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임명을 재가하는 등 초대 내각 구성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또 사법연수원 동기(23회)인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인선 단행 사실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발표한 직후 언론에 공개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도 국회에 요청했다. 송부 기한은 오는 8일까지 닷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버리고, 음주 운전과 조교 갑질 논란이 있는 박순애 장관은 구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내각 구성을 완료해 임기 초반의 국정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정치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 강조한 직후 임명 강행

김승희 후보자는 지명 39일만인 4일 자진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복지부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사퇴의 뜻을 밝혔지만, 각종 의혹과 혐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했다. 오히려 정치자금 사용의 기준과 관리가 모호한 체계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출근길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김 후보자의 임명 여부에 대해 “가부간에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는 뜻을 밝히면서도, 김 후보자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들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점에서는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저는 자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정부와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다르다. 참모, 동료들과 논의를 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김 후보자에 대한 낙마 가능성을 내비친 대목으로 풀이됐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문재인 정부에서도 했는데, 우리도 하는 게 어떠냐?’는 식의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나토 정상회의서 돌아온 윤 대통령, ‘김승희 자진 사퇴-박순애 임명’ 구상 굳힌 듯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토대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만 임명하고, 김승희 후보자는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날 오전 김 후보자에 대해서만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4일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김승희 후보자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수사의뢰 내용이나 각종 언론을 통해 나타난 의혹들을 종합 검토해 볼 때, 후보자 스스로 본인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게 제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권 원내대표가 김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한 만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예측됐다. 이런 기류는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귀국한 이후 주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각종 언론에서는 김 후보자와 박 후보자가 각종 의혹들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김 후보자만 거론하고,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보도를 자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는 자진사퇴시키고, 박 후보자는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4일 오전 권 원내대표는 이런 기류를 부인하지 않았다.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우선 정부에서 20일간의 인사청문회 기간, 이후 10일 재송부 기간까지 충분한 시간 줬다"며 "30일 넘은 상태 있다. 이제는 그 결정 권한이 행정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논란과 관련해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이미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장관 임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39일만에 자진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39일만에 자진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자진사퇴한 정호영·김인철 이은 연속 낙마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

김·박 후보자 모두 각종 의혹으로 앞서 자진사퇴한 정호영·김인철 후보자의 대안이기 때문에, 연속 낙마는 윤 대통령에게 분명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도덕성에 더 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김 후보자는 낙마시키고, 박 후보자는 ‘그대로 간다’는 쪽으로 당‧정의 입장이 정리됐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또한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에 비하면 도덕적으로 대단히 문제가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20년 전의 음주운전을 지금껏 물고 늘어진다는 것도 일견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전망됐다.

하지만 박순애 후보자 역시 교육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평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던 상황이다. 우선 애초 논란이 불거진 ‘음주운전’과 관련된 고압적인 태도가 비판받았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음주운전’과 ‘조교 갑질’ 논란, 충분한 해명 없어

박 후보자 측 청문회준비단 관계자는 “음주운전을 하게 된 정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청문회가 열리면 밝히겠다는 것이 후보자의 입장”이라고 밝힌 때문이다. 당초 지명 때부터 ‘청문회 없이 임명’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만취운전을 하게 된 상황, 그럼에도 선고유예만 받게 된 이유를 소상히 밝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음주운전보다 ‘박순애 후보자가 교육계의 수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4일 아침 기자들에게 한 발언 속에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인사의 원칙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꼽았다.

4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임명을 재가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직후,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임명을 재가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박 후보자는 정확히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다. 한겨레와 노컷뉴스 등에서 보도한 ‘갑질의혹’은 교육자의 자질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교 업무가 아닌 ‘개인 연구실 청소’를 시킨 것은 물론,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올 때도 반드시 설탕 2개와 약간의 냅킨을 캐리어에 담아오지 않으면 ‘화를 냈다’고 알려진다. 게다가 조교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청소 족보에는 ‘책상 거울 위치’까지 정해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와 노컷뉴스의 이런 보도와 당사자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논문표절에 이어 갑질의혹까지 대학교수들 사이에서의 관행이라는 점에서 큰 결격사유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서면브리핑에서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갑질 의혹은 경악스럽다”며 “조교와 직원들에게 업무와 무관한 커피 심부름, 청소 등을 시키고 본인과 나눈 메시지 기록을 삭제하도록 입막음을 시킨 것은 교육부 장관은커녕 교육자의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순애 장관에 대한 교육계 반발과 전문성 논란은 과제로 남아

민주당의 비판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은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고등교육 관련 단체 8곳은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비전문가이자 음주운전, 논문 중복게재 등 부적격 사유가 넘치는 박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수장 후보자를 다시 물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지난 14일에 이어 재차 성명서를 내고 “윤 대통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김인철 후보자에 이은 두 번째 인사 실패가 아니라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잃은 교육수장 임명에 따른 교육의 방향성 상실”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두 번째 인사 실패가 두려워 임명을 강행했다가, 향후 정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박 후보자가 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아닌 ‘정부사법행정분과’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 중에서 혹은 교육부 내에서 자체 승진인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4일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이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 문제’에서 불거졌다는 지적에 대해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에는 유념치 않았다”며 “(지지율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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