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를 위시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야생동물을 규제받지 않고 포획하고 있다는 제보를 <펜앤드마이크>가 접수했다. 그 실상을 취재한 결과,놀랍게도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야생 동물 포획에 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탓에 토종 생태계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김포에 거주하는 A씨는 28일 평일·주말을 막론하고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곤 한다고 <펜앤드마이크>에 제보했다. 일단(一團)의 외국인들이 강화도로 몰려와 낚시를 벌인다는 것이다. A씨는 "장마철인 지금은 낚시를 하지 않는데, 베트남 출신으로 보이는 동남아시아인들이 최대 20여 명씩 몰려다니며 무분별하게 물고기를 포획한다"고 밝혔다. A씨는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만 물고기를 잡아도 놔주는 편"이라며 "그런데 이들은 (놔주지 않고) 잡아서 그대로 가지고 간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낚시인들은 건전한 낚시 문화 조성을 위해 '캐치 앤 릴리즈(잡고 풀어줌)'를 한다"며 "국내 토종어류인 쏘가리, 가물치 앵글러(낚시인)들은 손맛을 느끼고 풀어주는데, 베트남인들은 사이즈 구분 없이 훌치기, 생미끼 낚시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놔두면 (물고기의) 씨를 말리겠구나 싶어 제보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이 주로 잡는 물고기는 가물치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주 베트남인들이 잡은 가물치들. 이들은 한 번에 수십 마리씩 가물치를 잡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국내 거주 베트남인들이 잡은 가물치들. 이들은 한 번에 수십 마리씩 가물치를 잡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가물치는 한국·중국·러시아에서부터 동남아·인도·아프리카까지 폭넓게 서식하는 토종 민물고기다. 가물치는 평균 길이가 45-80cm에 달하며 성격이 포악해 수달·대형 물새·맹금류를 제외하고는 한국 민물 생태계의 '최강자'로 불리곤 한다. 그리고 덩치에 걸맞게 힘이 세서 낚시인들에게는 최고의 손맛을 주는 민물고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제보자 A씨가 본 외국인들은 단지 '손맛'을 위해서 가물치를 사냥한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주한 베트남인들이 SNS에 만든 '낚시 클럽' 그룹에는 한국에서 잡은 가물치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사진이 게재돼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서식하는 가물치는 베트남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요리 재료'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국수에 가물치 구이를 곁들여 먹는 '짜까탕롱'이 대표적이다. '짜까(cha ca)'는 베트남어로 생선요리, 가물치 요리를 일컫는다고 한다.

가물치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서식하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요리 재료이다. 실제로 재한 베트남인들은 잡은 가물치를 요리해서 먹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가물치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서식하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요리 재료이다. 실제로 재한 베트남인들은 잡은 가물치를 요리해서 먹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가물치를 별미로, 혹은 고향에 대한 향수로 가끔 먹기 위해 소량으로 잡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물낚시를 하는 외국인들이 한 번에 상당히 많은 양을 잡는다는 것이다. '낚시 클럽'에는 포획한 가물치 사진이 다수 올라와 있는데, 물고기 마릿수가 매우 많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눈 대중으로 대략 수십마리에 달하는 가물치 앞에서 웃고 있는 베트남인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고, 가물치를 자랑스럽게 들고 찍은 사진이 클럽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베트남인들이 한 번에 잡은 가물치의 숫자가 매우 많다. 이 영상 뒷부분에는 가물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베트남인이 등장한다 [틱톡]
베트남인들이 한 번에 잡은 가물치의 숫자가 매우 많다. 이 영상 뒷부분에는 가물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베트남인이 등장한다 [틱톡]

