 공격에 환멸을 느껴 정치판을 떠나 실의 속에 사망했다. 이준석 대표가 21일 밤에 올린 게시물 속의 '그'는 '스키피오'라고 풀이된다. [위키피디아]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청동 흉상.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격파함으로써 조국 로마를 지켜냈던 명장 스키피오는 정치적 공격에 환멸을 느껴 정치판을 떠나 실의 속에 사망했다. 이준석 대표가 21일 밤에 올린 게시물 속의 '그'는 '스키피오'라고 풀이된다. [위키피디아]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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