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 단독 인터뷰] 제2연평해전 예측했던 한철용 대북감청부대장 "SI,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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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비정과 충돌하는 해군 고속정.(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경비정과 충돌하는 해군 고속정.(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 6월29일은, 서해 연평도 앞바다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참수리급 고속정(PKM-357)이 북한의 기습 포격을 받아 아군 6명이 전사(戰死)했던 날이다.

북한의 기습 공격에 우리 해군은 즉각 응전함으로써 NLL을 무력화하려던 그들의 야욕을 꺾어넘겼지만, 그때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제2연평해전은 승리했지만, 우리 해군의 윤영하(소령)·한상국(상사)·조천형(중사)·황도현(중사)·서후원(중사)·박동혁(병장)을 살릴 수도 있었던 일명 '특수감청정보(Special Intelligence·SI)를 묵살한 당시 위정자들의 안일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이들의 희생을 야기한 탓도 없지 않다.

기자는 2년 전부터 6월29일마다 북한군의 도발 징후가 담긴 SI를 최초 포착했던 군 정보기관 제5679정보부대의 지휘관이었던 한철용(육사26기) 육군 소장(예)을 인터뷰해 왔다.

지난해 그가 <펜앤드마이크>에 밝힌 회고에 따르면, 당시 김대중 정권의 정보 수뇌부(국가정보원, 국방정보본부 등)는 북한군 감청정보가 담긴 국군정보종합보고서(SI)를 외면했고, 그 과정에서 북한군의 기습으로 휘하 장병 6명이 전사하는 격전을 지휘한 해군 제2함대사령관(故정병칠 제독)이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급성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제2연평해전 7주년 기념일을 열하루 앞두고서였다. 그의 나이 향년 57세. 다음은 한철용 소장이 지난해 밝혔던 이야기 중 일부다.

-우리 해군을 지휘한 정병칠 해군제독님이 타계를 했다는데...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 "그 분이 제2함대사령관이었는데, 제2연평해전의 책임을 전부다 떠안았습니다. 우리 5679정보부대가 탐지한 적에 대한 특수정보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무시하는 일련의 만행을 저질렀는데 정작 그 책임은 전부 정병칠 제독이 지게 된 겁니다. 휘하 장병 6명이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습니까?···결국 정 제독님은 암으로 투병하시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한철용 육군 소장(예)이 밝혔던 이 이야기의 근원에는, 그가 사령관으로 있었던 제5679부대 즉 대북감청부대인 제777사령부의 '특수정보(Special Intelligence)'로 향한다. 적(敵)으로부터 입수했기 때문에 역(逆)정보일 가능성을 고려해 별도의 취급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SI로 통한다. 그런데, 제2연평해전은 사건 발생 2일 전부터 포착된 SI를 군 수뇌부에 보냈으나 별다른 응답이 없었다고 한 소장은 설명했다. 그로인해 6명이 전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핵심은 SI에 있다는 것.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 서해수호관 광장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9주년 기념식'에서 유가족이 해전 영웅들(故윤영하(소령)·한상국(상사)·조천형(중사)·황도현(중사)·서후원(중사)·박동혁(병장))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 서해수호관 광장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9주년 기념식'에서 유가족이 해전 영웅들(故윤영하(소령)·한상국(상사)·조천형(중사)·황도현(중사)·서후원(중사)·박동혁(병장))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펜앤드마이크>는 한철용 육군 소장(예)과의 통화에서 SI에 대한 일종의 실마리가 될 이야기를 들었다. SI가 화두에 오른 까닭은,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있었던 우리나라 공무원 이대준 씨가 어업지도선 작업 중 사라졌는데,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데에 있다. 이 사건의 전모가 담겨 있을 SI의 공개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입장차이가 벌이지면서 정쟁화됨에 따른 것이다. 다음은 지난 28일 그와 나눈 이야기 일부다.

-장군님, 그때 제2연평해전 직전에 군 수뇌부가 일일정보보고서, 그러니까 SI보고서를 군 정보기관에서 올렸을 텐데 이걸 안읽어봤다는 건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 "우리 군 정보기관이 상급부대에 오늘 상황에 대해 이렇다할 SI보고서, 그러니까 블랙북이라는 걸 만들어서 올리면 상급부대, 그러니까 정책결정권자인 '정보사용자(수요자)'는 이를 꼼꼼히 읽어봐야 됩니다. 그런데 당시에 남북 평화네 뭐네 그러는데 '뭐 별일 있겠냐'라는 식으로...그걸 지적하는 겁니다."

-20년 전 그때 SI를 뭉갰던 사례가 이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도 유사하게 나오는데, 이게 또 왜곡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까?
▲ "그러니까 이건 정보(Intelligence)를 자기들 정책 운용에 유리하도록 이용하는 것이죠. 필요한 것만 골라서 본다거나, 혹은 불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는 것들은 애초에, 그러니까 수집 과정 이후부터 이를 제거 혹은 왜곡 하는 것이죠. 정보 수집은 다 하지만, 본인들이 사용할 때에는 자기 정책에 맞는 것만 골라 쓴다는 겁니다. 이건 정보수집자가 잘못된 것이라기 보다는, 수집된 정보를 자기(정보사용자)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하는 게 문제죠."

