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전략개념,러시아 관련 대폭 변화

 

2022년 나토 '전략 개념' 표지. 이번 나토의 '신 전략 개념'에는 러시아, 중국, 테러리즘, 우주, 기후 변화 등 나토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정세 분석과 대응 방안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2022년 나토 '전략 개념' 표지. 이번 나토의 '신 전략 개념'에는 러시아, 중국, 테러리즘, 우주, 기후 변화 등 나토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정세 분석과 대응 방안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2022년 나토 정상회의가 지난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마드리드에서 열렸다. 회외 결과, '2022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이 발표되었다. 이번 전략개념은 1949년 나토가 설립된 이후 9번째로 수립된 것으로, 냉전 기간 동안 6회, 냉전 이후 2회이며 마지막으로 발표된 것은 2010년 리스본 정상회의에서였다.

이번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12년만에 '전략 개념'이 새로이 수립된 만큼, 보고서는 '신(新) 전략개념(new Strategic Concept)'이라 지칭하고 있다.

차후 약 10년간 나토의 전략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2022년 '신 전략개념'이 어떤 내용을 주로 담고 있는지 몇 차례에 나누어 분석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나토의 설립 목적이었으며 지금도 맞서고 있는 러시아에 관련된 내용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신 전략 개념'이 12년 전의 전략 개념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입장 변화를 보이는 것이 '러시아에 대한 태도 차이'라는 분석이다. 

2010년 전략개념에서는 '나토와 러시아 간의 협력'을 강조한 반면, 2022년의 신 전략개념은 러시아가 "동맹의 안보와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the most significant and direct threat)'"임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2010년 리스본 정상회의에는 당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해 나토와 러시아간의 협력과 관계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 결과 2010년 전략개념에는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true strategic partnership)'을 구축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나토와 러시아의 안보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상호간 신뢰·투명성·예측 가능성에 기반하여 강하고 건설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안보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도 했다. 이에 리스본 정상회의에서 나토와 러시아는 나토·러시아 협의회(NATO-Russia Council: NRC)를 열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2010년 당시 나토가 러시아와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던 데에는 러시아가 나토에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2010년 전략개념을 수립하는 데 러시아 정부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2022년 '신 전략개념'은 러시아를 경계하고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에 대한 언급은 '신 전략개념'의 서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신 전략개념'은 "러시아 연방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평화를 파괴하고, 우리의 안보 환경을 중대하게 바꿨다"고 규정했다. 이어 "러시아의 잔혹하고 불법적인 침공은 국제 인도주의 법을 반복해서 위반했다"며 "극악무도한 공격과 잔혹 행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파괴를 일으켰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에게 준 충격과 위기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란 지적이다. '신 전략개념'은 또 "강력하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는 유럽-대서양(Euro-Atlantic) 지역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 명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완전히 점령당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략개념'의 '전략적 환경(Strategic Enviroment)'에서도 러시아를 나토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상임을 분명히 언급했다. ▲ 러시아는 안정적·예상 가능한 유럽 안보 질서에 기여하는 규범과 원칙들을 위반 ▲ 강압·체제 전복·침략·병합을 통해 영향권을 확립하고 통제권을 행사 ▲ 재래식 무기·사이버·혼합 수단들을 나토와 동반자에 사용 ▲ 강압적인 군대 태세·정치적 수사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기꺼이 사용하려 함으로써 규칙에 기반한(rule-based) 세계 질서 약화 ▲ 핵 전력 현대화, 새롭고 파괴적인 이중 임무수행 시스템 확장 ▲ 나토 동쪽·남쪽 국가들 위협 ▲ 북극에서 북대서양 항해의 자유에 방해 ▲ 벨라루스와의 군사적 통합과 더불어 모스크바의 군 전력 증가 등 러시아의 적대적 행위가 나토의 안보와 이익에 도전이 됨을 명시했다.

'신 전략개념'은 러시아의 위협에 분명히 대응하겠음을 천명하긴 했지만, 러시아와의 충돌 과정이 가져올 갈등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지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토는 러시아 연방과의 대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나토는) 러시아 연방에 아무런 위협도 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 전략개념'은 "러시아의 적대적 정책과 행동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를 우리의 동반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우리 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러시아가 공격적 태도를 멈추고 국제법을 준수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함으로써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한 도발 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다만 '신 전략개념'에서 나토가 옛 소련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나라들과의 협력 관계를 계속하겠다고 명시한 만큼, 러시아가 순순히 이에 따를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나토는 '신 전략개념-협동안보' 항목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조지아, 우크라이나와 동반자 관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발칸반도 서부에 있는 국가로 티토의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아래 있었지만 엄연히 공산권 국가였다. 조지아는 러시아와 인접한 나라로 2008년 남오세티야를 두고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국가이며,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제외하더라도 나토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강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단 지적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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