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52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3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3.45포인트(0.88%) 떨어진 3,785.38에 거래를 마쳐 올해 들어 6개월간 20.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성적으로서는 1970년 이후 최악의 하락 폭이다.

500대 기업 중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급등의 수혜 분야인 에너지 기업을 제외하고 애플과 디즈니, JP모건과 타깃 등 모든 분야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상반기 중 넷플릭스는 71%,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52%, 디즈니는 39%, JP모건은 29%,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5%, 애플은 23% 각각 급락했다.

2분기 성적표만 봐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S&P 500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뉴욕이 전면 봉쇄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낙폭이 컸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분기에만 22.4% 급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나스닥은 이날도 3대 지수 중 유일하게 1% 이상(1.33%)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 가능성과 씨름하는 동안 증시 등 금융시장도 최악의 기록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 시장의 성적은 더 저조했다.

모기지 금리 등 각종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미국 국채 가격은 10%가량 폭락했다. 채권 가격 하락은 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수익률은 주식보다는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성적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연초 6개월간 10년물 미국 국채의 성적이 이 정도로 저조한 것은 18세기 후반 이후 처음이다.

'자산을 6대 4로 나눠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른 투자자들은 금융시장 전체가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도이체방크의 신용전략 연구 책임자인 짐 레이드는 "너무나도 힘든 상반기였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금융시장의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40여 년 만에 최악인 물가상승이 기업들의 마진을 잠식하고 있고, 국제 공급망 교란 상태가 기업들의 재고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투자 분위기는 주식 시장에도 반영됐다.

최근 S&P500 지수는 공식적으로 약세장을 의미하는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미국 금융가에서는 가장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주가가 하락할 경우를 베어마켓으로 규정한다.

특히 S&P지수는 최근 12주 중 10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반짝 반등' 분위기도 있었지만 추세가 계속되지 않았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 가격을 꾸준히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인터액티브 브로커스의 대표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주가가 바닥을 쳐야 반등할 수 있지만, 바닥에 도달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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