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30일 유튜브 'palebluenote'에 올라온 유희열 표절 의혹 제기 영상. 유희열 씨는 결국 사카모토의 곡과 유사성이 발견된다며 사과했다. [유튜브 캡쳐]
지난 2021년 12월 30일 유튜브 'palebluenote'에 올라온 유희열 표절 의혹 제기 영상. 유희열 씨는 결국 사카모토의 곡과 유사성이 발견된다며 사과했다. [유튜브 캡쳐]

 

방송계, 음악계, 학계가 각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대상이 공영방송 KBS, 유명 방송인 유희열, 대학서열 1위 서울대학교로, 이들이 사회 각 분야의 정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이 과연 표절에서 자유로운가?'란 지적에서 피해갈 수 없는 모양새다.

KBS2TV, '요즘것들이 수상해' 런칭...'요즘사' 유튜브 채널 표절 논란에 휘말려

공영방송 KBS는 텔레비전이 있는 가구라면 전기요금 고지서에 수신료가 자동으로 합산 청구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방송사다. KBS는 텔레비전 3개 채널, 라디오 6개 채널, 국제방송 텔레비전 2채널, 라디오 1채널을 확보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4,471명(2021년 6월 기준)에 달하고 자회사를 12개나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대 방송사다. 그런데 KBS가 구독자 약 4만명의 유튜브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하 요즘사)'을 표절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요즘사'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2030 MZ세대의 문화와 고민을 소개하는 내용 위주로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온 유튜브 채널이다. MZ세대를 '요즘 것들'로 칭하고 주요 화두인 '결혼', '육아', '비혼', '1인 가구',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 '취업, 창업, 퇴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요즘사'는 스스로를 "MZ세대 인터뷰 채널"이라고 소개하며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 아닌 나다운 삶의 레퍼런스를 기록해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요즘사'를 주관하는 '900KM(구백킬로미터)'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 먹고사니즘>을 비롯해 총 4권의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런 '요즘사'가 지난 6월 4일 "유튜브 채널을 통째로 빼앗긴 기분"이란 동영상을 올렸다. 거기서 지난달 25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KBS2TV [요즘것들이 수상해(이하 요즘수)]가 자신들을 표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표절의 근거로 '요즘사'는 ▽ 이름이 유사, 초성은 동일 ▽ 로고 유사 ▽ 인스타 아이디 'yozm(요즘)' 영문 사용 동일 ▽ 출연진 동일 섭외 ▽ 기획의도 유사 등을 제기하며 "그동안 저희가 한땀한땀 구축해온 세계관과 정체성까지 그대로 카피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요즘사'는 "표절 의혹 사항을 정리하여 SNS에 올렸고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요즘사'는 KBS의 '요즘것들이 수상해'가 자신들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쳐]
유튜브 '요즘사'는 KBS의 '요즘것들이 수상해'가 자신들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쳐]

 

이에 '요즘수' 제작진이 지난 6월 9일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알려드립니다'란 제목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제작진은 "저희 프로그램이 특정 유튜브 채널을 '표절'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미 사회 전반에서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면서도 적합한 단어라는 판단에서 프로그램 제목에 도입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터뷰 중심으로 진행되는 해당 유튜브 채널과 일상 관찰을 기본으로 하는 저희 프로그램의 차이는 명확하다"며 "고유의 창작물"이라고 했다.

'요즘사'는 지난 16일에 올린 재반박 영상에서 "(양 쪽에 모두 출연한 게스트들이) KBS가 자신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획에도 참고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또다른 출연자가 "KBS 제작진이 (요즘사를) 매우 좋아하고 (요즘사 제작자 두 명을)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녹취를 제시했다. '요즘사' 측은 "3만 구독자를 보유한 소규모 채널은 무시해도 좋은 거냐"며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방송가의 비정규직을 포함한 구조적 문제, 폐쇄적 환경이다"라고 주장했다. KBS 측은 '요즘사'의 재반박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요즘사'는 KBS가 묵묵부답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 것 같다고 보고 있다.