-그러면, 이번 서해 사건에서 SI를 통째로 밝히는 게 중요해지겠네요?
▲ "그렇습니다. 이게 보면, 무려 몇시간에 달하는 감청록 중에서 두 문장을 보고서 월북이라고 지금 하는 것인데, 그 딱 두문장만 보고 나오는 말이잖습니까? 정보라는 것은 전체적인 조각을 보고 판단해야 되는데,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골라서 듣는, 그런 것 아닙니까? 제2연평해전의 경우에는, 적의 도발 징후가 담긴 SI가 있었는데 이걸 빼버리고 보고한 것이고요."

-그러면, 장군님, SI같은 경우 보안성 문제가 있는데 이를 공개해도 되는 겁니까? 이런 과정과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 "이건, 국방부장관(現이종섭)에 요청하면 장관이 인가를 내줄 수 있습니다. 제2연평해전 당시에도 舊국군기무사령부가 우리 5679부대를 조사했었습니다. 일종의 표적조사인데, 기무사는 SI를 취급하지 않다보니 인가가 없었고, SI취급을 받아야 되니까 국방장관이 기무사에 SI 취급 인가를 내줬습니다. 그래서 당시 SI를 보게 됐던 겁니다. 장관이 OK 사인하면."

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은 지난 2002년 6월29일 북한의 도발징후를 예측했던 국군 제5679부대, 일명 대북감청부대의 사령관이었다.2022.06.26(사진출처=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 편집=조주형 기자)
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은 지난 2002년 6월29일 북한의 도발징후를 예측했던 국군 제5679부대, 일명 대북감청부대의 사령관이었다.2022.06.26(사진출처=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 편집=조주형 기자)

-장군님, 근데 SI가 적군에 대한 특별감청인 만큼 특별취급이 요구된다고 하셨는데, 이게 오픈됐을 경우 보안성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 "그게, 제2연평해전은 군사 작전이고, 전투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암호체계가 누설될 가능성이 있으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의 SI인 경우에는 탐색 구조 활동의 일부로 속하기에 대부분 음어가 아니라 평문일 겁니다. 그러니까 암호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고, 6시간 동안 주고받은 내용이 군사 작전이나 이런 것이라기 보다는 탐색 활동이기에 평문이라 장관이 승인만 한다면 바로 알 수 있을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그, 누가 암호체계가 누설이 된다면서 안보 위험을 감수하겠느냐하는데, 그건 본인이 잘 몰라서 하는 말일 겁니다."

- 저는 이런 SI 외면 등의 행태가 일종의, 군의 정치적 중립성 확립 문제 같은데...이게 어려운 과제네요.
▲ "조 기자님, 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본 것은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군 특성상 계급 사회이기도 하고....사실 거의 되기가 어렵습니다. 상관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도 강력한 계급 조직에서 그렇게 하면 누가 버티겠습니까? 일반적인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결국 반대 이야기는 할 수가 없는 것이죠. 아니,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아니라는데 그걸 누가 무슨 수로 버팁니까?"

- 제2연평해전도 그렇고 SI 수집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수집한 이후 정보사용자가 문제인것 같은데요, 군에서 SI 사용에 관한 어떤 지침이나 기준 이런 시스템화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인가요?
▲ "그런건 없고, 정보는 정보사용자가 판단을 하게 됩니다. 사용자가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자꾸 왜곡된 해석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죠. 자기들 정책방향에 맞게끔. 일부러 왜곡되는 방향으로 골라서 쓴다거나, 그런 것이죠. 그래서 수집 정보 원문을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럴 가능성(왜곡)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왜곡이)가능하다는 것으로. 결국, 정보를 사용하는 위정자들의 책임인 셈이죠."

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신 "안타깝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도 SI에 대한 수뇌부의 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는데, 20년전에도 SI를 왜곡했다가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그런데 20년 전 제2연평해전 당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했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의 남북 햇볕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금강산 관광은 멈추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 장병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 발발 그 다음날인 2002년 6월30일, 北 금강산으로 향하는 여행쾌속선인 설봉호가 515명의 여행객을 싣고서 북한으로 출발했던 것. 게다가 제2연평해전으로 전사한 장병들의 장례식에 국방부장관이 불참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때로부터 18년이 흐른 지난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이 발생한 9월22일 그 다음날인 23일 새벽 1시30분경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 연설을 했는데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하며,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하며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었다. 공교롭게도 20년 전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던 직후 햇볕정책의 일환인 금강산 관광에 이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장했던 것이다.

한편, <펜앤드마이크>의 제2연평해전 당사자 한철용 예비역 육군 소장과의 단독 인터뷰는 위 관련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22일 오후 평택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에서 한 해군병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5.6.22(사진=연합뉴스)
22일 오후 평택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에서 한 해군병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5.6.22(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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