이 클럽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공개, 나머지 하나는 비공개로 되어 있다. 공개 클럽은 약 1천1백 명, 비공개 클럽은 약 4천7백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이들 중 다수가 한국으로 일하러 온 노동자들이라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불법체류자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A씨는 "강화도에서 낚시하는 베트남인들은 김포·마송 산업단지에서 오는 걸로 알고 있다"며 "경북·경남·전북·전남·경기도 화성 등 전국에 퍼져 있는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떼지어 포획하러 다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낚시 클럽' 커뮤니티에는 경기 김포, 신안, 인천, 파주, 의정부를 돌아다니며 가물치를 낚는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주로 국내 낚시인들이 이들에 대한 목격담을 전한다. 모 커뮤니티에는 "낚시하러 다니는 외국인들 99퍼센트가 불법체류자"라며 "브로커를 통해 3-6개월 비자로 들어와서 그냥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는 목격자 B의 글이 올라왔다. B씨는 "저수지에서 외국인 6명이 트럭 한대를 타고 와서 낚시를 했다"며 "비자 있냐고 물어보니 전부 도망가더라"는 체험담을 털어놓았다. 이동하기 위해 차를 모는 경우에 면허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C씨는 "태국 출신 체류자들이 대사관 공증 받고 머무르긴 한다"면서도 "면허증이 있는 경우는 못 봤다"며 "베트남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

베트남인들은 이렇게 몰려다니면서 낚시를 하거나 개구리를 잡는 것으로 보인다. 상단에 돌아다닌 지역들을 적어놓은 게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베트남인들은 이렇게 몰려다니면서 낚시를 하거나 개구리를 잡는 것으로 보인다. 상단에 돌아다닌 지역들을 적어놓은 게 보인다. [페이스북 캡쳐]

일부 베트남인들은 가물치를 거래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남 모 지역의 동남아 식재료 마트에서 수산물을 교환하자는 글이 올라와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그 게시물에 마트 명함이 있어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베트남 여성 D씨였다. D씨는 "한국인과 국제 결혼해서 전남에서 살고 있다"며 "내가 동남아 식재료 마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D씨는 "낚시하러 다니는 외국인 집단을 본 적은 없다"면서 "여기 살고 있는 동남아인 대부분이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이다"고 주장했다. 다만 외지에서 낚시하러 오거나 해당 마트에서 한국 가물치 거래가 있냐는 질문에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전남 모 지역에서 운영 중인 동남아 식자재마트의 명함. 마트 주인은 한국인과 결혼해 거주 중인 베트남 여성이었다. [페이스북]
전남 모 지역에서 운영 중인 동남아 식자재마트의 명함. 마트 주인은 한국인과 결혼해 거주 중인 베트남 여성이었다. [페이스북]

어떤 베트남인들은 낚시가 금지된 곳에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는 것으로 포착됐다. '낚시 클럽' 커뮤니티에는 어느 베트남인이 낚시금지구역임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잡고 옆에 서서 웃으며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신안군 내수면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낚시·어로를 금지해온 바 있으나 이들은 신안군의 이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진을 올린 것이다.

낚시·어로행위 금지를 알리는 신안군의 플래카드 옆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베트남인들. [페이스북]
낚시·어로행위 금지를 알리는 신안군의 플래카드 옆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베트남인들. [페이스북]

또 다른 게시물에는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에 낚시하러 가겠다는 의견이 피력되기도 했다. "아내의 돈을 훔쳐 낚시를 다녀왔다"며 "잡히면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이 글에는 "그냥 자유롭게 가라"며 "벌금 몇번 물릴지도 모른다", "저 호수는 낚시(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문제없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일부 베트남인들은 벌금을 내더라도 낚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벌금보다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음을 짐작해볼 만하다 [페이스북]
일부 베트남인들은 벌금을 내더라도 낚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벌금보다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음을 짐작해볼 만하다 [페이스북]