유명 방송인·프로듀서 유희열, 사카모토 류이치 표절 의혹...그 외에도 여러곡 시비에 휘말려

밴드 '토이'의 노래를 제작해왔으며 2009년부터 '유희열의 스케치북' MC를 맡아온 프로듀서 유희열 씨도 최근 곡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첫 의혹 제기는 이미 작년 12월 말에 있었다. 자신을 '창작자'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유희열의 곡 <아주 사적인 밤>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유희열의 공식 유튜브에 댓글을 남기고, 소속사 안테나에 이메일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네티즌은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두 곡의 일정 부분이 유사하지만, 법적인 대응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네티즌은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로 사카모토 류이치가 암 환자로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사카모토 류이치의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를 운영 중인 잇뮤직크리에이티브 측은 사카모토의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두 곡이 유사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표절이나 법적대응이 필요하진 않다"며 "유희열의 새 앨범이 잘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논란이 점차 확산되자 유희열 씨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그에 따르면 "(제보를)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다"며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려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우선 LP 발매를 연기했고 사카모토 측과 연락해 크레딧 및 저작권 관련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최초로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네티즌도 "(이 곡 외에도 유희열이 표절 논란이 있는 걸 알고 있지만)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만큼 연민과 용서와 포용을 말하고 싶다"며 논란의 확산을 원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유희열 씨가 이번에 논란이 된 '아주 사적인 밤' 외에도 8곡 정도의 추가 표절 논란 의혹이 있음을 지적하며 단지 한 곡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유희열 씨가 결국 사카모토의 'Aqua'와 유사성이 인정된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인스타그램 캡쳐]
유희열 씨가 결국 사카모토의 'Aqua'와 유사성이 인정된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인스타그램 캡쳐]

 

인공지능 학회 제출 서울대 논문 표절로 확인..."추후 한국 논문 인도·중국 취급 받을까 우려"

서울대에서도 표절 논란이 터졌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 머신러닝 연구실에서 'CVPR'이라는 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다른 십여개의 논문을 '짜집기'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논문은 해당 학회에 'Accept'되고 'Oral' 단계에까지 오를 만큼 잘 쓰였다고 평가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 'Accept' 되었다는 것은 '인정되어 받아들여졌다'는 뜻이고 'Oral'이라는 것은 수준이 높아 구두 발표할 기회를 얻은 소수의 논문이란 뜻이다. 대개 제출된 전체 논문 중 상위 5%에 든 논문만이 구두발표 기회를 갖는다고 한다.

표절한 것으로 드러난 'E2V-SDE, CVPR 2022' 논문 [유튜브]
표절한 것으로 드러난 'E2V-SDE, CVPR 2022' 논문 [유튜브]

 

이 논문의 표절 의혹은 지난 24일 유튜브의 'E2V-SD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Plagiarism'이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제기되었다.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공동저자들은 표절을 인정했으며 1저자는 논문 게시 철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저자는 박사과정생이며 공동저자 중에는 담당교수인 윤 모 교수도 있는데 대통령 직속 제4차산업혁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윤 교수는 "표절을 인정하고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라면서도 "1저자의 단독 행동"이라고 했다. 그의 해명은 "여러 공저자가 함께 글을 만들어 1저자에게 보냈는데, 해당 학생이 임의로 보내준 글 대신 다른 논문에 나와있는 표현을 베껴 넣었다"였다. 

표절 대상으로 알려진 논문 'stochastic Adcersarial Video Prediction, arXiv preprint, 2018' [유튜브]
표절 대상으로 알려진 논문 'stochastic Adcersarial Video Prediction, arXiv preprint, 2018' [유튜브]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윤 교수가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의 글들이 올라왔다. '공동저자인 교수가 표절을 몰랐다는게 말이 되느냐', '1저자의 단독 행동이란 말이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하는 말 아니냐', '교수는 사임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등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저자든 1, 2저자든 본인들 연구 실적에 논문 집어넣을 거면서 표절 책임은 안지겠다는 거냐'는 등 성토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아울러 차후 한국 학계의 위상을 걱정하는 글도 있었다. '학계는 신뢰가 생명인데 학교망신, 나라망신이다'라며 '이 일로 한국 연구자들에 대한 신뢰가 크게 깎일 것 같다'는 우려섞인 반응들이 나왔다. '중국이나 인도 논문 취급 받으면 어쩌냐'며 '제대로 똥물을 튀겼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있었다.

학계 '표절'관련 규정 있음에도 실패, 결국 표절에 대해 사회의 전반적인 각성이 필요하단 지적 나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오랜 격언은 인류 사회를 관통해온 것은 분명하다. 고도 경제 성장기에 일본은 서구를 모방했으며, 한국은 일본을 따라했고, 중국은 한국을 카피했다. 하지만 이제 방송, 음악, 학계에서 연달아 터진 각종 표절 의혹으로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한국은 표절에서 자유로운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자문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다. 음악·드라마를 위시한 문화 컨텐츠를 바탕으로 한류를 유행시키며 스스로 '문화 강국'임을 자부하는 한국에서 표절이 일어나는 게 맞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비교적 명확한 자체 표절 심의 기준과 방지 장치, 검사 프로그램까지 갖춘 학계와는 달리 방송과 음악은 표절 여부가 당사자의 '양심 고백'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2012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상담사례 100'에 가수의 표절과 저작권 침해 조항이 있으나 '실질적 유사성 판단방법'을 참고해도 표절 여부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 유사성 판단방법'은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 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매우 어렵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한국 사회가 표절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가장 진부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수와 음악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방법'을 설명한 판례. 읽어봐도 매우 자의적이란 반응이 많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가수와 음악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방법'을 설명한 판례. 읽어봐도 매우 자의적이란 반응이 많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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