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문제의 책임 공유하며 한 단계 성장”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일 3각 협력 복원의지를 분명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북한을 넘어 외교의 범위를 ‘가치 외교’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확대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미국, 일본과의 3자 협력을 가능한 한 많이 복원하기를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과거 한미일 간 대북정책 조정 감독그룹 회의(TCOG)를 상기시키면서 이 같은 고위급 실무 그룹이 재개돼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에 출범한 TCOG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한미일 공동 대응을 목적으로 창설됐다. 이후 3국 장관급 회의와 합동 군사훈련, 정보 공유 등의 형태로 진화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윤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대외 정책 방향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북한에 대한 집중을 넘어 전 세계적 이슈에 대한 한국의 역할 확대로 이동하도록 고안됐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구상은 한국을 아시아 안보를 포함하는 국제 문제에 있어 더욱 적극적인 플레이어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나토가 이번 정상회담에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 호주를 초청한 것은 전 세계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번 정상회의는 나토가 전 세계 최고의 집단 동맹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들은 중국을 구조적 문제로 인식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 마찬가지로 국제질서를 기반으로 한 규칙이 모든 국가들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맥스웰 연구원은 “핵과 미사일 역량을 발전시키고 한국에 대한 적대 정책을 취하는 북한의 위협은 한미일 3국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세 나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 방향으로 나가는 신호”라고 했다.

앞서 한미일 정상은 지난 29일 4년 9개월 만에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이 국제사회의 심각한 위협이 됐다며 3국 공조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일 삼각협력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나토는 이번에 새롭게 채택한 전략개념에서 처음으로 북한과 중국을 명시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나토 진영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반하는 구조적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으며, 화학무기 사용에 의존해왔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CSIS가 ‘한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한미일 3국 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전략개념에 중국과 북한이 포함된 것은 매우 효과가 있다”며 “북한이 아시아판 나토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윤 대통령이 ‘글로벌 중추 국가’ 일명 ‘GPS(Global Pivotal State)’의 외교 정책 전략의 한 부분으로서 세계무대에 등장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이전 정부는 북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윤 대통령은 북한문제를 중요시하면서도 해당 사안이 국제적 역할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했다.

또한 차 석좌는 “지난 4년 동안 북한의 인권문제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연합외교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민주주의 수호와 개발 원조에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국 외교가 다른 경로를 택할 것이라는 좋은 신호”라고 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날 CSIS 좌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근시안적 관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나토는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서 유럽과 많이 연계해왔지만 또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도 많은 관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한국이 국제문제의 책임 공유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테리 국장은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법치 등 광점위한 가치들을 공유하며 국제질서에 기반한 나토 회원국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 같은 협력은 한국이 처한 사이버, 공급망, 기후 등 전 세계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력을 강화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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