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당내 ‘불출마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계인 전해철·홍영표 의원까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3~24일에 개최된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워크숍에서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당대표 불출마 요구가 거셌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23~24일에 개최된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워크숍에서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당대표 불출마 요구가 거셌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하지만 이 의원은 `침묵 전략`을 유지한 채, 전당대회 출마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외견상 민주당 내 여론은 ‘이재명 불출마’로 보이지만, 이 의원이 태연자약한 이유는 ‘민주당이 겉다르고 속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낮문밤명’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낮에는 친문계이지만, 밤에는 친이재명계로 돌아선다는 설명이다.

‘친문’ 홍영표, 전해철에 이어 이재명에게 ‘동반 불출마’ 제안...이재명은 손 안대고 코 푼 격?

홍영표 의원은 28일 오후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단결과 혁신의 선두에서 모든 것을 던지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저를 내려놓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그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의 책임론’을 강조하며,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거듭 반대해왔다. 지난 23일에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홍 의원은 이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동반 전대 불출마`를 제안했다.

홍영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의원에게 '당대표 동반 불출마'를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홍영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의원에게 '당대표 동반 불출마'를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앞서 전해철 의원이 지난 22일 불출마를 먼저 선언한 데 따른 부담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홍 의원에게 분명 부담이 됐을 것”이라면서 “자신의 불출마를 통해 이 의원에게 다시 한번 불출마를 요구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 의원과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이 의원에게는 별 압박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분들이 중진 의원이지만 (이들의 불출마가) 이재명 의원에게는 별 압박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들의 불출마 선언이 오히려 이 의원의 출마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의원이 ‘출마로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출마로 가닥을 잡은 이 의원의 행보를 짚어본다.

① 이재명, ‘불출마’ 압박에 입 닫은 채, 당권 도전 캠프사무실 물색 중

친문계의 대표적인 두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입장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연일 의원들과 만나 관련 의견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인사를 겸해 여러 의원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당대표 출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의원들은 대체로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낙연계인 설훈 의원은 29일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의 목표는 대통령 재도전 아니냐. 그러려면 당을 단합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지난 21일 이 의원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언급했다.

설 의원은 이 의원에게 “당을 단합시키려면 이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 안나오는 것이 좋다. 대선에서 지고, 지방선거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는데도 졌고, 연이어 당대표로 나온다면 당의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며 “이건 자신의 진로 (측면에서) 봐도 안 맞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 의원은 “약간 동의를 하더라”며 자신의 불출마 권유에 대한 이 의원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재명 의원에게 '당대표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재명 의원에게 '당대표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설 의원이 전한 이 의원의 반응과 달리, 29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서울 여의도 인근에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사용할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당권 주자들이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수 십명의 실무자들이 일할 사무실을 국회 인근 대형상가 내에 구하는 점을 감안하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② 안규백 전준위원장과 회동...공천권 한 손에 쥐는 ‘단일지도체제’ 유지되면 ‘친명계’ 의원 늘어나

이 의원은 자신의 측근인 `7인회` 의원들의 일부 만류에도 불구, 의원실을 방문하며 당내 여론 전환에 힘쓰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권노갑·김원기·문희상·임채정·정대철 상임고문 등 민주당 원로들과 오찬 회동에 이어,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안 의원에게 현행 단일지도체제 유지를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출마로 가닥을 잡은 이 의원에게는 `지도체제`와 `공천권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남게 된다. 당권을 잡아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 이전에 ‘지도체제에 대한 세팅을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단일지도체제`에서는 선출된 당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된다. 따라서 당대표가 마음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 제기되는 `집단지도체제`로 세팅될 경우, 당대표의 권한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 없이 선출한 후, 1위 득표자에게 ‘대표 최고위원’ 지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당대표의 권한이 줄어든다.

따라서 현행 단일지도체제 방식으로, 당대표에게 권한이 강화되는 쪽으로 전당준비위원회가 결정을 한다면, 이 의원을 지지할 의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돼서 행사할 공천권에 따라, 친명계로 돌아설 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③ 입법 의욕 드러내는 이재명, 1호 법안으로 ‘민영화 방지법’ 발의...신정훈 의원은 이재명 대선 공약인 ‘농어촌 종부세 완화 법안’ 발의

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1호 법안으로 지난 28일 '민영화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공공기관을 민영화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 등골을 빼는 민영화를 허용해선 안 된다", "민영화 방지법을 민주당의 제1 주력 법안으로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SNS에 "공약 1호 법안 민영화 방지법"이라고 남기기도 했다.

이 의원의 발의안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기관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주권을 행사할 때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를 할 경우 사실상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으라는 것이다.

현행 ‘공공기관 운영법’에서는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나 기능 재조정을 추진할 때는 국회 상임위에 보고만 하면 된다. 이 의원은 발의안에서 “전기·수도·가스와 같은 필수에너지 및 공항·철도 등 교통은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필수재로 효율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형평성과 민주성 또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농어촌주택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지난해 종부세 완화 방안으로 언급한 바 있는 내용이다. 사실상 이재명 공약을 입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 의원은 29일 납세의무자가 소유한 주택 수에 농어촌주택은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냈다.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이 언급한 내용을 법안으로 발의함으로써,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농어촌 지역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신 의원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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