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유류세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11월 20% 인하에 이어, 지난 4월에는 10%를 추가로 인하해 30%까지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도 급격히 오르는 기름값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7월 1일부터 유류세를 현행법상 최대 한도인 37%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정부 유류세 추가 인하분이 반영된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알뜰목화주유소에서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 등이 전날 유가정보를 교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유류세 추가 인하분이 반영된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알뜰목화주유소에서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 등이 전날 유가정보를 교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류세를 30% 인하하던 때와 비교하면, 휘발유의 경우 L당 57원의 할인 효과가 있다. 경유는 L당 38원, 액화석유가스(LPG)는 12원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된다.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 영업이익 1분기에 역대 최고인 4조 2000억원 기록

하지만 유류세가 내려간 만큼, 정유사가 매긴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체험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유가 하락에 반영된 비율은 인하 세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실시된 이후에 정유사들이 상승한 국제 원유 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공급가를 책정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 효과를 체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유 4사(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지난 4분기 2조원을 나타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역대 최고인 4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용혜인 의원, “휘발유 유류세 182원 깎아도, 실제는 69원 하락에 그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은 지난해 11월12일부터 올해 6월16일까지 리터당 평균 유가를 분석한 결과와 실제 가격과의 관계에 대해 지난 달 29일 발표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휘발유 유류세 인하액은 리터당 182원이었지만, 실제 가격은 69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또 같은 기간 경유 유류세 인하액은 리터당 129원이었지만 53원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유류세 20% 인하 조치가 실시된 2021년 11월12일부터 지난 4월30일까지, 30% 인하 조치가 적용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된 것이다.

용 의원에 따르면 유류세가 20% 인하된 기간 동안 휘발유 가격은 52.3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리터당 164원 인하 효과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31.9% 하락하는 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경유 역시 48.8원만 하락했지만 세금 인하액은 리터당 116원에 달해 반영률은 절반에 못미치는 42.1%에 그쳤다.

유류세 30% 인하 조치가 시행된 5월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휘발유의 경우 세금 인하액 247원 중 129.7원(반영률 52.5%) 정도가 가격 하락에 반영됐고, 경유는 인하액 174원 가운데 67.7원(반영률 38.9%) 하락에 그쳤다. 경유의 가격 인하율이 더 작다는 점에서, 경유를 주로 쓰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었음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 이후 정유사의 마진 급증, 휘발유는 52.7% 경유는 83.1% 늘어”

따라서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에 정유사의 리터당 평균 마진은 더 커졌다는 것이 용 의원의 분석이다. 실제 유류세 인하 전(2021년 4월12일~2021년 11월11일)에는 휘발유의 경우 정유사의 세전공급가에서 두바이유 가격을 뺀 평균마진이 리터당 177.2원이었는데, 유류세 인하 후에는 270.7원으로 늘어 52.7% 증가했다.

경유도 유류세 인하 전 197.5원에서 유류세 인하 후에는 361.5원으로 마진이 83.1%나 폭증했다. 기름값을 잡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 혜택이 정유사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싱가포르 현물가를 기준으로 해도 정유사의 리터당 평균마진은 유류세 인하 이후 증가했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 인하 조치 후 6월 둘째 주까지 리터당 정유사의 명목상 마진(정유사 세전공급가-싱가포르 현물가)은 인하 전 대비 22.1원 늘었고, 경유도 20.4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용 의원은 “이론적으로 유류세 감면 시 소비자잉여 혜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커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점적 지위로 가격결정력을 가진 정유사가 공급자잉여 몫을 더 가져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급증했다는 것이 용 의원의 설명이다. 정유사들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와 부대비용을 뺀 ‘정제마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유류세 인하 이후 실질적인 평균 마진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배럴당 27달러까지 올라 11월 대비 6배 정도 올랐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조치 소비자 체감도 낮아...“정유사의 일시적 초과이익에 ‘횡재세’ 매겨야”

초과이윤세에 해당하는 '횡재세'를 걷자는 논의는 유럽에서 시작돼, 미국 등 각국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초과이윤세에 해당하는 '횡재세'를 걷자는 논의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작돼, 미국 등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따라서 ‘유류세 인하’로 생색내는 정부의 정책이 소비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2배 정도 기름이 더 들어간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인하한 만큼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L당 단가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가 없다는 불평이 쏟아진다. 심지어 인하되었다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소비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용 의원은 ‘유류세 인하’가 유가를 잡는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일시적이나마 ‘횡재세’를 부과해, 유류세 인하 조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공행진 중인 유가로 소비자들은 고통을 받는 반면, 정유사들만 유류세 인하 혜택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 의원은 “유류세 추가 인하보다는 정유사의 일시적 초과이익에 과세하는 횡재세를 거두고,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운수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확대와 유가보조금을 합리화하는 데 유류세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유류세를 인하한다면 인하액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산자부와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자평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이같은 '횡재세'를 걷자는 논의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작된 뒤 미국도 가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엑슨모빌 등 석유기업들에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한편, 석유산업 관련 협회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전 출고된 재고가 유통 단계에서 가격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다음달부터 세금 인하폭이 37%로 확대되면 가격에 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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