동남아 외국인들의 민물 낚시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토종 개구리를 마구잡이로 포획한다는 것이다. 가물치 낚시에는 대개 프로그 루어를 쓴다. 그런데 베트남인들은 살아있는 개구리의 뇌를 바늘로 찔러 미끼로 사용한다. 사용하는 개구리의 종류도 토종개구리인 참개구리, 북방산개구리 등을 구분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인들의 SNS에는 낚시 미끼로 사용될 것으로 짐작되는 개구리들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사진을 제법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낚인 가물치가 개구리 미끼를 물고 있는 영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상 참개구리로 추정된다. 참개구리는 멸종위기종이 아니며 포획 금지종은 아니지만 베트남인들이 대량으로 포획·사육하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사진상 참개구리로 추정된다. 참개구리는 멸종위기종이 아니며 포획 금지종은 아니지만 베트남인들이 대량으로 포획·사육하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베트남에는 개구리 요리도 있으나 낚시 커뮤니티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개구리를 잡는 용도는 가물치 낚시를 위한 미끼용으로 생각된다. 다른 영상에는 아직 개구리로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 꼬리가 일부 남아있는 개체들이 등장하기도 한 걸로 봐서 대량으로 사육하는 것일 수도 있다.

취재에 의하면 베트남인들은 살아있는 개구리의 뇌에 낚시 바늘을 찔러 넣어 가물치 미끼로 사용한다. 사용하는 개구리 종류도 다양한데, 토종 개구리 보호종도 포함되어 있다. [페이스북]
취재에 의하면 베트남인들은 살아있는 개구리의 뇌에 낚시 바늘을 찔러 넣어 가물치 미끼로 사용한다. 사용하는 개구리 종류도 다양한데, 토종 개구리 보호종도 포함되어 있다. [페이스북]

경기도 화성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E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 사람들도 물고기를 잡으러 다닌다"고 했다. E씨는 "한국인들도 낚시해서 물고기를 먹지 않느냐"며 "시장에서 사려면 비싸기 때문에 직접 잡아먹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국) 개구리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잡진 않는다"라 하면서도 "비둘기나 까치를 잡아먹기도 한다"고 했다. E씨는 자신들이 쓰는 그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캄보디아 노동자 E씨가 보내온 그물 사진. E씨는 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고 했다. 한번에 2-3kg 잡는다고 했다.
캄보디아 노동자 E씨가 보내온 그물 사진. E씨는 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고 했다. 한번에 2-3kg 잡는다고 했다.

경찰이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외국인근로자 약 8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구 지역의 경찰 F씨는 "이러한 사건에 관해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나 문제가 되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떴다방'식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야생동물을 포획한다는 제보가 많은 만큼 경찰이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보자 A씨는 "이들이 승합차를 타고 다니면서 포획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낚시 클럽'에는 '한국 어디로 가야 큰 가물치가 나오냐'는 문의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정황상 A씨의 말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훌치기 바늘. 이 바늘의 사용 의도는 잡은 후 방사하지 않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제보자 A씨는 "잉어나 가물치는 물 기온이 올라가면 떠오르는 특성이 있어 눈으로 보고 훌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베트남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훌치기 바늘. 이 바늘의 사용 의도는 잡은 후 방사하지 않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제보자 A씨는 "잉어나 가물치는 물 기온이 올라가면 떠오르는 특성이 있어 눈으로 보고 훌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자연산 가물치는 개체수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위기종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기력보충을 위해 달여먹는 가물치는 양식하기도 한다. 다만 가물치가 황소개구리·배스·블루길 등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 어종을 잡아먹는걸로 알려져 방류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외국인들이 대량으로 가물치를 잡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가물치의 산란기는 5-8월로 이 시기에 잡는 게 맞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A씨는 "외국인노동자 혹은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동남아인들이 무분별하게 포획한다면, 생태교란종이 다시 창궐하지 않겠냐"며 "국내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현 사건 관련하여 국민신문고에 접수한 상태라고도 밝혔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국가 등의 책무)는 '국가는 야생생물의 서식실태 등을 파악하여 야생생물 보호에 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모든 국민은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등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앞으로 한국 토종 생태계 유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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